[연재 - 노숙당사자모임과 함께하는 주거인권학교 ①]

‘노숙인 이건희 씨’를 통해 만난 목소리, 목소리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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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역사는 권리당사자들의 투쟁을 통해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인권을 침해당하기 쉬운 집단일수록 인권을 멀게 느끼는 것이 ‘인권’이 범람하는 요즘의 현실이다. 인권운동사랑방 신자유주의와인권팀은 2005년 겨울부터 노숙당사자모임과 함께 주거인권학교를 준비해왔다. 인권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주거권을 비롯한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고 주거권침해 당사자의 권리의식을 강화하자는 것이 주거인권학교의 취지다. <인권오름>은 오는 6월까지 매주 진행될 주거인권학교 소식을 전하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한 사람들과 노숙당사자모임 참가자들이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독자들과 나누려고 한다.


주거인권학교, 그 시작...

인간의 삶에서 주거의 안정이 차지하는 의미가 큰데도 그동안 주거권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이런 생각으로 인권운동사랑방 신자유주의와 인권팀은 지난해 주거권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로 구상하고 준비해온 주거인권학교가 드디어 오늘 시작됐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함께 하기로 한 노숙당사자모임에 속해있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내심 걱정이 됐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그 분들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풍선에 담아낸 노숙인의 일상

말풍선에 담아낸 그 분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일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밤에 누우면 잠이 안 와. 내일은 또 어디서 자야하나 싶어서...”

“몸이 아프면 겨울에는 전철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해. 따뜻하거든. 그런데 그 짓도 맨 정신으로는 창피해서 못해. 그래서 일부러 술을 마시고 자”

“밥은 교회나 무료급식소에서 먹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자니 전철비도 많이 들어. 매번 표를 사서 탈 수는 없고 보통 그냥 위로 뛰어넘어가. 그러다 걸리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런데 표 넣는 곳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으면 도저히 못 그러겠더라구... 젊은 사람이 돈 안내고 공짜로 타는 거 창피한 일이기도 하고”


분노 대신 체념을 보다

우리들 대다수는 먹고, 자는 당연한 이런 일상들에 대해 매일 고민하며 살지 않는다. 우리들에게 그것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당연한 그런 것들이 그 분들에게는 전혀 당연하지가 않았다. 그 분들에게는 하룻밤 잠자리가, 한 끼 식사가 매일 매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주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런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 대신 체념을 보았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안 가. 병에 걸렸다는 걸 알면 마음만 괴롭지 돈이 없어 고칠 수도 없는데 뭐. 아예 모르면 마음은 편하잖아”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인 생명에 대한 욕구마저 포기하도록 만드는 그 분들의 현실 앞에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말은 지난해 왜 그렇게 많은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병든 몸으로 죽어가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빈곤층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의료지원체계의 부실은 그들로 하여금 건강한 삶에 대한 희망 대신 죽음이라는 절망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절한 의료지원체계 하에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리가 더해진다면 이 분들에게도 작은 희망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만의 책임이 아니에요

우리는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권이 몇몇 특정한 사람들만 누리는 권리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가져야 하는 권리임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일상으로부터 인권의 개념을 이끌어내면서 인권이 멀리 있는 것,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집이 없는 것,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 차비가 없어 먼 길을 걸어다녀야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셨다. 아마 우리가 권리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권리라고 생각해볼 기회가 그 분들에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현실은 냉정하게 권리를 침해하고 부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의무가 국가에 있으며 우리는 국가에 권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한 몫 할 수 있기를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그 분들이 우리를,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많은 우려를 했었다. 그 분들의 입장에 서서 만들려고 노력은 했지만 혹시 그 분들의 상처를 건드려 마음을 닫아버리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이야기해 주셨다. 더구나 말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던 부분까지도 터놓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웠다.

오늘밤도 대다수 노숙인분들은 쪽방에서, 길거리에서, 혹은 쉼터에서 주무실 것이다. 그 분들 모두가 ‘집’이라고 불리어질 수 있는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주거인권학교가 한 몫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자고 다짐해본다.

<노숙인 이건희씨의 하루>는...

인권이 우리의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과 닿아있고 우리를 억압하는 것들을 이겨낼 힘이 된다는 것을 얘기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먼저 이건희 회장의 하루를 함께 예상해보면서 그림카드로 붙이고 나서, 참가자들에게 노숙인 이건희씨의 하루는 어떨지 시간대별로 에피소드를 만들도록 합니다. 그림카드로 만들어진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서 일상 속에서 노숙인 이건희씨가 느끼거나 말했을 법한 것들을 말풍선 카드에 적어봅니다. 말풍선에 담긴 내용들을 함께 인권의 언어로 정리해보면서 마무리합니다.

이건희 회장과 노숙인 이건희씨의 하루를 비교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인권오름 제 1 호 [기사입력] 2006년 04월 26일 3: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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