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숙의 인권이야기] '비영리 시민참여 콘텐츠‘에 갖는 사회적 힘

김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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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간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60여 편을 봤다. 경쟁부분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경쟁부분에서 상영된 작품들이다. 그리고 순진한 판단일지 모르겠으나, 그 작품들은 대부분 돈을 벌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 듯했다. 삶의 이야기, 인간의 삶·동물의 삶·자연의 삶을 자기의 언어로 표현하며 세상을 증언하는 진정성을 품고 있었다.

‘비영리 시민참여 콘텐츠’라는 개념은 방송, 영화,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그 주체들이 일반 시민들로 비영리를 목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하여 제작하고 유통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인터넷에서는 인터넷 게시물, 댓글,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포스팅이고, 방송에서는 공중파/케이블/위성방송의 시청자 참여(퍼블릭엑세스) 프로그램, 공동체라디오의 청취자 프로그램 등이며, 영화에서는 개인과 비영리 단체가 제작한 영상 창작물이나 이들이 개최하는 비영리 목적의 상영회나 영화제, 비영리를 목적으로 유통하는 비디오물 등을 말한다. 일반 시민의 비영리적인 미디어 참여는 미디어 사업자에 의한 콘텐츠나 상업적인 콘텐츠와 구별 없이 제약받고 규제를 받아 왔다.
2008년에는 더 심각했다. 개인 미디어 참여자들은 카메라를 들었다는 이유로 취재현장에 접근을 저지당하거나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했으며, 시청자 참여 방송에서는 이중 삼중의 중복 심의로 방송내용에 대한 규제를 받았다. 의사 표현의 바다, 인터넷에서는 실명을 밝혀야만 인터넷을 항해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치밀한 시나리오에서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심의 기구는 인터넷 표현물에 대해 임시 삭제명령을 내리고,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한다고 벼르고 있다. ‘심의’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들의 매체 접근을 차단하여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문화생활에 대한 참여와 기여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는 시민 참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이 시기, 일반 시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미디어 융합 환경에 따라 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시민참여 콘텐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심의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

정부는 일반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산 삭감으로 숨통마저 조이고 있다. 지난 13일 한나라당이 국회예산안 통과를 강행하면서 국회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는 살아났던 공동체라디오 제작지원 예산금(5억 원)이 백지화 되었고,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인턴사원 지원예산(14억4000만 원)이 전액 삭감됐고, 전국 2000여 곳의 종합복지시설에 대한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예산(10억 원), 인터넷 신문지원(13억 원) 등도 모두 삭감 되었다. 대신 ‘바람직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 ‘인터넷 이용자 의식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 전개’, ‘인터넷 역기능 예방 활동 지원사업’이 대폭 신설 되었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지역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은 다 죽이고 치졸하고 조악한 심의는 더 강도를 높이겠다는 심보인데, 그렇다고 시민들이 힘이 약해지나 내년을 두고 보자.

쥐꼬리만한 시민참여 콘텐츠 예산은 전액 삭감

이쯤 되면 머리를 식히러 영화관이라도 가야한다. 서울독립영화제2008이 중앙시네마에서 개최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영화심의 문제를 다룬 특별 기획전을 진행 중이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일반 극장에 개봉하지 못했던 수입영화 <숏버스>를 포함해 총 10편의 국내외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제한상영가’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을 것이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작품이니까. 물론 ‘제한상영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선고로 ‘제한상영가’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할 수 있으나, ‘제한상영가’ 등급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새로 만들어질 ‘등급외 등급’의 내용수준은 ‘제한상영가’와 동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심의 기준에 대한 문제점은 남는다. 여기에서는 그 심의 기준이나 내용은 생략하고, 제한상영가 작품 상영 조건에 대해 주목해 보자. 일반극장에서 상영할 수 없었던 ‘제한상영가’ 작품을 영화제에서는 어떻게 상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그 이유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도 상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왜 상영등급을 받지 않고 상영할 수 있는 조건이 특정 기관의 추천에 의해 좌지우지 되느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추천이나 허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서 영화를 상영한다면, 예를 들어 비영리 상영관이나 공공기관의 상영회,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화제 등 상업성이 배제된 상영공간에서는 등급분류나 추천 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상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에 불법성이 있다면 영화가 상영된 이후에 그 책임을 물으면 된다.

‘비영리 시민 참여 콘텐츠’는 전문 사업자가 아닌 일반 시민에 의해 제작되고 유통되는 창작물이며 그 목적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그들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며, 사회적 힘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일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33 호 [기사입력] 2008년 12월 17일 22: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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