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물은 self"인 시대?

수도사업 민간위탁 금지법 추진을 환영하며

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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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수돗물 민영화 법안이었던 ‘물 산업지원법’이 촛불시민의 반대로 중단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은 8월 물 산업지원법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상하수도서비스개선과 경쟁력강화에 대한 법’을 다시 내놓았고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그때서야 철회했다. 여전히 정부의 물 민영화 의지는 꺾이지 않아 보인다.

물 민영화는 이름만 바뀐 채 계속될 뿐이고

현행 수도법에 근거해 이미 곳곳의 지역에서 상수도사업 민간위탁이 자유롭게 추진,시행되고 있다. 상수도사업의 민간위탁은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추진되었고, 현재 13개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table{text-align:center;}.table table{border:1px solid black;border-collapse:collapse;}.table td,.table th{border:1px solid black;text-align:center; padding:.5em;}계2003년2004년2005년2006년2007년2008년13(15)논산정읍사천·예산서산·천안·고령·
금산·동두천거제양주·나주·단양(함평·파주는 지방의회의
동의 완료된 상황)

여기에 상수도사업 민간위탁을 협의 중인 지자체는 무려 53개나 된다. 전체 지자체 상수도사업소가 164개임을 고려할 때 현재 민간위탁이 시행,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는 총 68개로 42%에 이른다.

이렇게 지자체가 상수도사업 민간위탁에 열을 내는 것은 정부의 압박도 한 몫 한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작년 5월 경영개선명령이라는 이름으로 포항, 경주, 통영에 ‘1년 내 민간위탁 시행 명령’을 내렸다. 경주의 경우 부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 민간위탁 명령이 내려진 것인데, 부채율이 높아진 것은 수도사업에 대한 투자 때문이었다. 수도사업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정작 투자로 인해 높아진 부채율을 지적하고 부채상환을 압박하니 지자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다. 게다가 행안부가 내린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교부세 지원이나 인사제도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지자체는 행안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물산업육성과가 버젓하게 자리하고 있는 환경부에서 작년 10월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수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벌써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의 경우 아리수 판매 부서를 따로 두고 페트병 아리수를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도사업 광역화와 민간위탁의 실상

정부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상수도 광역화와 민간위탁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효율성’에는 공적인 의무는 없고 수익 창출만이 목적일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은 제외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 정책에 ‘생계가 불안정해 수도세를 내지 못하는 이들’, ‘상수도 보급이 되지 않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고려는 없다.

광역화와 민간위탁이 추진되면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지역에서 이용하던 기존의 정수장을 폐쇄한다. 가까운 곳에 깨끗한 물이 있는데도 멀리 있는 수공의 광역정수장에서 끌어온 물을 사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민간위탁된 지역들의 정수장 폐쇄 현황을 보면, 논산, 정읍, 서산의 경우 본래 있었던 자체 정수장이 모두 폐쇄되었다. 민간위탁이 시행된 지역에서 자체 정수장 대부분이 폐쇄되었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고령, 금산, 동두천, 거제, 양주에서 모든 자체 정수장이 폐쇄될 예정이다.

이렇게 기존의 정수장들이 함부로 폐쇄되면 상수원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특정 정수장에 수돗물 공급이 집중되어 수질과 수량의 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광역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사올 경우 그만큼 부담해야 할 생산 원가는 인상된다. 보통 지자체가 자체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1t당 100~150원 정도인데, 수공의 광역정수장에서 물을 사오는 경우 드는 비용은 1t당 394원. 무려 3~4배가 비싸다. 그런데도 효율성이라는 미명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수공의 배 채우기’를 위한 명분일 뿐이다.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많다

광역 정수를 구입하는 비용 부담 외에도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공이 수도사업 업무를 위탁받을 때 지자체에게 운영대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운영대가의 계산법은 기존에 지자체에서 운영할 때 발생하지 않던 새로운 비용을 포함한다. 또한 생산원가가 물가상승에 비례하여 상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공은 운영대가에 소비자물가를 반영하여 인상분을 지자체에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한 물을 다 쓰지 못해 계약한 추정사용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손실을 지자체가 수공에 보상해야 한다. 이렇게 위탁받은 기업의 이윤을 일방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민간위탁 계약은 이루어진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수도요금 상승으로, 간접적으로는 수도사업 위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어져 지자체의 재정 악화로 나타난다.

민간위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것들

이러한 민간위탁의 부당성은 이미 곳곳에서 수공이 가져가는 운영대가를 둘러싼 분쟁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3년 처음으로 민간위탁이 추진된 논산은 협약서 내 ‘물가상승에 따른 운영대가 조정’의 해석 차이로 수공과 분쟁 중이다. 수공의 요구대로 소비자물가 인상시마다 운영대가가 인상되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위탁 계약을 취소하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계약을 파기할 경우 지자체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의 수공의 이익을 보상해줘야 한다. 보통 민간위탁 계약 기간이 20-30년이라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수공은 설사 계약이 파기된다고 하더라도 확실하게 이윤이 보장되는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번 민간위탁이 이루어지면 다시 직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0-30년 동안 위탁되면서 폐쇄된 기존의 자체 정수장을 복구하기 힘들 뿐더러, 정수장을 운영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이 모두 소실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위 사진:한국수자원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홍보이미지

공공의 탈을 쓰고 수천억의 이윤을

민간위탁이 민영화의 사전단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금의 민간위탁은 모두 수공에 맡겨져 있고, 수공은 정부 소유의 공기업이기에 공공위탁이며, 따라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공이 운영되는 시스템을 보면 ‘공공’의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수공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수도 서비스를 비싼 값에 팔고 있고, 이렇게 창출된 수익으로 매년 10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상수도 사업 위탁을 통해 지난 5년간 수공이 가져간 순이익은 무려 7천2백억 원에 이른다. 수공이 공공의 이름에 걸맞은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착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민간위탁 금지법 발의를 기대하며

수돗물을 상품화하려는 정부와 수돗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노리는 기업들, 그 선봉에 있는 수공에 맞선 싸움을 곳곳에서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민간위탁이 추진되려는 지역에서는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알리고, 민간위탁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을 준비 중이다. 작년 12월 시의회에서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시킨 경기도 광주의 경우, 2월 재상정을 앞두고 있다. 행안부가 민간위탁 명령을 내린 포항, 경주, 통영에서는 경북대책위라는 이름으로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있지 않은 지역에서도 민간위탁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돗물을 상품화하려는 환경부의 수도법 개정안에 맞서 수돗물의 공공성을 되찾기 위해, 민간위탁을 금지하는 또 다른 수도법 개정안을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에서 만들었다. 현재 강기갑, 곽정숙, 권영길, 이정희(민주노동당), 김재윤, 강창일, 최문순(민주당), 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이 발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 필요에 따라 물을 쓸 권리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그리고 이런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의무이다. 민간위탁으로 인해 ‘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 자명하기에, 민간위탁을 금지하고 물을 본래의 공공재로 되돌리려는 수도법 개정안을 환영한다. 물을 상품으로 만들려는 정부와 기업에 맞서, 물을 인권으로 지키기 위한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들의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민선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40 호 [기사입력] 2009년 02월 18일 2: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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