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옥의 인권이야기]MB 사법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병역거부자 김영익의 구속수사결정 유감

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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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어디에?

인권활동가대회가 있던 2월 26일, 용인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작년 11월 4일 병역거부를 한 김영익씨였다. 다음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았던 영익씨도 어리둥절했겠지만, 그동안 계속 병역거부관련활동을 해오던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병역거부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3년 전에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속영장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청구되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밝히며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구속하는 것은 불구속 수사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일뿐더러 최근 3년간 없던 일이기도 하니, 아마 영장이 기각될 거니 안심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상식은 무너졌다. 다음날 오전 영익씨는 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갔고,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설마’라고 생각했던 ‘구속결정’이 났다.

3년만의 일, 구속수사

김영익씨는 2008년 11월 4일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이 벌인 전쟁이 일어났을 때부터 반전운동을 했고, 전쟁에 대한 한국 지배자들의 모습에 실망하며 우리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가진 자들의 위선과 탐욕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위한 군대’에서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단 한 순간도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며 군복무를 거부했다. 물론 그는 이러한 선택이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입영일에 훈련소로 가는 대신 병무청에 직접 연락을 했다. 감옥에 갈 것을 알면서도 입영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후 2월 4일 강서경찰서에서 있었던 경찰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 그런데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월 27일 있었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결정을 내렸다.

위 사진:병역거부는 유엔에서 인정하고 있는 권리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방문했을 때 병역거부자들과 활동가들이 했던 퍼포먼스

병역거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2001년 이후, 병역거부자를 ‘직접’ 처벌하고 있는 사법부는 가장 먼저 도전을 받은 곳이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병역거부자들을 꾸준히 감옥에 보내며 그들의 ‘양심’과 맞닥뜨려왔던 사법부는 한동안 빠른 변화를 보였다. 최고형량인 3년형을 선고하던 것에서 군대에 재징집되지 않을 법정최소형량인 1년6월형이 선고되기 시작했다. 2004년 남부지법에서 첫 무죄판결이 나왔고,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작년 춘천지법에서는 “대체복무 등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만을 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를 제한하고 약자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병역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이다. 그동안 실형선고가 확실할 경우 구속수사를 하던 관행이 있었는데, 법원은 2005년 말부터 점차적으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을 근거로 영장을 기각하고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였다. 최근에는 아예 영장청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심지어 1년6월 실형을 선고한 후에도 법정구속을 시키지 않고, 항소기간이 모두 지나 형이 확정된 다음에 직접 검찰로 오게 하여 구치소로 가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런 흐름에 비추어본다면 이번 구속결정은 형평성이 전혀 없다.

행정부와 보조 맞추는 사법부

작년말 국방부는 연구용역보고서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부정적 여론조사’ 부분만을 발표하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핑계로 사실상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다. 아마도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그 입장이 쉽사리 달라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대체복무제도를 기대하며 기다려오던 사람들도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실형선고가 예상되고 어차피 수감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구속수사’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죄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무죄추정의 원칙)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금은 어떤 경우라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2007년 정부 결정으로 범법자의 신분에서 벗어났다가 이를 뒤집은 정부 탓에 다시 범법자가 되어야하는 병역거부자들이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재판을 통해 최종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이들의 자유가 구속당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동안 법원 스스로 가지고 있던 입장과도 상반되는 결정이다. 3권 분립이라고 하면서 행정부의 수반인 현 정권이 뒤로 간다고 사법부마저 따라서 후퇴하면 어떡하나.

위 사진:병역거부자들을 비롯한 평화수감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2008년 12월 1일 평화수감자의날 행사 모습.

소망과 싸움들

한국의 병역거부운동은 ‘대체복무제도’를 넘어서서 ‘군대의 본질과 군사주의 문화의 폐해’를 드러내는 적극적인 평화운동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하지만 감옥행이라는 극단적인 인권 침해가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지금당장 여기서 싸울 일이 수두룩하다. 병역거부문제가 이만큼 알려지고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지금까지 수감생활을 버텨낸 1만 5천여 명의 병역거부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렵게 진전되어온 것들이 정권과 함께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질없는 소망이지만 그려본다. 법집행을 할 때, 형평성과 원칙이 고려되기를. 재판 과정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이 존중받을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고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어서 이들이 더 이상 처벌받는 일이 없어지기를.

김영익씨는 재판과정에서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신청을 할 예정이다. 남부지법의 시계가 더 이상 거꾸로 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여옥님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42 호 [기사입력] 2009년 03월 04일 16: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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