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인권이야기] 대학, 불확실한 미래의 정거장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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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닐 때 한 선생님이 “대학은 좀 더 깊게, 좀 더 크게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곳” 이라며 대학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그곳은 큰, 깊은 학문을 공부하는 데가 아니며, 대학에 들어갔다고 마냥 축하해 주지도 못하는 곳이 되었다. 오히려 크고 깊게 고통을 느끼는 곳, 그곳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곳일 뿐이다.

4월 10일 청와대 근처인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과 삭발투쟁을 전개하던 대학생 49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요 정책으로 내놓았던 ‘대학 등록금 반값’ 약속을 이행하고 경제위기 실업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와 청년인턴제를 비판하였다. 약속은 지키지 않고 대안을 내놓지 않는 정부에게 대학생들이 약속을 지키라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만 듣지 않고 가두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이 줄어든다고 보도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에 있는 학생이라고 다를 건 없다. 이미 대학이라는 공간에는 자본이 진행하는 교육이 진행 중이고 곧 취업을 해야 할 학생들은 대졸초임임금삭감과 청년인턴제라는 경제위기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의 수작이 앞에 있을 뿐. 어느 정권이나 하나같이 지금의 위기를 국민이 ‘함께’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삼자는 말만 한다.

위 사진:4월 10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 출처: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부자를 위한 13조와 반값등록금 5조

등록금 인하는 정당한 요구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의 지표에 ‘국민 총생산 대비 공고육비 정부 부담’은 한국이 0.6퍼센트로 OECD 평균 1.1퍼센트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민간 부담 공교육비는 1.8퍼센트로 유렵연합 평균 0.3퍼센트에 9배, OECD 평균 0.4퍼센트의 4.5배다. 정부 부담이 적으면 적을수록 학부모와 학생은 힘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야기한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금액은 약 5조원이다. 등록금 총액은 12조원이고 장학금을 뺀 나머지는 10조원이다. 그들이 말한 5조원만 투입한다면 ‘반값등록금’은 가능하다. 정부가 부자 감세 정책을 추진하며 줄어든 재정은 2009년 13조원, 내년부터는 해마다 20조원을 넘을 것이라 한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위기의식을 느끼며 내놓은 긴급 교육비 지원 대책은 2072억 원으로, 공약한 5조원의 4%를 약간 넘는 돈이다. 대한민국 1%들을 위해 감세는 급하게 강행하면서, 위기에 몰린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5조원을 왜 쓰지 못하는가.

청년인턴제, 또 다른 착취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1월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2008년 1월에 비해 10만 3000명이 감소, 청년층의 일자리는 무려 24만개나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업자의 수는 84만 8천명이라고 하지만 취업 준비생 52만 명과 구직 단념자 16만 5000명, 쉬고 있는 사람 176만 6천명까지 합하면 사실상 실업자의 수는 346만 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졸업하는 대학생 55만여 명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고용대란은 현실이 되었다.

정부는 실업대란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으로 ‘청년인턴제’라는 것을 도입했다. 행정인턴제도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도는 100만원 남짓한 임금, 10개월 정도의 임시직이다. 인턴이란 이름으로 전문 분야별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청소, 복사 등의 일을 한다. 결국 짧은 기간 동안 저임금으로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취지일 뿐이다.

게다가 10개월의 인턴생활이 끝난 후, 정규직이 되는 일 역시 쉬운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인턴의 채용으로 인해 정규직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많다. 지금도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를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고용 불안정성’만 더욱 심화시킨다. 결국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처음부터 당사자의 눈, 실업을 눈앞에 둔 청년의 입장에서 봐야했다.

위 사진:기자회견이 끝나고 공약이행을 주장하며 삭발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 출처: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0대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

1000만원이라는 고액 등록금과 닥쳐올 실업이 겹쳐지며 20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눌려 있다. 그래서 노동의 현장이 아닌 죽음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그/그녀들의 현재를 보라. 사람답게 살아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스스로 눈을 감아버린 죽음. 등록금 때문에 사채를 쓰고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대학생과 그 사실을 알고 자식을 죽이고 자신도 죽은 학부모와 등록금이 없는 현실을 비관해 죽어간 대학생이 있는 현실을 똑똑히 봐야 한다.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자가 있다. 서민의 삶을 안다고, 밑바닥까지 살아보았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1퍼센트 사람들의 삶이고 거대 재벌의 힘을 늘리는 데만 몰두한다. 그가 이런 식으로 산다면 불확실한 미래는 지속된다. 책임을 져야 할 그가 버려둔 책임의 동전은 돌고 있다. 이제 동전이 쓰러지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건 어쩌면 우리에게 달린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재영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48 호 [기사입력] 2009년 04월 15일 8: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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