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전화, 이메일, 메신저… 함부로 알려고 하면 못쓰쥐!

고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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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어떤 친구들은 이것을 책상 서랍에 넣고 자물쇠로 채워둡니다. 또 어떤 친구들은 옷장에 꼭꼭 숨겨두기도 하지요. 때로는 매일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 넣어 두기도 합니다. 음, 이것은 대체 뭘까요? 바로, 일기장이에요. 여러분은 일기장을 어디에 두나요?
아무도 알 수 없는 너무 기발한 곳을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고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질까봐 대답할 수 없다고요? 살짝만 얘기해주면 좋을 텐데...-,.-;

그런데 왜 일기장은 꼭꼭 숨겨두게 될까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요!

“어제 친구랑 싸운 얘기를 썼는데, 누가 보면 창피해요.”
“아빠한테 혼났을 때, 화난 거 적어서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어요.”
“좋아하는 사람 얘기 썼단 말예요. 남이 보는 거 싫어요.”
“비밀이라고요. 사생활!!”

일기장을 비밀로 간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요. 개인적인 만남, 사건, 생각들은 담은 일기장은 그 사람만의 비밀이니까요. 물론 요즘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하지만, 일기장의 내용과 블로그의 글은 많이 다를 거예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과 ‘나만의 기록’은 다르니까요. 그것이 솔직함이든, 자유로움이든 혹은 눈치를 보는 것이든 ‘보여주는 글과 나만 보는 글’은 다를 수밖에 없고, ‘일기’는 개인의 특별한 비밀로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해요.

앗! 생각이 보여!

반드시 일기장을 훔쳐보지 않더라도 누군가 어떤 장소에 다녀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언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그 사람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사람의 행동과 경험뿐 아니라 미래의 일과 생각까지도 추측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동아리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동아리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도 해야 하고, 이메일도 주고받아야 하듯, 자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통화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무엇을 계획하는지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촛불집회에 참여한 친구들과 자주만나는 사람이라면 쥐박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누구를 만나고 통화하고 연락하는지가 드러나면 그 사람의 생각도 드러납니다.

위 사진:항상 감시당하는 건, 생각만해도 끔찍해!

하지만 사람들이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무엇을 했는지는 함부로 알아낼 수는 없어요.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누군가의 전화를 몰래 훔쳐 듣거나 어느 곳에 가는지 뒤를 쫓아다니는 것은 불법이니까요. 범죄를 저지를 사람으로 의심 가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그것도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지 가능하지요. 누구랑 전화했는지 어떤 이메일을 보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경우는 법으로 한정되어 있답니다. 왜냐면 전화 통화나 이메일, 메신저 같은 것은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일기장 같은 것이기 때문에 비밀로 보호해야하기 때문이지요.

버디버디를 감시하는 국가정보원?

그런데 앞으로 정말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요. 한나라당에서 사람들의 전화, 메신저, 이메일을 마구 들여다 볼 수 있게 법을 바꾸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바꾸려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통신회사가 회원들의 로그온 기록이나 전화통화 내역(언제, 누구랑 통화했는지 등)을 일정한 기간 동안 반드시 보관하도록 만들어서, 언제 통화하고 메신저로 누구와 얘기했는지 알고 싶으면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지요.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이름이 정말 무안해지는 거지요. 사람들 모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친구들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누군가가 여러분을 의심하면서 ‘너 어디 갔다 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봐야겠다.’라며 일기장을 넣어둔 서랍 열쇠를 가져간다면, 비밀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겠지요.

위 사진:몰래 듣기 선수! 국정원 (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범죄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에 따라서 과거의 전화통화 내역 같은 것을 조사할 수는 있어요. 지금 법에서도 범죄 의심이 있을 때, 유선전화를 몇 달씩 감시할 수 있게 되어 있기도 해요. 하지만 몰래 엿듣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에요. 따라서 통신을 감시할 때는 ‘정말 감시가 필요’한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대요. 범죄수사 때문에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법을 만들어 놓고는 국가정보원은 일반 범죄수사와 관련 없이 (2007년 8,803건 중 98% 국가정보원의 감청) 감시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이제는 핸드폰이랑 메신저, 이메일까지 쉽게 감시할 수 있게 법을 바꾸려 해서 걱정이랍니다. 옛날부터 힘 있는 정치인들과 국정원에서는 ‘자기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나쁜 짓을 저질러왔었거든요.

감시당하는 건 싫어


잘못한 게 없어도 내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보는 일기장 검사가 싫은 것처럼 감시당하는 것은 모두 싫어 할 거예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잡겠다며 모든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감시한다면 정말 화가 나겠지요?
혹시 ‘난 잘못한 것 없으니까 전화랑, 메일 보여줘도 괜찮아~, 범죄자를 잡는 거니까 경찰한테 보여주는 것은 괜찮아. 내 정보가 나쁜 데 쓰이는 게 아니니까 나를 감시하는 것은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 친구들이 얘기해 줄 수 있겠지요?

“일기장을 누가 봐도 괜찮아?”라고 물으면서요.

덧붙이는 글
고은채님은 인권교육센타 '들'의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50 호 [기사입력] 2009년 04월 29일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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