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의 인권이야기] 하루아침에 짤린 라디오 퍼블릭 엑세스

PA는 방송국의 선심이 아니야

오이
print
나는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외에 지역의 몇몇 활동가들과 함께 전북비쥬얼 립싱크노가바밴드 ‘질러’ 활동을 하고 있다. 질러는 집회나 문화제에서 누구나 ‘나도 저런 공연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한 공연을 하는 모임인데 공연 외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라디오 퍼블릭 엑세스(Public Access, 대중이 참여하는 미디어라는 의미, 이하 PA) 활동을 한다.

<민중의 방귀소리 PBS>라 이름 붙여 한 달에 한 번씩 10분 분량으로 만들어 지역의 한 라디오 방송국 프로그램을 통해 내보낸다. 주제나 형식을 자유롭게 정해 녹음하고 편집해서 방송국으로 보내면 정해진 시간에 우리의 이야기가 라디오 전파를 탄다. 거의 2년 동안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이하 영시미)의 지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군산미군기지, 언론장악 문제, 물 사유화 반대, MB악법,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등의 내용을 라디오로 제작해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다.

제작비 중단과 방영 불허

그런데 얼마 전 이 코너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PA 프로그램 폐지되기 이틀 전에 영시미의 PA 담당자가 방송국 담당 PD로부터 PA 프로그램을 없애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화통화로.... 주된 이유는 제작비 지원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영시미나 제작자에게 일방적으로 또 갑작스럽게 통보를 했을 뿐 문제가 되는 점들을 조율하거나 혹은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조차 없었다. 오랫동안 라디오 PA를 해오던 제작자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송국 측에서 제시한 이유 또한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제작비는 10분 분량에 3만원씩 지급해오던 것이었는데 많은 비용이 아닐뿐더러 제작비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문제였다.

얼마 전 다른 이가 용산유가족과 대책위의 전주방문 촛불집회 투쟁을 담아 지역의 다른 방송국 PA 프로그램에 보낸 영상이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방영되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이 어째서 편파적이라는 기준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방송국의 검열과 자의적인 판단으로 편파성과 방영 여부를 결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었다. 용산유가족과 용산참사가 제대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제작자의 목소리는 PA라는 이름을 달았음에도 방송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 사진:전북미디어센터 영시미 홈페이지에 소개된 미디어센터 설명

퍼블릭엑세스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나는 PA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제작해 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활동으로 독점화되는 미디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현행 방송법은 미디어 접근권에 근거해 PA를 보장하고 있고 방송국은 실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된다거나 방송국의 검열을 통해 방송을 불허한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시민들의 미디어 접근권, 그를 통한 언론/표현의 자유 실현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은 확인되지 않고 방송국이 시민에게 프로그램을 열어‘주’고, 방송을 해‘주’는 것이 PA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질러에서는 갑작스러운 통보, 납득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방송국 측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방송국에서 제작자에 대한 고려 없이 프로그램의 존폐와 제작물 검열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후에 다시 PA가 이뤄진다면 PA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도 마련해야한다.
덧붙이는 글
오이 님은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76 호 [기사입력] 2009년 10월 28일 2:58:03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