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②] '공유지의 비극'은 없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성과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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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현실, 이를 불법화하는 “공유지의 비극” 논리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은 공유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아는 사람에게 씨디 한장 구워달라고 해서 얻어 써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주고 프로그램을 사진 않는다. 그러나 저작권 제도와 법률들은 이것이 불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용자들은 프로그램이 자신의 필요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혹은 개인정보를 빼내가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그 내부를 검사하거나 고칠 수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하는데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령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부탁하려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오로지 개발 회사에게만 그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는 유보되어 있으며, 당연시 여겨져 왔다. 왜냐하면 개발 회사에게 그런 독점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아무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논리다. 독점권을 주지 않은 채 공공의 것으로 내버려두면, 아무도 돌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회의 부는 감소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 일구어낸 넓고 풍부한 공유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과 그 인권적 의미

위 사진:자유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는 그뉴(GNU) 프로젝트의 로고. <사진 출처; http://fsf.org>
1984년 메사츄세츠 공과대학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리차드 스톨만은 그뉴(GNU)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이는 곧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그뉴(GNU) 프로젝트는 독점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생산한 독점 소프트웨어 대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공동체가 함께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러한 자유(free) 소프트웨어란 무료(free)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사용과 수정, 배포 등 공동체가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원본 코드(컴퓨터 프로그램을 생성하기 위해 사람이 작성한 설계도. 보통은 소스 코드라고 불린다. 컴파일러라는 특정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원본 코드로부터 실제 사용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다)를 공개하고, 이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 사용허가를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자유 소프트웨어는 독점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데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공동체 내 경제적 약자들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원본 코드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개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가령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이 장애인이 쓰기에 불편하다면,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도록 프로그램을 고쳐서 쓰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검증이 가능하다. 독점 소프트웨어의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에 오류나 악의적인 동작이 숨겨져 있어도 사용자가 이를 알기가 어렵지만, 자유 소프트웨어의 경우 원본 코드가 공개되기 때문에 공개적인 검토와 검증이 가능하다.

위 사진:"Microsoft는 당신의 자유를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립니다." <사진 출처; http://fsf.org>
실제로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판매하는 MS 윈도우에 미 보안국(NSA)을 위한 비밀암호를 숨겨놓은 것이 발견되어 큰 이슈가 되었다. 이것은 국가기관이 개인 사용자들의 컴퓨터 사용을 감시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들이 제기되었고, 회사 측에서는 그것은 미국 법이 규제하고 있는 암호기술 수출제한을 따르기 위한 것이며 개인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원본 코드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자유 소프트웨어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유 소프트웨어는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에게도 평등하고 자유롭게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권리를 보편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재사유화의 금지와 자유의 보존, 카피레프트

이러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 만들어내고 중요하게 여겨온 특징 중 하나는 카피레프트(copyleft) 개념이다. 카피레프트란 자유 소프트웨어가 독점 기업 등 다른 누군가에 의해 원래보다 자유가 더 제한된 조건으로 배포되는 것을 금지하고, 원본 코드를 수정할 경우 그 수정사항을 다시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저작물 사용허가 조건을 의미한다. 즉 처음 소프트웨어 공개시 사용자에게 보장된 권리가 소프트웨어 수정/재배포 과정에서 사유화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보장될 것을 강제하는 조건이다. 공유물을 사유화할 “자유”나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카피레프트로 공개된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 수정/개선된 내용이 계속해서 공동체의 소유로 귀환하게 되며, 공동체가 공유하는 자유 소프트웨어의 저수지가 점점 더 깊고 풍부해질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 이룩한 성과와 이에 따른 생산 방식의 변화

이러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은 이렇게 공동체가 자유롭게 사용가능하고 사회적으로 검증가능한 소프트웨어들을 생산하고, 사용을 독려해왔으며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이는 전세계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웹서버와 웹브라우져 부문에서 자유 소프트웨어가 차지한 점유율이 각각 62.91퍼센트와 24.07퍼센트(*)에 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생산 방식이 좀 더 사회화된 성과를 포함한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은 초기 컴퓨터 사용자 공동체가 가졌던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문화의 원형을 계승하여 발전시켰고, 이것이 인터넷의 발전과 서로 상승 작용을 하면서 공동체에 의한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문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단순 숫자 비교가 가능하진 않지만, 가령 주요한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사이트인 소스포지(http://sourceforge.net)에 등록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갯수만 해도 37만개를 넘어서며, 그 종류 역시 일상, 과학, 기업용 등 온갖 세부 분야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몇몇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던 때와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에 의한 열린 개발은 기업에 의한 폐쇄적인 개발 양식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생산성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보였고,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에 적대적이던 독점 소프트웨어 기업들조차 “오픈 소스”라는 변형된 이름 하에 이러한 생산 양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오픈 소스” 운동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의미보다는 개방적인 생산 양식의 효율성만을 강조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이 있지만, 아직까진 독점 기업들이 내놓은 오픈소스 결과물들도 공동체의 소프트웨어 공유지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 창출이 아닌 공동체의 필요에 따른 생산

이렇게 독점권과 명시적인 이윤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자유 소프트웨어의 공유지가 풍부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소프트웨어가 지적생산물이자 그 자체로 다른 생산을 위한 도구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는 물리적인 형태를 갖는 유체생산물이 아닌 지적생산물로서, 저작권 등 인위적인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본질적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는 성질을 가진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은 지적생산물의 배포에 드는 비용을 사실상 무에 가깝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 다른 생산을 위한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생산 수단으로서의 성격은 모든 지적생산물에게 공통되는 것이지만, 특히 소프트웨어는 기능적 도구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은 초기부터 소프트웨어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들을 생산/보유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소프트웨어 생산을 위한 공동체의 생산 기반이 되면서 다시 다른 소프트웨어의 생산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더불어 자유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상의 개인 출판(블로그), 영상/영화 제작 등의 생산 도구로 활용되면서, 다른 지적생산물의 영역으로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독점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일반적인 자본주의 상품 생산의 과정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있다. 독점 소프트웨어의 경우 철저하게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생산이 된다. 그러나 자유 소프트웨어는 공동체의 내적 욕구에 따라 생산된다. 이를테면 자유 소프트웨어 생산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은 기업으로부터 임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직접적 필요에 따라 참여하게 된다. 단순히 재미가 있어서, 학문 연구에 필요해서, 지인이 좀 더 편하게 컴퓨터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나 주위의 업무 상 필요해서, 업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등 그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측면들은 소프트웨어의 생산 과정에 전통적인 공유지의 비극 논리나 재화의 독점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잘 적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이윤 창출의 과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내적 욕구에 따라 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재로서의 특성

지적재산물들은 비경합성, 비배제성이라는 공공재의 특성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내가 보유한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이 공유해서 쓰더라도 내가 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한번 생산되어 공개된 지적생산물은 누구나 접근가능하다. 저작권 제도와 법이 뭐라고 하든, 사람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음악 파일을 직접 돈 주고 사기 보다는 인터넷에서 받거나 아는 사람에게 받아서 쓰는 것은 사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지적재산물들이 공공재의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함에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지적재산물들은 자본주의적 상품으로서 생산,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에게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결국 사회적 부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에 의해 정당화 되어왔다. 그러나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성과는 이러한 논리가 허구적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지적생산물에 있어서만큼은, 사회화된 생산과 공유의 원리를 더욱 발전, 관철시켜 나가며 모든 이에게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유성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77 호 [기사입력] 2009년 11월 04일 20: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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