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애의 인권이야기] 건강관리주식회사에 나의 건강을 맡길 수 있을까?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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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란 사람들이 금연․ 절주․ 식이․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평가․ 교육․ 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확대하면 일자리 5만개를 만들 수 있다며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질병 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넘쳐나고 있지만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는 미흡하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의료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의료정책의 효율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따라서 정부는 미리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정책을 세워 국민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개인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효율적인 방향이다. 치료중심에서 건강증진과 예방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전환하는 것은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보건소에서 시행하던 건강관리서비스가 불충분하다며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형성하려고 한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을 늘리고 정부 예산이나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기보다는 아예 건강관리회사를 차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민간회사는 영리회사를 뜻하며, 00건강관리주식회사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위 사진:‘의료서비스’마저 ‘돈벌이 산업’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항의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이 확대된다면, 아프지 않은 대다수 국민이 건강관리서비스의 대상이 되며 건강관리회사의 마케팅 대상이 될 것이다. 지금도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하는 회사가 생기게 되면 부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건강관리를 할 것이다. 반면, 서민들은 지금도 생활에 얽매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내기 어렵다. 서민들은 설사 시간을 내더라도 비용이 없어서 건강관리를 포기하거나 보건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확대는 건강증진에서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도 사회 계층 간에 건강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금연 정책을 통해서도 금연 성공률은 고소득층에게 높게 나타난다. 흡연뿐 아니라 음주, 비만 등 건강행태의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또한 암은 저소득계층에게 많이 발생하고, 저소득계층 암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찍 사망한다. 저소득층 환자들의 생존율이 낮은 것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의 사회경제적 생활수준 격차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조기 검진 등 예방과 건강증진에 훨씬 취약하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도달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향유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의 하나”라고 선언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증진에 관해 ‘사람들이 그들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써 건강을 누가 보장할 것인가? 건강관리 주식회사가 비용지불이 가능한 고객에게 이러저러한 서비스를 판매하면 고객의 건강이 보장될 것인가! 고객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향상시킬 것인가? 결코 아니다. 건강관리 주식회사는 그저 돈벌이가 잘되는 서비스를 팔기만 할 뿐이다.

국가가 예산으로 공공보건사업을 하고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 모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건 없건 건강을 유지·증진하고, 병에 걸렸을 때 누구라도 치료하여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국가가 공적으로 건강증진을 하겠다는 것은 건강을 개인이 알아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약속으로 책임지자는 의미이다. 건강은 보건의료 분야 뿐 아니라 많은 다른 사회 경제 분야의 활동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목표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정책을 건강관리서비스의 시장화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국가 공공 보건사업을 확대하여야 한다. 건강보험뿐만이 아니라 예방서비스까지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

현재 환자들은 의사에게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 돈만 내면 마음대로 쇼핑을 하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환자들의 아픈 부분이나 고충을 세세히 알려고 하지 않고, 수입 올리기에 급급하다. 환자가 많을수록, 진료를 많이 할수록 의사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에서는 국민의 건강이 향상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 정책을 포기하고 국가 공공보건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동네의원들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국민주치의제도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 주치의제도란

환자의 건강상태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또 가족관계, 생활환경 등 포괄적으로 담당환자의 건강관리를 해주는 의사를 말합니다.(출처: 건강세상네트워크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조경애 님은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입니다.
인권오름 제 194 호 [기사입력] 2010년 03월 16일 23: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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