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인권이야기] 이주·여성·인권의 함정, 국제결혼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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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한 베트남 여성은 60대 중반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비록 결혼할 한국인 남성의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부동산사업을 해서 재정적인 능력이 되고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자 한다는 통역인의 말을 믿고 그 여성은 한국으로 왔다. 그녀는 그동안 너무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남성을 만나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고 고향에 있는 부모님도 도와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와봤더니 누워계시는 아흔 되신 시어머니에, 장성한 아들들은 이 여성을 쳐다 보지도 않는다. 남편도 아내인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 주지 않는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온지 1주일 만에 가까운 경찰서에 찾아가 베트남에 보내 달라고 했다. 이렇게 살 바에야 베트남에 돌아가서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그 남편을 만났다. 자녀들도 다 컸고 노년에 외롭게 지내는 것보다는 누구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베트남여성과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실 아흔 노모를 보살펴 줄 사람도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 40대나 50대 여성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해서 중개업자를 따라 베트남으로 나섰다. 그냥 보고 와도 된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현지에 갔더니, 약속했던 50대 여성은 없고, 20대 밖에 선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고 쉬운 길도 아닌데 결정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 베트남 여성들은 나이 차이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등의 말에 얼떨결에 결혼식을 하고 합방도 해버렸다.

위 사진:<출처; 경향신문>


베트남 아내의 요구에 그 남편도 합의 이혼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개업자에게 준 돈 중 얼마라도 돌려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입국한지 1주일 만에 결혼생활이 사단이 나서 당연히 그 엄청난 돈의 일부라도 돌려받아야 하는데 중개업자는 순순히 이 돈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합의이혼을 할 경우는 수속비 환불 대상이 아니란다. 이미 계약서도 작성했다고 하는데 이 남편은 그런 계약서를 작성한 기억이 없다. 물론 계약서 사본도 가지고 있지 않다. 노년에 장성한 자식들을 설득해서 다시 한 결혼인데 이렇게 되어 버리니 이 남편도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고, 중개업자 말만 믿고 넙죽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20대 초반의 다른 베트남 여성은 선을 본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느낌이 싫었다. 남편의 선택을 거절하면 합숙소에 돌아가서 베트남 ‘마담’에게 혼이 난다. 그래도 고민을 하다가 결혼식 당일 날에야 이 남편과 결혼을 하지 못하겠다고 베트남인 중개업자에게 말했다. 당연히 베트남인 중계업자는 마구 화를 내면서 한국남성이 지불한 10,000달러를 이 베트남 여성에게 물어내라고 한다. 한 달에 70달러 받으며 공장에 다닌 여성에게는 평생 만질 수 없는 거금이다. 어쩔 수 없이 비자 수속을 기다리면서 합숙을 하는 2달 동안, 남편이 초청을 해 주지 않아서 한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몇몇 베트남 여성들을 보며 속으로 빌었다. 제발 비자가 나오지 않기를……. 그러나 운이 없어 한국에 들어 왔고 남편은 매일 밤 성적으로 힘들게 한다. 도와 달라고, 베트남에 돌려보내 달라고 한국인 중개업자의 베트남 부인에게 하소연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심한 욕설과 협박밖에 없다.

그 남편과 통화를 했다. 그도 다시 살 생각은 없다지만, 결혼하느라 지불한 비용은 내놓고 베트남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지불한 업자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않는가라고 상담원이 하소연을 해보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돌아갈 비행기 표를 달라는 말은 더욱이나 나오지 않는다. 중개업자는 ‘자신이 싫다고 집을 나갔는데 왜 비행기 표를 줘야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중개료가 오고갔고 당신네들이 이익을 챙겼으니 당연히 비행기 표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강변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어찌 어찌 설득해서 합의이혼을 하기로 했지만 남편이 비정규직 노동자라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다. 하루라도 빠지면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데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다.

사태가 이 정도 되면 결혼 당사자들은 서로들 원망을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그만한 각오 없이 이 먼 한국 땅으로 시집왔느냐, 그 정도로 돌려보낼 거면 큰 돈 내고 장가가지도 않았겠다”가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왜 나만 운이 없는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은 잘 살고 있는데, 남편만 괜찮으면…”(사실 지금과 같은 중개 관행 속에서 좋은 남편, 좋은 아내를 만나는 것은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

위 사진:국제결혼중개업자들은 이런 식의 인권침해적인 광고를 통해서 반인권적인 국제결혼을 부추기고 있다.<출처; 여성주의저널 일다>


엄청나게 갈취하거나 이윤을 챙긴 베트남 현지의 중개업자, 베트남과 한국에 사업체를 차리고 몇 개의 지사를 거느렸다고 자랑하며 1주일에 한 업체당 수십 명씩 한국으로 입국시키는 큰 업체들, 그리고 오늘도 한 건하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남성들을 모아서 베트남으로 떠나는 작은 사장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현지 업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서 현지에서 이미 고리의 사채 빚을 지고 오는 여성들이 늘기 시작했다. 당연히 한국업자들은 모른 척한다. 남편들은 전혀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이주 여성의 미래는 남편의 처분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 간의 상업화되고 분업화된 국제결혼중개행위는 이미 도를 넘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이들과 관련되어서 벌어지는 몇몇 관행화된 행태는 사실 “trafficking(소위 '인신매매')"이라도 보아도 무관한 경우도 발견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결혼중개행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도 어둡고 연계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이 박탈된 이주 여성들, 그리고 일단의 한국인 남성일 수밖에 없다. 강력한 규제가 시급히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촌 지역에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일환으로 국제결혼중개업자를 ‘모시고’ 설명회를 여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계시다’고 하는데,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김민정 님은 이주.여성인권연대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15 호 [기사입력] 2006년 08월 02일 5: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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