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추락하는 감옥인권, 날개가 필요하다! (상)

이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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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명박 정권 들어 후퇴하는 감옥의 인권현실과 행형 정책의 문제점, 대안을 두 번에 나눠 [벼리]에 싣습니다.


여기저기서 20여년 공들여 쌓아올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탑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감옥은 ‘민주화’ 이후에도 인권의 햇볕이 가장 늦게 스며든 곳이다. 내 기억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2003년 이후라고 생각된다. 재소자들의 거실에 TV와 싱크대가 들어오고, 새롭게 지어진 일부 시설에서부터 바닥 난방이 시작된 것이 그 때부터다. 사실 지난 10여 년 동안 감옥에서 일어난 변화는 ‘전시행정’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빈약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가 그리워진다. 원래 풍족한 집안에서는 가보 하나쯤 없어져도 당장 티가 안 나지만, 허술한 오막살이집에서는 밥숟가락 하나가 없어져도 금세 티가 나는 법이다. 감옥의 인권상황이 바로 그 턱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 명백한 후퇴라고 판단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일간 신문도 마음대로 읽지 못하게 하는 감옥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으로 구속돼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동우 씨는 5월 12일자 경향신문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사회면(12면) 한 귀태기가 오려져 뻥 뚫린 채 들어온 것이다. 만일 우리 집으로 매일 배달되는 신문이 이렇게 들어온다면 신문보급소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 씨는 담당 교도관을 불러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교도관은 “교정·교화상 규정에 위배되는 기사라 삭제했다. (해당기사의) 내용이 외설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너무나 당당하게 말했다. 관련규정을 보여 달라 했더니 “그럴 의무가 없다”며 정 알고 싶으면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하라고 한다. 자비로 구독하는 신문의 일부기사를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가위질 한 것만 해도 열 받는 일인데, 무슨 이유로 어떤 근거 규정에 따라 그랬는지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춘천교도소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서울구치소, 수원구치소, 원주교도소, 안양교도소 등지에 수감된 구속노동자들도 여러 번 당했다.

일간신문이 무엇인가? 거리에서, 지하철역에서 흔희 접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언론매체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재소자라는 이유로 일간신문마저 검열을 당하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권리마저 억압받아야 하다니, 그렇다면 일간신문보다 덜 대중적인 신문, 사회단체에서 만드는 비공식 간행물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때는 신문 자체를 못 보게 하게 한 적도 있었고 1987년 ‘민주화 투쟁’ 직후인 노태우 정권 때까지만 해도 눈에 거슬리는 기사들을 가위질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 후 정권교체가 되면서 이런 야만적인 인권침해는 과거의 기억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법무부가 “교정 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악습이 되살아나고 있다. 2007년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어디를 뒤져봐도 명확한 근거규정은 찾아 볼 수 없다. 서울구치소 사회복귀과에 전화를 걸어 근거규정이 뭐냐고 따져보니, 담당 직원도 난감해하면서 ‘견강부회’(牽强附會)식으로 근거규정을 끌어다 부친다면 형집행법 제24조(물품의 자비구매)라고 했다. 직접적으로는 2008년 12월 8일 “수용자교육교화 운영지침”(제25조)에 따라 “도주·자살·난동 등 교정사고에 관한 기사로서 수용질서를 현저히 교란할 수 있는 기사 또는 광고”, “취식거부, 작업거부 등 규율위반을 선동하거나 수용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는 기사 또는 광고”가 실려 있을 경우 재소자가 열람하는 신문의 기사내용을 따라 ‘삭제’할 수 있다고 한다.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얼렁뚱땅 신문을 ‘자비구매 물품’ 목록에 포함시켜 재소자의 기본적인 알 권리,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하려고 드는 법무부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법무부 지침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행정명령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교도관들은 헌법이나 국회에서 통과된 상위법보다 이것을 더 우선한다.

장관의 지침은 상급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은 ‘교정관련 기사나 광고’에 한정하고 있지만 이런 관행이 확대된다면 정치, 경제, 문화 등 어떤 기사도 마음대로 가위질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현장의 교도관들도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수백 부, 수천 부 되는 신문을 일일이 뒤져가며 가위질을 하는 일이 여간 곤욕스럽지 않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일을 인력 낭비해 가며 다시 하고 있는 것인지, 상식적인 머리로는 저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재소자 ‘군기잡기’를 위해 불법적인 ‘알몸 검신’자행

‘석궁 사건’으로 구속돼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명호 씨는 지난 3월 25일, 합당한 이유도 없이 원주교도소에서 춘천교도소로 강제 이송되었다. 춘천교도소는 김 씨가 이송돼 오자마자, 일명 ‘까마귀’라 불리는 기동타격대를 동원해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당사자가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방식으로 ‘알몸 검신’을 진행했다. 공포에 질린 그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겠다고 하면서 입방을 거부하자, 교도관들이 달려들어 폭언과 함께 팔을 꺾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춘천교도소는 김 씨에게 ‘교도관 지시 불이행’이란 이유로 처음에는 ‘금치 10일’의 징벌을 내렸고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징벌위원회를 다시 열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금치 21일’의 징벌을 내렸다.

지난 해 3월 말 서울구치소에서 춘천교도소로 이송 돼 온 촛불 양심수 권 아무개 씨도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항문검사’를 포함한 ‘알몸 검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권 씨에 따르면 춘천교도소로 이송 오는 모든 재소자들이 죄다 ‘알몸 검신’을 받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찍어서 강제했다니, 교도소 당국이 ‘알몸 검신’을 ‘군기잡기’ 수단의 하나로 악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쌍용차 파업으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기호 씨도 4월 16일 상고심을 기다리기 위해 수원구치소에서 안양교도소로 이송돼 오던 날, ‘알몸 검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전국의 구금시설에서 재소자들이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알몸 검신’이 남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몸 검신’에 대해 헌법재판소(2002.7.22/2000헌마327)와 대법원(2001.10.26/2001다514066)은 “금지물품의 구체적인 혐의가 있고 그것이 흉기 등 시설의 안전과 질서에 현저한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통상적인 조사방법으로는 금지물품을 발견하기 어려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정해야”한다며 엄격하게 제한한 바 있다. 2007년 12월 개정된 형집행법(제93조)에는 이러한 판례를 반영해서 “수용자의 신체를 검사하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고통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할 것과 “특히 신체를 면밀하게 검사할 필요가 있으면 다른 수용자가 볼 수 없는 차단된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정당국이 신체검사 방식을 개선하기는커녕, ‘금지물품(마약, 총기, 도검, 담배, 주류 등) 반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재소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알몸 검신’을-그것도 특정인만 골라서 막무가내로 강제하는 건 불법행위가 분명하다.

외부병원 치료비 개인부담 확대, 국민건강보험 적용범위 축소

지난 5월 1일부터 법무부 지침에 따라 구금시설 재소자들이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적용받아 왔던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원칙적으로 중단되었다. 국민건강보험법(제49조)은 국민이라 할지라도 ‘교도소 기타 이에 준하는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때’에는 국가가 보험료나 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도소 안에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는 재소자가 늘어나면서 이슈화 되자, 법무부는 뒤늦게 2006년 1월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고 해마다 예탁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재소자들도 외부병원 진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법무부가 교정예산이 삭감된 데다 갈수록 늘어나는 국민건강보험 예탁금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2007년 형집행법(제37조) 개정과정에서도 법무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하여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 재소자에게 자비부담을 강제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문제가 많은 규정이었다. 어디까지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볼 것인지 기준이 애매한데다, 교도소에서 발생하는 자해사고 대부분이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처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는 점을 감안할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랄 할 수 있다.

5월 1일 법무부 지침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교도소 당국은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재소자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교도소가 판단하기에 병세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외부병원에 나가 진료받기를 원하는 재소자들의 경우 모든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다. 병세가 심각하지만 돈이 없어 외부병원 진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소자들의 경우만 국가가 종전처럼 치료비와 건강 보험료를 계속 부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돈이 없는 재소자들은 죽도록 아픈 경우가 아니고선 외부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질병은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한데도 말이다.

법무부가 예산을 틀어쥐고 감사권을 휘두르기 때문에 외부치료를 받아야 할 심각한 환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교도소장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외부병원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우선순위가 재소자들의 건강상태 보다는 재정부담 정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교도소 안에 적정수의 전문의들이 상주해 있고 예방치료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어느 정도 말이 된다. 하지만 교도소 내부의 의료 인력과 설비는 여전히 취약해서 간단한 투약과 부상치료가 가능할 뿐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의사 수 역시 재소자 565명당 1명꼴(2009년 1월 현재)로 열악하다. 물론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예외가 된다.

국가는 구금시설 안에서 재소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포괄적인 의료보장 책임이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교묘하게 이러한 의무에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재소자들에게 소송 출정비용까지 부담시켜

법무부는 훈령을 통해 올해 2월 1일부터 훈령을 통해 구금시설 재소자가 민사 등 개인 소송 때문에 수용된 구금시설의 관할 구역을 벗어나 법원에 출석(출정)하는 경우 연료비와 통행료 등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민사재판 등 소송 수용자 출정비용 징수에 관한 지침/법무부훈령 제756호, 2009.12.29, 제정〕

재소자들이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민사, 가사소송 등을 남발하면서 관련 예산 및 인력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종전대로 국가가 계속 부담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긴 했지만 실효성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교도소는 가급적 예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비용지원을 까다롭게 제한하면서 재소자들에게 심지어 재판을 포기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구금시설 재소자들이 제기하는 대부분의 소송(민사, 행정 등)이 소 내 환경개선이나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법무부의 이러한 조치는 자신들의 허물을 가리면서 재소자들의 권리구제를 가로막는 억압기제의 하나로 작동되고 있다.

재소자들이 수감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생필품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당연히 지불해야 할 치료비, 법정 출장비용까지 떠넘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행형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면서 재소자들이 강제노역에 참여한 대가로 받고 있는 “작업 장려금”은 왜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수준으로 올려주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예로 든 인권침해 사례들은 구금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태만상(千態萬象)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의적인 서신검열과 통제가 난무하면서 개정된 형집행법의 ‘서신무검열 원칙’은 있으나마나한 규정이 돼버렸다. ‘독거수용 원칙’은 현실에서 훨씬 더 멀어져 가고 있고 고질적인 과밀수용 문제 또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력부족을 이유로 재소자들의 운동시간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개정 법률에 따라 CCTV 설치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 또한 심각하다. 수원, 인천, 평택, 여주 등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형’ 구금시설들일수록 재소자 인권보다는 감시와 통제에 주안점을 두어 설계되다보니 불법적인 감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운동장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재소자들은 그야말로 인간이하의 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해 10월부터 재소자들 간에 ‘위화감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외부 영치품 품목 수를 대폭 줄이면서 필요한 생필품을 소 내에서 자비구매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품목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는데다 품질이 조악해서 재소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광열 님은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입니다.
인권오름 제 209 호 [기사입력] 2010년 06월 30일 17: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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