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위해 대북삐라를 살포해야 한다는 황당한 국가인권위

박석진
print
<글쓴이 주>

지난 6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는 김태훈 비상임위원의 제안으로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에 관련 권고안'이 논의되었다. 김태훈 위원이 제출한 의안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에게 대북한류전파 등을 통해서 북한주민이 외부의 자유로운 정보에 접근하여 인권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안건이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비교적 격렬한 찬반논의 끝에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좀 더 연구하고 보완해서 이후 언젠가 재상정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비록 지금 당장 이 안건이 국가인권위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지는 않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논의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왜 전혀 인권적이지 않은지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후 다소 완화된 의안이 재상정되더라도 기본 취지에 대한 기록과 문제점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아래 국가인권위)가 ‘인권’을 위해 대북방송을 재개하고 대북삐라를 살포해야 한다는 권고를 논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6월 28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김태훈 비상임위원이 위와 같은 내용의 안건을 제출하면서 놀랍게도 ‘진지하게’ 찬반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인권’만 갖다 붙이면 국가인권위의 인권 권고안이 될 수 있나. 인권을 위한다는 이유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평화기도회’ 참석이 인권과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1부 ‘막장 코메디’였다면, 국가인권위는 2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도 웃음거리가 되고 싶다면.

이번 논의안의 첫 번째 웃음 포인트는, ‘한류전파’를 인권교육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김태훈 위원이 제출한 의안을 보면 “대북한류전파 등을 통해서…인권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고 되어 있다. 한류가 언제 인권교사가 되었나. 한류드라마가 인권교육 교재이고, 한류스타가 인권교사라는 말인가. 국가인권위원들은 한류드라마 보면서 인권교육 받나? 물론 한류문화 중에는 인권적인 내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가 그런 내용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나 있을지 심히 의문. 같은 문서에서 “‘한류’와 같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면모를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전달하여 북한 주민을 계몽하고”라는 내용도 있다. 한류만 접하면 북한 주민들이 계몽되나.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지? 위원장님을 포함한 국가인권위원님들부터 계몽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

두 번째는, 자꾸 북한 주민들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점이다. 위 문서를 보면, “북한주민들의 인권의식을 깨우쳐”라는 내용과 “북한 주민을 계몽하고”라는 내용이 있다. ‘인권고수’이신 국가인권위 혹은 남한 정부 혹은 보수반북단체들이 ‘인권무지렁이’들인 북한 주민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일방적인 위계와 구분을 없애고자 부단히도 노력해온 인권교육의 정신은 엿 바꿔 먹었나. 국가인권위가 주장하는 그 “인권”,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못 알아듣겠으니 우리에게 먼저 가르쳐주시라.

세 번째는, 국가인권위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꾸 삽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 꼭 있다. 위 문서는 “남북대결 상황에서 보복응징이라는 차원의 군사적 심리전 재개보다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외부세계의 사실들, 국제적인 이슈나 한류와 같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면모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을 통해 살펴보면, 북한이 대북방송 재개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대북방송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대북방송 자체가 남북대결의 상징이자 대결을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대북방송을 재개하면 스피커를 공격하겠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옆에서 ‘그럼 대북방송 내용을 바꿔서 하면 되지’라고 하는 것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 밉다는 ‘말리는 시누이’? ‘먹을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던, 뭐 그런?

웃고 넘길 수 없는 일들도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금, ‘인권개선’을 핑계로 전쟁이라도 일으킬 태세다. 대북삐라 살포나 대북방송 재개 등 모두 남북의 군사적 대립을 강화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혹시 국가인권위는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통해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어쩌면 이렇게 전 미국 대통령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나. 이라크파병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는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인지. 도대체 전쟁을 선동하는 인권이 어디 있나. 당신들의 전쟁 선동이 우리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또 국가인권위는 이 안의 내용을 자꾸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접근”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도대체 누구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가. 실은 북한주민의 자유가 아니라, 국가인권위와 보수반북단체들의 대북삐라를 날리고 싶은 자유 아닌가. 도대체 누가 나의 자유를 대신 주장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국가인권위는 여기, 수많은 ‘나’가 주장하는 ‘자유’나 외면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국가인권위마저 대북삐라 살포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번 안 내용 중에는 “정부는 가지고 있는 유휴자원을 지원하고…민간단체는 자신들이 갖는 장점을 중심으로 역할을 극대화해 나간다면”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면서 “풍선을 통한 대북전단 발송, 확성기 방송, 전광판 설치, FM 방송, 휴대폰 등의 대북한류전파 등”을 추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대북삐라 살포가 남북 대결을 부추기고 군사적 긴장까지 조성하는 상황에서 ‘대북삐라 살포 지원’이 북한인권법안에서 빠지면서 좌절되자 이렇게까지 또다시 추진하는 것은 결국 보수반북단체들 퍼주기에 국가인권위가 나서자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 국가인권위 권고 논의도 결국 보수반북단체들을 지원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실내용? 그렇다면 처음부터 “솔까말(솔직하게 까놓고 말하기)”하시던가~

무엇보다도 가장 웃긴 건, 이런 인권 같지도 않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내용을 국가인권위에서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는 사실이다! 대화 좀 하자고 하면 바쁘다고 얼굴도 잘 보여주지 않는 분들께서! 게다가 하마터면 권고안으로 결정될 뻔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헐- 국가인권위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나. 큰 웃음 빅 재미 준 국가인권위에 고맙다고 해야 할지, 이제 고만 하시라고 진지하게 말려야 할지.
덧붙이는 글
박석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11 호 [기사입력] 2010년 07월 13일 23:08:40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