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실의 인권이야기] 다문화가정의 한국여성들

“언니, 다문화라는 말이 싫어요! ”

정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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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커플가족들의 오랜만의 외출

7월의 더위를 날리고 싶고, 아이들과도 놀아보고, 일하느라 바쁜 남편도 쉬게 할 겸 가족캠프를 계획했다. 때마침 파키스탄 커플모임의 회원 한 분이 다문화가족협회 차원보다는 우리끼리 가서 수다도 떨고, 아이들과 물놀이도 하고 싶다며 제안을 했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 작년 모두 7월이나 8월에 다문화가족협회 차원의 캠프가 있었지만 올해는 없다. 여러 자조모임들이 함께 꾸려가는 협회는 각각의 자조모임들이 관계를 맺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프로그램이 많아 여름 내내 이 캠프, 저 캠프로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조모임 중 파키스탄 이주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들의 모임인 파키스탄 커플모임으로서 우리는 1박 2일의 짧은 여행계획을 세우고 대부도로 향했다. 계획과 달리 남편들이 가족들을 부양하는 일 때문에 바쁘거나, 다른 계획들이 있어서 많이 동참하지 못했다. 오직 같이 간 일곱 가족 중 한 가족만이 아빠랑 동참을 했다.

경기 창작센터의 이사님의 도움으로 경기영어마을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또한 그곳의 선생님들께서 ‘사진앨범 만들기’라는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셔서 가족들이 사진도 찍고 기념앨범도 손수 만드는, 재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프로젝트도 아니고 어디서 재정을 지원받은 것도 아니지만, 아는 분의 도움과 약간의 회비 그리고 직접 준비해 온 맛있는 양꼬치와 오리훈제로 바비큐를 해먹으며 가족들은 오랜만의 외출을 행복해 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간만에 우리끼리 추억만들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6년 전쯤 발안의 한 별장에서 그렇게 한 때를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 때와 지금의 달라진 상황과 변화의 과정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깊은 밤 아이들을 재우고 밤새 수다로 풀어내었다.

그 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얘기를 나누다 누군가의 입에서 “언니 ‘다문화’라는 말이 싫어요! 그리고 짜증나요!”라는 말이 나왔다.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인 즉 최근에 다문화가정프로그램 공고를 보고서 신청을 했더니 결혼이민자여성이 아니라고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다. 아니 자기는 한국 사람이지만 남편이 이주남성인데, 왜 그런 프로그램은 꼭 결혼이민자여성만이 해당이 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문화’관련 지원은 모두 이주여성들만 해당된다고 하면서 이게 무슨 다문화지원정책인지 요즘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 차별에 대해 주최 측에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도 없다면서 도대체 왜 그런 거냐고 했다.

10%의 결혼이민자 여성들을 위한 다문화정책, 그것도 대상화되고 있어

그렇다! 외국인 백 만 시대에 필요한 ‘다문화정책’이라며 쏟아져 나오는 각종 지원프로그램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우리처럼 이주남성과 결혼했거나 이주노동자가족이거나 난민일 경우에는 지원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나, 구조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장벽들이 놓여있다. 한국으로 유입된 전체 이주자들(유학생 등 포함) 중 한국산업사회의 노동인력을 구성하는 이주자들이 59%에 해당되고 결혼이민자는 겨우 10%를 좀 넘기고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다문화관련 프로그램은 그 10%를 위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당사자인 결혼이민자여성은 그 많은 프로그램들을 소화해 내기 위해 이 단체로 저 단체로 동원되거나 중복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 그 스스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기능하면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 있다. 즉 결혼이민자여성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동원 대상으로서 이용당하면서 단체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대상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복지의 수혜자로서 피동적이고 뭔가 부족한 사람들로서 낙인찍히는가 하면, 결혼이주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 기회들을 자꾸 박탈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들은 자조모임을 꾸리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런 프로그램에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을 연구대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인터뷰를 거절하는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자 사람들이 왜 인터뷰하기가 힘드냐고 물어온다. 그런가 하면 어떤 기자는 기사 기획만 하면 인터뷰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어떤 대학의 한 부설기관은 자신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2, 30명 모집은 간단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참여자가 없다고 야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남성과 사는 가정들은 해당되지 않거나,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위 사진:정부가 추진하는 다문화는 무엇일까? 법무부는 한쪽으로는 이주노동자를 무작위단속추방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다문화를 외친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주최하는 다문화생활체험 수기를 모집홍보( 법무부 홈페이지)


이주남성과 결혼한 가정들이 받는 차별과 ‘다문화에서도 배제’되는 차별적 현실

이주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들의 삶은 과거에 한국사회가 가져왔던 편견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양공주’니 ‘튀기, 혼혈아’니 하면서 외국인과 사는 한국여성들과 그 아이들에게 보여 준 차별적 시선과 행동들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결혼했던 1994년도에는 국제결혼 관련법이 부계혈통중심이어서 외국인여성들은 한국남성과 결혼한 경우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적취득이 당연한 거였지만, 한국여성과 결혼 한 외국인 남성은 국적은커녕 비자조차 취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지금, 법은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도움과 당사자 운동으로 인해 양성평등에 걸 맞는 법으로 변화되어 법적 신분적 지위는 동일해졌다. 그러나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문제는 여전히 성(gender)차별적이고, 인종(race)차별적이다.

영어강사로 취업을 시도하면서 미국인이 아니어서, 그리고 외모가 백인이 아니어서 차별을 경험하는 이주남성인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아픔을 함께 겪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결혼과 함께 가족의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결혼한 이주남성들은,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제한과 경제적 자본의 취약함으로 인해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러한 상황을 함께 견뎌야 하는 한국여성들은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절망을 느낄 때가 그만큼 많다. 결혼을 했어도, 귀화를 했어도 여전히 이주노동자라는 위치는 변함없을 때, 오히려 자신이 결혼을 비자를 받기 위해 한국여성을 이용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릴 때, 그리고 무슬림으로서 살아가고 싶어도 제도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을 때, 그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한국여성들도 차라리 파키스탄에서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거라고 여기며 비행기를 탄다. 따뜻한 환대와 대가족의 사랑이 있는 그 곳에서 북적대는 가족들 틈에서 넘치는 사랑 가운데 아이를 키우는 것이 한국에서 다른 시선과 부당한 차별 속에서 기죽이며 키우고 싶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편을 위해 그곳에서 삶을 뿌리를 내리고자 한다.

한국 국민으로서 태어나서 여자나 남자로 사는 일이 뭐 그리 다른 삶일까 싶었던 나의 20대의 생각은, 파키스탄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이주한 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으로 사는 일이 간단치 않은 일’임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그런 나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살고 있는 파키스탄 커플모임의 한국여성들은, 왜 한국사회가 이렇게 변화가 느린지 답답해하고 있다. 그냥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정혜실 님은 파키스탄 남성과 살면서 딸과 아들을 둔 아내이자 엄마이며,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한국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다문화가족협회의 공동대표입니다.
인권오름 제 214 호 [기사입력] 2010년 08월 04일 14: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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