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물구나무] G20 공익광고, ‘당신이 시민 외교관’에 담긴 진실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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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격(格)은 무엇으로 결정이 될까? 물질의 필요를 넘어 마음의 풍요가 선호되는 현 시대,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며, 무엇을 갖추어야 선진국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단순히 경제적인 조건의 충족만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물론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는 예외가 되겠지만, 적어도 문명의 혜택을 받은 국가들의 경우엔 그 해답이 ‘삶의 질’과 ‘시민의 자유’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는 11월 11일~12일 한국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가 진정으로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향하고 있는 증거가 되는지 진지하게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20개의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출입경제 10위권의 대국이라는, 서민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수치로써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요즘 일어나는 사태들을 보면 전혀, 전혀 아닐 것이다.

사건이 시작 된지 벌써 230여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강제철거에 반대하여 농성 중인 홍대 앞 두리반은 현재 한국 사회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민을 무시하는 막개발에 항의하는 인권활동가들에게 ‘전기 공급 중단’이라는 무자비한 조처를 취하는 시공사를 방관하는 정부에게서 ‘선진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한 몰관용과 몰이해는, 곧 항의의 권리와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으로 이어지는 걸 모르는 것일까? 하긴, 알았다면 “촛불시위를 법질서 파괴세력이 주도했다.”는 어이없는 망언을 한 사람을 경찰청장 내정자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렇듯 국가의 격을 깎아내리는, 상식에 어긋나는 정치 행태(두리반에만 국한되지 않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에 지면이 모자랄 정도인)를 보여주고 있는 정부가 ‘당신이 시민 외교관’이라며 멋진 웃음을 타국의 사람들에게 선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을 향해 아시아 최초로 G20이 정상회의가 열리니, 우리가 의장국이니, 오시는 손님들을 웃음으로 ‘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대를 위해서는 불법적인 불심검문과 알몸투시쯤은 참아야 하고, 노숙인은 보이지 않게 가둬야 하며, 이주노동자는 쫓아내야 한다고 암시한다. 이미 노숙인과 이주노동자는 환대의 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시민외교관이 될 수도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기도 하다.



또한 정작 시민외교관으로서 국민들이 알아 G20에 관한 정보는 없다. G20에 소요되는 예산, 회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의 공개 등은 알 수 없다. G20이 우리의 삶과 전 세계인의 인간다운 생존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없다. 그저 G20의 성공적인 성사를 위해 시민들에게 ‘외교관’이라는 공범을 지우며 웃으라고만 한다. 그러면서 공익광고는 ‘환대가 아닌 행위’에 관해 이적행위이고 반국가적 행위이며 반외교적인 행위임을 암시한다.

경제적인 것, 즉 ‘돈’만이 최고인 줄 알고, ‘사람’ 앞에선 군림하려고만 하는 어설픈 졸부들은 누구나 멀리하고 싶어 하는 이미지이다. 간혹 의례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웃음을 짓겠지만 말이다. 곧 있으면 개최될 G20에 참가할 수많은 나라의 수장들이, 웃으며 한국의 관료들에게 악수를 청할 사람들이, 혹시나 우리나라를 어설픈 졸부처럼 여기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정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16 호 [기사입력] 2010년 08월 18일 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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