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인권이야기] 최고의 환경운동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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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어느새 계절의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네요. 가을빛은 회색도시마저 그윽한 맛을 돌게 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문득 숙성의 분위기가 흐르고 삶과 주변을 돌아보게도 만듭니다. 예전과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단풍이 곱게 들던 흰 눈이 내리건, 대지가 새싹을 틔우건, 우리들 마음은 계절의 변화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는 일이 바쁘고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기 때문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톱니바퀴의 부속품처럼 기계적이고 팍팍한 삶 속에 놓여있습니다. 인권이니 자연, 환경, 생명이니, 모두 자신의 이야기지만 얼마나 실감나게 느껴질까를 생각해보면 머나먼 남의 나라이야기 될 것입니다. 환경보호의 목소리가 드높지만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환경이 계속 나빠지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이 당위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톱니바퀴 같은 시스템에, 정밀한 수익률 계산, 민첩한 기계적 작동에 진 결과입니다.

지난 10월말 KEC 구미공장의 김준일 지부장이 분신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대화를 거부하는 고압적 태도의 사측과 무리한 경찰병력 투입이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었겠지만 지금은 정치인들의 의례적인 액션이 오갈뿐 세상은 제갈 길을 갑니다. 기륭전자의 복직투쟁이 1895일 만에 타결되었습니다. 그 처절했던 과정에 수많은 사람들의 뿌린 눈물의 기억을 아련히 뒤로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익숙한 조립라인, 다시 시작될 고된 노동을 우리는 애써 승리의 기쁨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세상의 속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매달고 저만치 앞서가지만 어쩔 수 없이 익숙한 이러한 풍경들은 뒤돌아볼 겨를 없이 빠르게 뒤로 사라집니다. 상대적 속도에 뒤쳐져 사회적으로 늘 과거에 머물게 되는 난처한 상황, 실시간 사회의 정보처리속도에서 소외되지 않고 인간존엄성을 드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추구하는 가치 - 환경, 인권, 민주주의, 부, 다양성, 종교, 채식, 동성애, 그 무엇이든 - 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 주장하지 않으며 ‘이것이 정의고 나는 정의롭다’식의 자기 신념적 ‘정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 사람과 삶을 운동의 소재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존재자체를 주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회가 갈수록 팍팍하고 옥죄어 올수록 사람들은, 생명은, 울림이 있고 감동이 흐르는 곳으로 향하게 됨을 봅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숨통을 트이고 자신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겠죠.

위 사진:[그림] 윤필


지금은 진실한 마음 없는 ‘환경’, ‘녹색’이란 말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눈 가리고 아웅 하기가 될 수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여기서 최고의 환경운동, 환경실천은 무엇일까. 전기 아껴 쓰기, 물 절약 하기, 재활용 잘하기, 일회용품 줄이기, 자동차 적게 타기. 소중한 실천들임에는 분명하고 ‘환경지킴이’의 자부심도 가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에너지 소비, 사람을 부속품으로 삼고 강을 막고 산을 헐고 바다를 메워 돈벌이하는 경제,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무분별한 상품소비문화와 물질주의를 넘어서지 않고는 환경도, 지구도 구할 수 없겠습니다.

당위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열 번의 ‘환경실천’보다, 강변을 따라 걸으며 강의 생명력을 느껴보는 것, 숲의 깊은 호흡에 내 숨결을 실어 보는 것, 숨 막히는 도시빌딩숲 사이로 파란 하늘을 두 눈과 가슴에 가득 담아보는 것, 옆 사람과 눈을 맞추며 진실하게 이야기하는 것, 이웃의 곤경에 절로 손 내미는 것, 내 마음 속 분노를 풀어 세상과 화해하고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 이것이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 자체가 위대한 힘이 될 수 있는 이유이며 모든 살아있는 실천의 바탕이 됨을 다시 깨닫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재용 님은 풀꽃세상 사무국장 입니다.
인권오름 제 225 호 [기사입력] 2010년 11월 03일 14: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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