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 ④] 무엇으로 노동을 평가하는가

청소노동자 비정규직은 당연하다?

민혁, 옥수수, 종인, 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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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 말이 만들어졌을 때는 정말 귀천이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발 딛고 현재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 온라인 포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대답한 이들인 5명 중 3명꼴이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그 대가로 지불받는 임금도 다르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이렇게 노동의 위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이 격차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따뜻한 밥 한 끼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만나온 청소노동자들, 우리가 만난 그녀들의 현실은 어떨까?

분절화된 노동시장

2008년 중앙고용정보원의 고용구조조사(OES: Occupational Employment Statistics Survey)에 따르면 한국의 건물 청소 노동자는 377,927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2.3%를 차지한다. 이는 조사에 포함된 총 426개 직업 중 4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청소노동에 종사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08년 기준 평균 796,000원으로 최저임금을 밑돈다. 불안정 노동이 확산되면서 저임금에 고용불안정은 대부분의 비정규직의 현실, 그러나 ‘청소’노동이기에 덧붙여지는 것들이 있는 듯하다.

청소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고등학교 수업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없어서는 안 될 일’,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라고 하면서도 ‘청소노동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결혼할 사람이 청소노동자라면 부모님께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당장 내가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청소노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을 낮게 보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 이런 인식은 노동시장을 분절화하고 이를 통해 노동의 위계를 형성하는 구조적 원인과 맞닿아 있다.

위 사진:[그림] 윤필


송호근은 이라는 논문에서 일반노동시장과 빈민노동시장으로 분절화되어 있는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① 노동을 핵심부문과 주변부문으로 나누는 이중경제시장, ② 고숙련, 고학력자의 직무경쟁시장과 저숙련, 저학력자의 임금경쟁시장, ③ 좋은 직장이 운집한 1차노동시장과 근로조건이 열악한 2차 노동시장, 이미 이렇게 분절되어있는 노동시장은 빈곤노동계층이 저임금, 열악한 근로조건에 머물도록 구속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 나이, 학력 등의 요인들이 이런 분절효과를 더 극대화한다. 분절화된 노동시장 속에서 고령 여성들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청소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은 고령, 여성, 저학력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고, 이런 특징은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나타나고, 이는 다시 노동시장에서 청소노동의 자리를 아래로 내몰며 분절화된 노동시장을 더 견고히 하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청소노동과 비정규직의 결합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원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B사업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청소노동이 용역업체로 넘어가기 전 직접 고용 형태로 이루어졌을 땐 사정이 더 나았다고 말한다.

“예전에 (직접 고용되었을 때) 다녔던 사람은 청소일 하면서 가족들도 다 혜택 받고 그랬대요. 4대 보험 적용도 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도 있고. 그래서 B사업장에서 청소일한다고 해도 다들 좋은데 취직했다고 말하고 그랬대요.”

“병원에서 용역업체로 청소노동자 1명 당 30~40만원씩이 가요. 우리한테 와야 하는 건데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거죠. 용역업체에서 직접 일하는 게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억울한 청소노동자는 한 마디를 더한다. “용역이 왜 생겨서 골치 아프게…….”

암울한 것은 노동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오히려 나서 노동자들을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 현실이라는 점. 이명박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고용전략 2020은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기간제 사용기간 규제의 예외대상으로 청소경비업무 등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정규직양산법에 다름 아닌 비정규직보호법이 통과되기 전인 06년 8월 정부가 발표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의 업무를 핵심 업무와 주변업무로 나누고 주변업무는 외주화를 통해 간접 고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앞서 분절화된 노동시장을 정부가 나서 강화하는 꼴인 것.

이런 기조 속에서 주변업무로 분류되고 부차적 노동으로 취급되는 청소노동은 노동시장에서 우선적으로 비정규직화 되었다. 청소노동과 비정규직의 결합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을 낮게 이들의 노동이 낮게 보상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청소노동자 중 76.4%에 달하는 수가 비정규직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통제하기 쉽다. 맘에 들지 않는 노동자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노조라도 만들려고 하면 용역업체를 바꾸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들의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녀들에게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청소업무의 외주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걸레질을 왜 그렇게 하느냐는 둥 별 트집을 다 잡고……. 조회시간에는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면서 욕도 하고… 아이고, 근데 거기서 말 한 마디 하면 당장에 내쫓기는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요…”

“사람을 왕창 뽑았다가 또 한꺼번에 다 내보냈다가 그냥 수도 없이 바꾸고. 아무개는 인제 몇 년 됐으니 나가라고 갑작스레 말하고. 여기에 말대답하면 그 아주머니를 번쩍 들어서 쓰레키 리어카 속에 푹 집어던지고.”

청소노동자의 93.8%가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다고 답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들은 1.3%에 불과한 현실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겐 사용자와 대등하게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열악한 근로조건은 청소노동에 대한 낮은 인식을 만들어 내고, 낮은 인식은 청소노동을 더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밀어내는 악순환, 이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노동의 위계는 더 견고해질 것이다.

청소노동이 없다면?

유명한 놀이공원 디즈니랜드, 처음 열 때는 청소가 안 되어 쓰레기 공원으로 불려 졌다고 한다. 커스토디얼(custodial)라는 청소 전문 스태프들을 모집, ‘아기가 기어 다녀도 문제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을 해나가면서 지금의 디즈니랜드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한다.

위 사진:[설명] B사업장 청소노동자들이 치워야할 쓰레기들


청소 노동은 우리 생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잡동사니들로 뒤덮였던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걸레질까지 마친 후 공부할 때의 느낌, 하루 종일 잠가 놓았던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킨 후 느끼는 상쾌함을 떠올려보자.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어떨까? 당장 시각적, 후각적으로 불쾌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그곳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많은 병원 등이라면 이런 청소의 기능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내가 있는 공간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내가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청소노동인 것. 그러나 이런 청소노동의 가치와 대조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청소노동은 ‘지저분하고’ ‘질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상반기 이슈가 되었던 K대 막말사건 같은 일이 생긴 것이라고 본다.

위 사진:[그림] 윤필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서야 찾게 되는 의료 서비스 등과 달리 청소노동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잊기 쉽다. 아침에는 쓰레기통이 비워져 있는 것이 당연하고, 복도가 말끔한 것이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인 양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누군가 내가 그 공간을 사용하기 전에 쓰레기통을 비우고 복도를 닦았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런 청소노동에 대해 없는 것 마냥 생각하는 것, 마치 공기처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루만 청소 안 해도 다 쓰레기장 되요. 일하고 가서 다음날 오면 하루 동안 생긴 쓰레기로 넘쳐나거든요.”

위 사진:[설명] 일일이 분리수거를 하는 청소노동자들


2006년 한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을 때 불과 며칠 만에 화장실과 교실 등 온갖 시설에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참다못한 학생들이 직접 나서 청소를 했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낮은 인식, 그것은 그들의 노동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라 청소노동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해 다른 가치 평가는 가능하다

청소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런 생각은 오랜 시간을 두고 견고하게 형성된 것이니 말이다. 고학력의 전문기술직이 높이 평가되고, 이윤을 직접적으로 많이 창출하는 노동이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얼마만큼 투자했는가에 따라 그에 대한 보상처럼 노동이 평가되는 상황, 이렇게 노동을 구분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면서 노동의 위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 체제가 유지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노동에 대한 보상이 다르다는 점에 머물지 않는다. 노동의 위계가 관계의 위계로 이어지면서 불평등과 차별을 야기하고 이것이 각각의 위계를 더 강화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러한 위계를 더 극대화하고 불안정 노동을 더 확산한다. ‘핵심 업무’니 ‘주변업무’로 나누고 주변업무는 비정규직화하는 것, 이렇게 노동의 위계를 견고히 하는 잣대에 물음표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상상력을 주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자. 쿠바에서는 청소노동자가 의사나 대학교수보다 높은 액수의 임금을 받는다.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의사나 대학교수의 그것보다 더 높기 때문인 것. 노르웨이에서는 버스 기사의 노동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어렵고 위험한 노동인 만큼 그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 승객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면에서 기사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한다. 이렇게 노동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그것이 사회가 돌아가도록 하는데 얼마나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것에 요구되는 노동 강도가 어떠한지 등을 중요한 잣대로 삼는 것이다.

청소노동은 기본적으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노동이다. 이를 주변업무라는 이름을 붙여 비정규직화하고 해고의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정당한 보상을 착취하는 것, 이렇게 노동시장을 분절화하고 유연화 하는 자본의 전략에 단호하게 맞서는 게 필요하다. 청소노동을 평가하는 지금의 잣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라도 청소 없이는 어떤 일도, 생활도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민혁, 옥수수, 종인, 진우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26 호 [기사입력] 2010년 11월 09일 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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