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요의 인권이야기] ‘루저’가 ‘루저’에게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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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자살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빌린 학자금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형편과 최저임금 이하의 알바비는 늘어나는 대출금과 이자를 따라 갈수가 없었다. 스물한 살, 그녀는 이별을 고했다. 이 더럽고 차가운 세상에.

나는 삼류대학을 나왔다. 그것도 지방에 있는. 어느 뉴스 앵커가 지방대 나온 사람을 가리켜 ‘루저(loser-실패자)’라는 발언을 해 게시판이 난리 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서열로 매겨진 세상에서 사람들이 다 그렇게 보는 것을. 죽은 그 여대생도 나처럼 대구의 삼류대학을 다녔다. 요즘 같이 대학 나와도 별 볼일 없는 세상에 그녀는 왜 대학을 갔을까? 그리고 나는 그 때 왜 창피해하면서도 그 대학을 갔을까?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집에 돌아와 잤다. 12년 동안 개근상을 타면서 학교에 왜 다니는지 묻지 않았다. 나중에 교과서에서 ‘의무’라고 하기에 그렇구나 했다. 숙제도 꼬박꼬박 다 해가고 시키는 청소도 열심히 하고 야자(야간자율학습)도 한번 안 빼먹고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12년을 ‘대학 가기 위해’ 살았는데 대학을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어차피 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남들 다 가는 대학이니깐 나도 갔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에 쏟아 부은 나의 돈이 너무나 아깝다. 정확하게 나의 돈이 아니라 부모님 돈이다. 나이가 가장 많아 잘리까봐 늘 마음조리며 먼지 나는 곳에서 쉬지 않고 일하는 아빠, 남의 집에서 청소한다고 허리가 휘어가는 엄마. 부모님은 나를 대학 보낸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냥 그때 여상(실업계고등학교)가서 일찍 취직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후회하면서 올해 내 동생을 또 대학이란 곳에 보냈다. 마찬가지로 지방 삼류대이다. 관심 있어서 간 것도 아니고 취업이 잘되는 과도 아니다. 나와서 공무원시험이나 쳐야지라고 대답하는 동생에게 나는 왜 ‘대학을 가지마라’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데 대학 나온 게 의미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일반사람’이 될 수 없다. 학자금 대출을 안 받을 수가 없다. 대학을 졸업한 대다수의 ‘일반사람’은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살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학을 나오기 위해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평생 일을 해야 한다. 미래를 저당 잡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 중 공교육비 민간부담이 최고인 나라, 가정에 대학생이 있으면 가계경제가 휘청 이는 나라, 나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나라의 대통령은 후보시절 반값 등록금 공약과 교육예산 확충을 공약하고도 당선되고 나서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오히려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에 너무 힘들다는 학생들의 절절한 호소에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아라.”라고 말한다.

위 사진:[그림] 윤필


대학시절, 교생실습을 다녀온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반 아이들에게 “넌 꿈이 뭐야?”라고 물으니깐, 그 친구들이 “꿈이 있으면 뭐해요? 어차피 서울대 못 가는데…….”라고 대답하더라는 것. 그 말을 듣고 너무나 슬펐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꿈은 클수록 좋다고 감히 말할 수가 없었다고 그 선배는 이야기 했다.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게 너무 잔인한 것 같았다고 했다. 등급과 서열로 줄지어진 사회는 도전하고 선택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난 선택할 수 없었다. 이 사회에서 대학은 ‘강요’였다. 난 그 강요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몇 천 만원 빚을 지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네가 선택한 것 아니냐’고 하니, 대학을 졸업한 것이 마치 사기당한 기분이다.

좀 더 용기를 내어야지. 대학 다닐 때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쳐보진 못했지만 더 이상 사기 당할 수는 없잖아. 삼류대 딱지를 부끄러워 가슴에 꽁꽁 싸매어 두지만 말고 다시 한 번 동생과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해 봐야겠다. 이것이 같은 ‘루저’로서 세상을 떠난 그녀에게 내가 미안함을 조금 더는 일이지 않을까…….

[인권이야기] 새로운 필진

[인권이야기] 새로운 필진으로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아요(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 소모뚜(이주노동자방송 활동가), 정민경(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선영(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님이 수고합니다. 4개월 동안 [인권이야기] 필진으로 함께 해준 이재용, 정혜실, 은진, 루인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아요 님은 빈곤과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29 호 [기사입력] 2010년 12월 01일 2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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