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경의 인권이야기] 인터넷 실명제 이제 그만!

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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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많은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는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확인시켜주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네티즌들이 주로 사용하는 한국 웹사이트는 대부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제도가 바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이다. 2007년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일 접속자수가 10만 명이 넘는 사이트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확인해야만 글을 게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실명제가 하는 말, “니 글은 위험해”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 지 4년이 흘렀고 그 동안 끊임없이 인터넷 실명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논쟁이 있을 때마다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악플, 마녀사냥 등 인터넷 댓글 문화에 관한 문제였다. 연예인이 악플로 인해 괴로워 자살을 했다는 논란, 개똥녀 사건, 타블로 학력논란 등의 사건이 일어 날 때 마다 인터넷실명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악플이나 마녀사냥으로 문제가 되었던 위와 같은 사건들은 모두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하는 웹사이트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고 악플이 줄었다거나 범죄행위가 줄었다는 효과를 증명해줄 통계도 없으며 오히려 위축효과로 인해 댓글 자체가 줄었다는 결과만 낳았다. ‘위축효과’가 의미하는 것은 인터넷실명제가 우리나라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기본권에는 개인의 인격권, 프라이버시권 또한 보장하고 있기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표현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별 상황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될 만한 당위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모든 글에 대해 위험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위 사진:[그림: 윤필]

인터넷실명제는 웹사이트가 자발적으로 본인확인제를 시행하여 이용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강제하여 이용자의 판단 여부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본인확인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하는 제도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한 개인이 쓴 글에 대해 보복이나 탄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5월 방한했던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뤼는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사생활권은 물론 개인의 표현의 자유, 특히 정부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인터넷실명제는 익명성의 순기능을 부정하고 역기능만 내세워 만든 제도이다.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에 따라오는 필수 요소이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익명이기에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고민들을 온라인에 털어놓기도 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수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익명성은 소중한 권리이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성을 무책임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형평성 논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2011년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 적용대상 웹사이트를 발표하면서 인터넷 실명제의 형평성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 3월 9일, 방통위는 2011년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웹사이트로 총 146개를 선정했고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사적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본인확인제를 적용에서 제외했다. 또한 소셜댓글 서비스에 대한 본인확인제 적용도 유보했다.

인터넷실명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시행하는 제도로, 만약 국외 웹사이트에 적용하려면 한국인만 본인확인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방통위는 구글 유투브에도 실명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구글은 평소 구글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방통위의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왜 한국에서만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유지시키고 있는 걸까? 다른 나라 국민에 비해서 한국 사람만 유독 악독한 댓글을 올려서일까?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 그만큼 인터넷 상의 범죄가 유독 많아서일까? 해외 어느 나라나 인터넷 상의 악플, 범죄 등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하면서까지 포괄적인 규제를 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인터넷실명제가 범죄예방 효과, 악플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며 인터넷실명제를 더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여당의 한 의원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본 지진과 관련, 우리 인터넷 망에 방사능 괴담이 떠돌아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불했다”며 “본인확인제를 넘어 실명제를 도입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무슨 괴담, 무슨 루머 등이 떠오르기만 하면 인터넷 실명제 강화를 외쳐대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 상의 게시글에 대해 신뢰를 높이고, 책임 있는 글쓰기를 통해 올바른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면 이는 교육이나 캠페인, 최소한의 법적규제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법적규제만 강화하여 인터넷실명제 같은 제도로써 다뤄야할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실효성도 없는 이미 무용지물이 된 이 부끄러운 제도는 이제 그만 사라져야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정민경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43 호 [기사입력] 2011년 03월 22일 10: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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