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우리 주변의 트랜스젠더 만나기

트랜스젠더이면서 트랜스젠더가 아닌…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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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한 사회의 인권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때로는 나라 밖의 시선을 통해 우리 안에 잠재한 폭력과 배제가 투명하게 보일 수도 있다. 조금 더 일찍 고민했던 그들의 대안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인권오름>은 해외의 경험이라는 거름을 뿌리는 [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연재를 시작한다.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은 거름이 되어 전 지구적으로 인권을 사고하며 연대할 수 있는 세계시민의 감성을 기를 기회가 된다면 더욱 좋겠다.


성적소수자들 중에서 누가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냐는 질문은 과연 합당할까. 세계 각지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쉴 새 없이 당하는 혹독한 수준의 차별과 증오범죄를 떠올릴 때마다, 성적소수자 중에서 가장 타자화된 집단이 트랜스젠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숨겨진 범죄(Hidden Crimes)」라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끔찍한 증오범죄를 고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트랜스젠더 여성을 흉악범으로 가득 찬 남성용 감옥에 수감하여 성폭력을 비롯한 심각한 수위의 증오범죄를 부추기는 사례를 고발했다. 그녀가 무자비한 폭행 끝에 숨질 때까지 어떠한 교도관도 사태를 막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국가들에서는 트랜스젠더가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서 수감될 경우, 생물학적인 성에 의거해서 수감시설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젠더가 아니라고 여기는 성과 같이 갇혀야 하는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권유린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개의 성별밖에 없다고 믿는 관념이 지배적인 세상에서, 다른 종류의 젠더는 철저히 배제를 당한다. 성적소수자의 인권이 비교적 일찍부터 고민된 국가들에서조차, 유독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는 더디게 개선되고 이슈화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위 사진:"트랜스섹슈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불법입니다." [출처: 일가-유럽]

유럽 최고의 초국적 성소수자 집단인 ILGA-EUROPE(“일가-유럽”은 국제적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연합이다)이 유럽연합(EU)의 일부 재정지원을 받아서 발행하는 각종 보고서에 의하면,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은 선진국에서도 산적해 있는 처절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각종 차별과 괴롭힘에 온몸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타고난 성과 ‘외향’이 일치하지 않기에 동성애자들보다도 더욱 빈번하게 증오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비단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으로 전락하거나, 일상의 여러 장소에서 차별을 받는 데서 문제가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트랜스젠더들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관련된 인권유린과 차별이 빈번하게 지적당하고 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지향하는 젠더가 법적·행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연금수급 개시 연령이나 요양원 입소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곤 한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돈이 지출되는 젠더재지정(gender reassignment) 수술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수술을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거나 수술 중에 추가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트랜스젠더

상대적으로 의료복지가 발달된 국가들이 즐비한 유럽에서 왜 트랜스젠더들은 막대한 돈을 지출해서 수술을 감행해야 하거나, 중도에 수술을 포기해야 하는 비극이 벌어지는 것일까. 국가의료보험으로 수술비용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국가기관들이 젠더재지정에 대한 몰성인지적인 시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들이 젠더재지정수술을 받아서 지향하는 젠더로 살아가게 되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주관적인 만족감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 사회경제적 지위향상, 연애로 인한 행복감 증가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젠더재지정수술을 받기를 원하고 있으나, 유럽연합 각국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거나, 지나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수술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2007년에 ‘일가 유럽(ILGA-EUROPE)’이 유럽 각국의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국적을 막론하고 트랜스젠더들은 의료기관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의료진들 중에서 내원한 환자가 트랜스젠더임을 확인한 후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설령 치료를 하더라도 지극히 모욕적이고 편견 어린 자세로 진료를 함으로써, 트랜스젠더들이 참기 어려운 수치심과 당혹감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병원에서 불편한 체험을 상시적으로 겪는 것으로 인해, 적잖은 트랜스젠더들이 몸이 아프거나 수술의 부작용이 나와도 일단 참으며 병원진찰을 최대한 삼가려 애쓴다.

단지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 직원만 트랜스젠더에게 넘어야 할 산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료보험 지급을 트랜스젠더 신분으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답자들 중 무려 82% 이상이 의료보험 혜택 없이 자신이 직접 젠더재지정수술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고 답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젠더재지정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트랜스젠더 중에서 5년 안에 수술한 사람들의 비율이 무려 58%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78%의 트랜스젠더들이 10년 이내에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냈다. 현재 유럽의 트랜스젠더들이 거의 모든 수술 경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현실은,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부담을 안는다는 것을 자명하게 예고해준다. 예컨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젠더를 바꾸기 위해서는 레이저시술로 제모를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 비용이 최소 9천 유로(약 14,190,000원) 이상 든다고 한다. 현재 스웨덴과 독일을 제외하고는 제모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어서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① 각 나라(혹은 도시)마다 트랜스젠더 전문병원 설립, ② 트랜스젠더가 빈번하게 앓는 각종 질환 및 수술후유증에 대한 정보 축적 및 의학적 연구, ③ 트랜스젠더를 치료할 때 권고되는 국제적 윤리 지침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지언정, 트랜스젠더들이 병원에서 차별을 받는 비율이 어느 집단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현재 유럽에서는 ‘기준점 시스템(the Benchmark System)’을 마련해서 의료진이 치료하기 위해 애를 쓰거나, 설령 트랜스젠더의 질병 치료법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최대한 도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수용할 수 있으나, 아예 도우려고 하지 않은 채 소극적인 진료에 임하거나 심지어 일체의 치료행위를 거부하는 작태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사진:"트랜스젠더는 정신질환자가 아닙니다." [출처: 일가-유럽]

세상에는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살아간다

현재 어느 누구도 정확한 트랜스젠더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혹자는 인구 11,000명당 한 명 꼴로 트랜스젠더가 있다고 추정하는 반면, 극단적인 주장으로는 무려 인구 20명 가운데 한 명이 다양한 종류의 ‘트랜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는 완벽한 단어가 아니다. ‘트랜스’ 중에서 다양한 종류의 젠더가 존재한다. 생물학적인 성과 다른 이성의 옷을 즐겨 입는 트랜즈베스타이트(transvestite), 여성과 남성 모두의 성기를 지닌 인터섹스(intersex) 등 범위가 협소하지 않다.

한국인들이 트랜스젠더하면 으레 빼어난 미모를 지닌 젊은 트랜스젠더 여성만 떠올리는 것은 문제적이다. 트랜스젠더의 인권문제를 비롯한 심각한 어려움을 한국의 미디어가 거의 다루지 않은 채, 외모가 출중한 몇몇 트랜스젠더들의 섹슈얼리티와 미모에 피상적으로 접근한 결과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왜곡된 관념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으로 가부장제사회의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을 트랜스젠더에게 고스란히 적용하고 있으며 이성애주의를 강요하면서 이들의 성적지향을 한정시키는 것도 문제다. 한국 미디어의 트랜스젠더 재현은 이들을 철저히 대상화하면서 편견에 편견을 얹는 형태로 점철되어 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연예계나 유흥업소에서만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전문직에서부터 다양한 직종에 걸쳐 넓게 분포해서 일하며,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이성애자가 아닌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차별금지법

스웨덴은 2007년 1월부터 전 세계에서 최초로 차별금지조항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했다. 트랜스젠더들이 일터와 학교, 거리, 미디어에서 소수자성으로 인해 차별이나 폭력을 당할 경우, 옴부즈맨을 통해 인권탄압을 진정하면 공적인 해결책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스웨덴의 차별금지 옴부즈맨은 트랜스젠더들이 어떠한 사례를 겪었을 때 옴부즈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도우려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남성에서 여성으로 젠더재지정수술을 받을 예정인 사라는 여성복장을 하고 치과에 방문했다. 치과의사는 사라가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연거푸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증에 나와 있는 요나스라는 본명으로 반복해서 그녀를 불렀다.
2. 여성에서 남성으로 젠더재지정수술을 받은 스티그는 치질로 인해 외과를 방문했다. 외과의사는 스티그에게 치질치료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은 채, 집요하게 젠더재지정에 대해서 불필요한 질문을 가했다.
3. 여성으로 젠더재지정을 한 바르브로는 수퍼마켓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출근 첫 날 그녀는 신입사원들 중에서 자신만 창고정리를 하게 된 점을 알게 됐다. 점장은 소비자들이 그녀의 외모를 보면 슈퍼마켓 이용을 꺼릴 것이라고 둘러댔다.
4. 자신을 남성이라고 여기는 쿠느트는 남성화장실을 이용하기를 원했으나, 대학교 직원들은 쿠느트가 법적인 여성이기에 여성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5. 성소수자프라이드 행진에서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증오발언을 내뱉은 극우단체 회원을 밀어서 넘어뜨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군닐라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나, 실제로 여자로 살아왔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수감시설에 갇혔다.
6. 웁살라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닐스는 이력서에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며 자연스레 트랜스젠더임을 밝혔다. 그의 능력에 비해 하향지원을 한 직장이었지만 뜻밖에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는 서류전형 불합격 원인이 자신이 트랜스젠더 때문이라고 의심하게 되었다.
7. IT컨설턴트로 일하는 잉아는 트랜즈베스타이트인 자신의 성적지향을 커밍아웃하기로 결심하고 2011년 1월 1일부터 남성복장을 하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능력에 비해 한참 미달되는 자리에 배치되어서 연봉이 30% 이상 줄었다.
8. 고등학생인 올로프는 자신이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니라는 점을 교사에게 찾아가서 밝혔다. 교사는 수업시간에 모두들 이 문제에 관해 다함께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올로프는 심한 배반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9. 페르는 젠더재지정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여성으로 살아가는 페르는 수업을 마친 후 립스틱을 발랐다. 동료 학생 몇몇이 페르를 구타했다. 담임교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은 채 “모름지기 소년은 화장을 하지 않지!”라고 답했다.
10. 요룬은 감기 탓에 병원을 찾았다. 직원은 내과진찰을 원하는 그녀에게 집요하게 신경정신과에 가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는 정신병 환자이죠.”라고 말했다.
11.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여성이라고 강하게 믿었던 트랜스섹슈얼인 안닉까는 젠더재지정수술을 받은 후 복싱과 보디빌딩을 규칙적으로 했다. 사회복지사는 안닉까가 ‘남성처럼’ 운동을 즐기고 근육을 단련한다면서 진짜 트랜스젠더가 맞는지 의심했다.

앞으로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차별을 겪었을 때 일단 옴부즈맨에 호소할 수 있다는 기념비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트랜스젠더들의 젠더결정권 존중되어야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몰이해에 방치돼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성을 지정하는 개인의 권리가 권력의 잣대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수술을 받아야만 주민등록증과 여건상의 성별을 원하는 대로 바꾸어주거나, 특정한 성징을 갖추어야만 젠더재지정수술을 해주는 것은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수술을 받거나 받지 않을 선택, 수술에 상관없이 본인이 지향하는 젠더를 존중해주는 태도,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개방성, 젠더재지정수술을 받은 이후에 타고난 성과 더 어울린다고 여겨지는 행동 및 성징을 가질 수 있다는 점,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점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몇 년 전 스웨덴에서 만난 트랜스젠더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젠더를 바꾼 후 대학에서 어학을 가르쳤다. 단 한 번도 그녀와의 대화에서 트랜스젠더가 화제로 등장한 적이 없었다. 내게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기르는 어버이, 대학에서 강의하며 돈을 모아서 휴가철 고향인 인도에 가려고 노력하는 생활인, 독서클럽에서 자신이 직접 창작한 하이쿠를 낭독하는 문학애호가로 기억된다. 트랜스젠더에게 성적지향이나 젠더재지정이 정체성과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어도, 매사를 성소수자성으로 환원하는 태도도 문제적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그들도 다양한 문제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다. 트랜스젠더를 바라볼 때 성소수자‘만’을 만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젠더재지정수술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세상에 두 개의 성밖에 없다는 뿌리 깊은 관념에 교란을 가할 것이다. 우리도 유럽연합처럼 트랜스젠더들이 의료기관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조사를 실시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미디어나 교육기관에서 어떻게 트랜스젠더를 취급하고 있는지도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트랜스젠더들이 오늘날 부닥치고 있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통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올바른 대책이 마련됨으로써, 트랜스젠더들이 응당 누려야 할 존엄성과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사회문화적, 집단심성적 대안이 이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47 호 [기사입력] 2011년 04월 19일 13: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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