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사법 개혁, ‘민주주의’로 접근하자

신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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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사법개혁 입법들을 갖고 말들이 많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1년 넘게 논의하고도 지난 4월 29일 전관변호사 등의 사건수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고작이다. 오랫동안 판사와 검사, 공직자 출신 변호사는 전직 근무지에서 개업하고 사법심사에 영향을 끼쳐왔다. 이른바 ‘전관예우’라고 불리는 이런 관행은 ‘전관’들의 개업 직후의 수입을 봐도 출신지 기관과의 유착을 의심하게 했다. 4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된 변호사법 개정은 법조계 가운데 변호사 개혁이지만, △경력직 판·검사 등 관료 법조인 출신의 신규 개업변호사가 그 대상이라는 점, △송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 변호사들이 이에 쉽게 호응했다는 점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따라서 전관의 사건수임 제한 조치는 현직 ‘검사·판사’ 등과 관련된 개혁의 일부분이며, 현업 변호사와 미래 변호사들의 이익과 관련된 시장 조정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전관예우’ 관행을 중지시키는 변호사법 개정 외에도 이번 사법개혁의 쟁점은 검찰과 법원에 대한 민주적인 개혁에 있다.
위 사진:인권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 - "국민은 철저한 사법개혁을 촉구한다", 2011년 4월 19일, 국회 정론관. [사진 제공: 새사회연대]


사법개혁 핵심, 검찰과 법원 개혁

현재 진행 중인 검찰 개혁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아래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통제되지 않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검 중수부는 정치검찰 비판의 중심에 있다. ‘죽은 권력에 강하고 산 권력에 약하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대검 중수부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정몽헌 전 회장, 남상국 전 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는 결국 당사자들을 죽음으로 이끌며, 표적․편파수사 등의 논란을 확대시켜 왔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가 없어지면, 권력형 비리 등이 판을 칠 것이라며 국민들을 협박(?)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지방검찰청 특수부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왔고 충분한 역량이 있다. 검찰조차 엘리트 승진코스로 비판받고 있는 대검 중수부를 존치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 헌법 제27조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의 사건처리 역량은 이런 헌법적 명령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99조에 따라 상고심은 6개월 내에 해야 함에도 몇 년이 소요된다. 이렇듯 소송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프랑스는 행정소송을 제외한 민사와 형사 사건을 맡는 대법원 판사 수가 100명이 넘는다. 물론 프랑스처럼 당장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14명의 대법관으로는 밀려드는 상고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 대법원이 국민의 사법서비스를 외면한 채, 소수의 엘리트 대법관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속한 재판 보장을 위해 대법관 증원은 국민중심의 사법서비스를 위해서 필수 요건이 된다.

지난 3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 의원, 아래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원회’는 사법제도개혁에 관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이 강하게 반발해 핵심 쟁점 안은 합의를 보지 못했고 사실상 6월 국회 처리로 연기됐다.

사법개혁에 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동상이몽?

이번 국회에서 사법개혁이 논의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해 강기갑 의원 국회 사건*, PD수첩 명예훼손,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등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자 한나라당은 법원을 길들이고 싶었다. 한편,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이끈 검찰수사에 대해 검찰을 손봐주고 싶었다. 이러한 의도가 맞아떨어져 국회라는 공간에서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사법개혁이 단행되었다. 게다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으로 불거진 검찰비리는 사법개혁의 급물살을 타게 했다. 당시 검찰은 졸속으로 변형된 기소배심제도인 ‘검찰시민위원회 구성’을 발표하고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검찰국장까지 연루된 검찰 비리에 국민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이 과정에서 사법제도 개혁 중 특히 검찰 개혁은 ‘정략적이고 협상 가능한 것’에서 ‘정책적이고 필수적인 것’으로 전환됐다. 정치권과 검찰·법원의 힘겨루기에서 국민의 민주적·시대적인 요구로서 검찰개혁으로 전환된 것이다.

검찰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관건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안 가운데 중요한 제도개혁 방안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정치검찰의 개혁을 들 수 있다. 핵심은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는 대검 산하에 ‘특별수사청’을 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 대상 사건도 판사 및 검찰수사관의 직무관련 범죄와 국회에서 의결로 의뢰한 사건으로 한정했다. 또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국회 합의안의 특별수사청 설치는 한마디로 ‘상설적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검 산하에 특별수사청을 둔다는 것은 변형된 형태의 또 다른 ‘중수부’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일부에서는 법무부 산하에 두자는 의견도 있지만, 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왜냐하면 법무부 장관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특별수사청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사회단체들은 공직자비리 수사청이나 고위공직자비리 조사처 등을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든지 아니면 법원 소속으로 설치하고, 수사대상자도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검찰개혁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수사구조의 개혁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입법화하여 경제 범죄 등 주요 사건에 대해서 부분적인 기소배심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적절해 보인다. 이 제도는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적절한 견제장치로 도입돼야 한다. 또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의 합의사항인 경찰의 수사권 개시 부여도 필요하다.(물론 이것과 관련해서는 검찰개혁과는 별도로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견제장치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 현행과 같이 검찰의 경찰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지휘가 아닌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할 수 있도록 조정도 필요한 것이다. 결국 검찰은 일반 형사사건과 경제사범을 기소하는데 집중하고, 고위공직자비리 조사처 등 별도의 독립기관이 기존의 대검 중수부가 해 오던 수사 및 기소를 법에 따라 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검사와 검찰 직원 등 법조인 비리에 대한 사법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법원 개혁, 엘리트 구조부터 깨야

둘째, 법원의 서열주의와 엘리트 법관주의의 개혁이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내부 구조는 법관 서열주의가 만연돼 있다. 법관의 승진 구조는 위로 올라갈수록 좁은 문이기 때문에 상급 판사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피라미드 구조는 결국 소수의 대법관에 집중되는 소송 구조가 그 본질이다. 특히 대법관은 소수의 엘리트 구조를 선호하고 있어 상고심이 6개월 내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는 대법관 6명을 증원하고,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자 중에 법관을 채용하는 ‘법조일원화’ 시행시기(2017년,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주장)에 대해서는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그간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이들을 성적에 따라 법관으로 임명하는 법관 충원구조는 계속 문제가 지적돼 왔다. 판사는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풍부한 법리적 해석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사회생활이 전혀 없이 바로 법관으로 임명된 초급 판사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법관의 승진구조는 결국 초급 또는 하급 판사가 선임 판사 또는 법원장에 종속되는 구조이다. 이런 이유로 하급심 판결이 권위를 갖지 못하고 항소, 상고를 남발하는 구조를 낳고 있다. 결국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 된 사람들을 판사로 임용한다는 것은 법원 내의 서열주의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관료된 법원과 검찰을 넘어서려면

사법개혁은 민주 제도 개혁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 민주화 이후 각 정권은 사법개혁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법조 직업 영역 간의 합의를 통한 이른바 사법제도 개선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 논의는 법조 직업 영역들 간의 이익을 현재의 시점에 맞게 조정하는 방식을 겪어왔다. 이런 점에서 사법개혁이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국민의 법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이슈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사법제도의 개혁은 국민의 법 생활과 국가의 법률서비스 제공 시스템의 효율성과 민주성이 그 방향이 되어야 한다. 사법개혁이 효율성을 갖는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 각급 소송 및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충분한 법적 지원체계를 개선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잣대에서 사법개혁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사법의 영역이 국민의 참여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결국 관료 중심의 검찰과 법원을 국민의 사법으로 돌리는 작업이다. 이번 사법개혁 논의에서 빠져 있는 핵심적인 내용 중 ‘공공 법률보험제의 도입’과 ‘공공 변호사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서 국민 법률서비스 증진을 통한 인권보장 체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법개혁이 민주주의와 부합한다는 것은 법조 직업 영역 당사자끼리의 논의 과정을 깨고,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검찰과 법원 또는 대한변호사협회라는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인 검사와 판사, 변호사라는 도식을 뛰어넘어 법조 엘리트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 법조일원화 전면 실시 등을 통해 법조 엘리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또한 변호사 단체에 대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법조 엘리트주의는 변호사집단에서도 일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와 다양한 흐름들이 있지만, 이런 것은 전혀 공론화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복수 변호사회의 제도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 유일한 변호사 집단인 대한변호사협회는 회원들이 직선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대형 로펌이 담합하면 협회장은 자신들의 뜻대로 쉽게 선출될 수 있어 이들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변호사단체 제도는 사회정의 의무를 실현할 수 없는 구조의 한계를 갖고 있다. 아울러 변호사의 독점적인 소송대리권의 분산을 위해 변리사, 노무사, 세무사 등 특정 직역의 자격소지자들에게 일정 사건에 대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 사법개혁과 별도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법률서비스 공급자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어서 일정 정도 한계가 있다. 오히려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법률전문가들의 효율적인 배출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했던 검찰과 법원이 공식적으로 스스로 반성과 진실을 밝히지 않는 상황은 사법개혁의 핵심에 검찰과 법원이 있음을 반증한다. 법원은 개별사건의 재심 판결에서 판사의 개인 입장으로나마 사과와 용서의 뜻을 구했지만, 정작 권위주의 정권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비판받았던 검찰은 묵묵부답이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간첩 조작사건, 그 외 수많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무리한 기소를 지휘했던 검찰은 단 마디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저변에 깔려있는 검찰과 법원의 오만이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의 사법 개혁 논의는 국민의 참여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민주적인 사법체계를 형성하는 데는 미흡하다. 최소한 민주적인 사법제도의 구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대법관 증원 △대검 중수부 폐지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특별수사청 설치를 더 미루어선 안 된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공공변호사 제도 등 사법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을 확대하는 논의가 다시 시작이 돼야 한다.


* 강기갑 의원 국회 사건: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강행처리를 반대하던 중, 국회 경위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 의원에게 2010년 1월 1심 법원이 무죄를 내림
덧붙이는 글
신수경 님은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249 호 [기사입력] 2011년 05월 04일 16: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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