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2) 산을 넘는 언니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음 놓고, 차별없이!

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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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이 뭐야?

안녕? 나는 진아라고 해. 혹시, 지난 5월1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동무들 있어? 엄마가 그러는데 그 날이 바로 ‘노동절’이래. 오래전에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야 했던 때가 있었대. 노동자를 고용한 나쁜 고용주(사장)들이 더 많은 일을 시키면서 적은 임금을 주고 자기 배를 불리려고 했던 거지. 그래서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서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8시간이 넘지 않을 것을 요구했고, 힘을 합해 그것을 이뤄낼 수 있었대. 그렇게 1890년 5월1일에 시작된 노동절이 올해로 116번째라고 하더라. 응? 그렇게 오래 전에 노동절이 만들어졌으면, 지금은 일하기에 훨씬 좋은 세상이 되었을 것 같다고?


더 적은 돈에 날벼락 해고까지

글쎄,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얼마 전에 들은 선생님 말로는 지금 한국의 일자리 중에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훨씬 더 많대. ‘정규직’은 나이가 들어 회사를 나갈 때까지 일자리가 보장되는데, ‘비정규직’은 계약을 해서 일하기로 한 기간만큼만 일을 하게 되어 있어. 그래서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회사에서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거지.

나는 궁금했어. ‘그러면 회사에서는 왜 처음부터 마음 놓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를 뽑지 않는 걸까?’ 선생님은 그 이유가 회사의 욕심 때문이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정규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주고, 일을 하다 다쳤을 때에도 회사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 등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대. 그리고 일한 지 2년이 지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이제까지 일해왔던 노동자를 그만두게 하고 또 새로운 노동자를 뽑는다고 말이야. 더 적은 돈을 주고 일을 시키고 언제든 그만두게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회사가 더 좋아한다는 거야. ‘이럴 수가, 열심히 일해왔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둬야 한단 말이야? 너무 억울하잖아!’ 나는 깜짝 놀랐어.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3 이상이 여성이라는 거야.

위 사진:고속철도 KTX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는 언니들이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외치고 있어. 이 사진은 <참세상>이라는 인터넷신문이 찍은 거야.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비정규직이라니…

왜 이렇게 일하는 여성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은 걸까? 그래서 선생님은 일하는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자고 하셨어. 둘러보니 우리 주변에도 많은 여성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어.

선진이네 언니는 “나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먹을 급식을 만드는 급식조리사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먹을 급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떤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지를 정하는 건 복잡하고 때로는 힘이 드는 일이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하지만 급식조리사 같이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직업은 월급이 낮은 편이야. ‘저 사람에게 능력이 있어서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음식 만드는 일은 여성이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임금을 조금 줘도 돼.’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월급이 적다는 것은 불공평해.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나에게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했어.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싶어”라고 말했어.

재경이 누나의 이야기는 많은 친구들을 놀라게 했어. “나는 KTX 열차에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열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했었어. 하지만 나는 지금 동료들과 함께 일터에서 쫓겨났어. 똑같은 일을 하는데 300명이 넘는 여성 승무원들만 비정규직이고, 남성들은 정규직이었던 거야. 남성에게는 높은 임금을 주고 고용을 보장하고 여성은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쓰고 해고시킨다는 건 부당해. 우리는 여성만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잘못을 바꾸기 위해 다같이 힘을 모으기로 했어.” 재경이 누나의 말을 듣고 우리는 언니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어. “힘내세요!”라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어. 엄마는 큰 가게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어. “언제 고용이 끝날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 건 정말 힘이 들어. 그래서 마트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단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로 말이야. 이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다함께 노래를 부르며 헤쳐가기로 했단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난 엄마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어.


여성들에게도 차별없이 일할 권리를

선생님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강요하는 것은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이야기했어. 여성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인정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차별없이 일할 권리를 위해 지금도 열심히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이야. 나도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어.

“언니들은 산을 넘는다~
가난한 자는, 여자는, 힘이 없다는 무지의 산을~
언니들은 산을 넘는다~
노동자가 되어 산을 넘는다♪”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난 언니들을 믿어. 함께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인권오름 제 2 호 [기사입력] 2006년 05월 03일 7: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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