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공룡트림] 착한 책 투성이 나라에서 건진 보물

한국 그림책의 새로운 변화를 느끼게 하는 그림 책 세 권

이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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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그림책은 어른들이 골라. 그래서 우리가 보고 싶은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오는 그림책은 살 수 없어. 대부분은 어른들이 우리들이 배우길 원하는 내용이 담긴 그림책을 사주지.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그림책들은 아주 어린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여겨져. 다른 나라에서는 남녀노소 즐겨있는 그림책도 많은데 말이야. 게다가 우리나라 그림책은 모두 착한 책 투성이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뭔가 잔뜩 배울 거리를 늘어놓는 것이 대부분이야. 물론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진 그림책도 많지만 내용은 대부분 뭔가 가르치려는 내용이 꼭 담겨 있어. 그래서인지 그림책을 보고 나면 괜히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우리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말하는 그림 책 보다 그냥 평범한 우리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어서 즐겁고 슬프고 화가 나기도 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그림책은 없을까? 어린이들이 서로 돌려보며 소곤소곤대고 까르르 웃을 수 있고 함께 슬퍼해줄 수 도 있는 멋지고 신나고 재미있는 그림책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우리나라 어린이 책 세 권을 발견하게 됐어. 이 책들은 예전의 다른 그림책들과 달리 우리 어린이들의 눈으로 그려진 책 같아.


먼저 소개할 책은『눈물바다』(서현 글 그림, 사계절)야.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개구쟁이 남자 아이야. 그 날은 시험을 보는 날이야. 아주 최악의 날이지.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시험을 잘 볼 수도 없어. 게다가 배추머리 선생님이 눈을 번뜩이며 아이들을 감시해. 처음부터 이러니 점심밥이 맛있겠어? 공부시간엔 짝꿍이 놀려서 바보라고 공책에 썼더니, 선생님이 귀를 잡아당겨. 투덜투덜 집에 가려는데 비는 오고 우산도 안 가져왔어. 흠뻑 젖어서 집에 와보니 이런, 공룡 두 마리(아이의 부모)가 싸우고 있네. 마음도 꿀꿀한데 밥 남겼다고 여자 공룡에게 혼까지 나자, 아이는 자기 방에 들어가서 잠을 청해. 하지만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 결국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은 흐르고 흘러 바다보다 더 많이 모여. 그런데 이제부터 신나는 일이 생기는 거야. 아이의 눈물 때문에 모두들 떠내려가. 공룡도 선생님도 짝꿍도 모두 모두 물속에서 허우적대지. 야호 신난다! 어때 재밌겠지?

『눈물바다』는 평범한 아이의 이야기야. 공부도 못하고 선생님에게 야단맞고, 밥을 남겨서 혼도 나는 보통 아이지. 이 그림책에서는 보통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어떤 상처를 받고 있는지를 잘 그리고 있어. 그리고 아이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재미있고 신나는 방법으로 풀어주고 있는 책이야.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의 얼굴엔 언제나 미소가 그려져 있어. 특히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야.

두 번 째 소개할 책은 『지옥탕』(손지희 글 그림, 책읽는 곰)이야. 지옥탕이라니, 아주 무시무시한 제목만 들어도 이 책이 재밌어 보이지 않아?


이 책은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간 여자 아이의 눈으로 그려져 있어. 너희들도 억지로 엄마와 목욕탕에 가본 적이 있을 거야.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숨 막히는 목욕탕에 처음 발을 내딛던 때의 무서운 느낌, 뜨거운 탕 속으로 들어갈 때의 깜짝 놀람, 무지막지하게 때를 밀어주는 부모님에 대한 아픈 기억도 다 떠오르지? 이 그림책의 주인공도 너희랑 똑같아. 목욕탕에 들어가서 보고 느낀 것들이 생생하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

『지옥탕』은 지옥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읽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고 즐거워져. 물론 딱딱한 교훈 같은 건 들어 있지도 않아.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갔다 온 여자아이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너희들도 처음 목욕탕을 갔을 때 생각이 나서 이 책을 즐겁게 읽게 될 거야.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너희들이기 때문이지.


마지막으로 소개 할 책은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변선진 글 그림, 바람의 아이들)이야. 이 책은 이 세상 모든 엄마 아빠에게 아이들의 아픔을 알아달라고 보내는 편지야. 어른들이 이해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책이지. 그래서 이 책은 우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 다른 예쁜 그림책들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을 돌려 말하지도 않아.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가슴에 닿는 내용들이 담겨 있어.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그저 단순한 이유일거라고 생각하고 초콜릿이나 선물을 주면 아이들은 금방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반드시 봐야 할 책이야.

아쉬운 점은 이 책을 그린 작가가 더 이상 그림책을 그릴 수 없다는 점이야. 이 책을 내고 나서 하늘나라로 떠났기 때문이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좋은 그림책 작가 한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잃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울 뿐이야.

지금까지 어린이의 눈으로 어린이의 삶을 그린 책 세 권을 살펴봤어. 즐겁고 슬프고 놀랍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들었어.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그림책이 드디어 어른들이 아닌 어린이들이 읽고 싶은 책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분이 너무 좋았어.

이런 기분 좋은 변화가 이 세 권의 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길 바라. 더 다채로운 우리 어린이들의 삶이 그림책으로 동화책으로 무럭무럭 커가서 알록달록한 멋진 열매로 맺어지면 좋겠어. 어때, 우리 어린이들의 다양한 삶이 열매를 맺은 다양한 책을 따서 읽으면 정말 행복하겠지?
덧붙이는 글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254 호 [기사입력] 2011년 06월 07일 1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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