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비닐하우스 촌 화재의 원인은 정부의 ‘부작위’

주거권의 원칙에서 출발하는 비닐하우스 촌 정책 필요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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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포이동 266번지’에 발생한 화재로 다시 비닐하우스 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비닐하우스 촌’ 또는 ‘판자촌’으로 불리는 동네(이하 비닐하우스 촌)는 개발제한구역이나 체비지 등에 자리 잡은 집단 취락지다. 건축법이 정한 바를 따르지 않은 무허가 주택들로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특히 판자나 샌드위치 패널, 부직포 등을 이용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11월 산청마을(서초구)의 화재나 2007년 아래성뒤마을(서초구) 화재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수십 가구가 집을 잃는 대규모 화재가 된다. 그러나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잠깐 주목을 받다가 세간의 관심이 사라지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비닐하우스 촌의 현실이다.

위 사진:[출처: 빈곤사회연대]

‘주거권’의 전제를 확인하자

이번 포이동 화재가 있은 후 지자체는 임대주택 입주권을 제공했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2007년부터 있었던 대책이다. 2007년에 이미 마련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주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똑같은 대책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제공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2007년 9월 정부는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주거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2010년 8월까지 임대주택을 신청한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는 955가구, 실제 계약을 완료한 가구는 635가구에 그친다. 올해 5월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이 조사한 서울시 비닐하우스 촌만 해도 2,347가구(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4,800여 가구 추정)인데 이와 같이 계약 비율이 낮은 것은 주거지원사업이 주거권의 한 요소만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이 비닐하우스나 판잣집보다 주거환경이 우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해에 취약하고 상하수도나 전기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등의 문제는 주거권의 일부일 뿐이다. 적절한 주거비 부담, 점유의 안정성, 직장이나 학교에 접근이 쉬운 위치, 지역공동체의 존재와 그 문화 등도 주거권의 핵심적인 요소다. 주거권은 주택이라는 물건이나 재산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의 한 영역으로서 살만한 집에 살 권리이기 때문이다.

임대료 부담이 거의 없이 살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수천만 원의 임대보증금과 수십만 원의 월 임대료를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거환경이 개선되더라도 주거비 부담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후퇴한다면 그것을 주거권 보장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비닐하우스 촌은, 쪽방 촌과 비슷하게 거주 지역을 근거로 한 공동체성이 매우 강한 특징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외부의 차별적 시선과 대우들로 결집력이 강해진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의 처지에 대한 공감과 돌봄을 나누고 주거에 필수적인 시설들을 공동으로 마련하거나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화재나 퇴거 위협으로부터 불안함을 견디면서도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촌에 거주하는 것은 이러한 조건에 바탕을 둔 그/녀들의 삶의 전략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대책은 이러한 전략을 훼방하는 것일 뿐이다. 비닐하우스 촌의 화재를 멈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권의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촌, 주거권 보장의 의무 위반의 결과

비닐하우스 촌의 발생과 존속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권 보장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포이동은 정부가 1981년 자활근로대를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그 외 마을들 역시 대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저렴 주거지가 사라지면서 재정착 대책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이 빈 땅을 찾아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마을들이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혀 없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주시켰든, 재정착 대책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거주에 부적절한 지역을 찾아가게 했든, 마을의 발생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 후 저렴한 주거비가 장점이 되어, 사업 실패, 가구원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재산 감소, 실직 등을 이유로 한 이주가 이루어지면서 비닐하우스 촌은 계속 삶이 이어지는 장소가 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비닐하우스 촌으로 찾아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도 ‘무단’ 점유라며 주민등록을 거부하는 한편, 무단 ‘점유’라며 토지변상금을 부과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2009년 6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9.6.18. 선고 2008두10997) 이후로 주민등록이 가능해졌지만 국공유지나 체비지에 대한 변상금과 무허가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주민들에게 무거운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단 점유를 문제 삼으면서 무단 점유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내어놓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의 입을 막는 수단으로 경제적 부담을 악용해왔다. 주거권의 권리 주체로서 주민들을 인정하지 않고 도시로부터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접근이었던 것이다.

토지변상금은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에 따라 국․공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사용․수익한 사람에게 사용료의 120%로 정한 금액을 징수하는 것이고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건축주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공유재산을 사익을 취하기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공공복리에 위해가 되는 건축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강제로 이주시켰거나 이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게다가 거주는 인간이 생존하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서 정부와 지자체가 마땅히 보장해야 하는 것이었다. 즉,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의 ‘무단 점유’와 ‘무허가 건축’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주민들이 국공유지에 허가받지 않고 집을 지어 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거주가 어려운 조건에 사람들이 살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 문제다. 비닐하우스 촌의 화재가 인재라 하더라도 화재에 극히 취약한 주거지의 개선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비닐하우스 촌 대책의 악순환 끊어야

정부와 지자체는 주거권의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을 취해오지 않았다. 그동안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나 이주대책이 주거권의 원칙 없이 제공되다 보니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 중에는 차라리 민간 개발이 되어 현금 보상을 받기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마을은 투기 목적의 비닐하우스 매매가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주민 개개인의 점유 사실이나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의 건축연도와 무허가 건축물 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다른 대책을 제공했다. 서울시는 ‘철거민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규칙’을 개정하여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건축된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와 세입자도 특별공급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소유자에게는 전용면적 60~85㎡, 세입자에게는 50㎡ 이하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주택의 적정 면적은 기존 건축물의 소유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없고, 주택의 필요 역시 건축물의 건축 시점에 따라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기존 건축물의 소유 여부를 주거대책의 기준으로 삼을수록 주민들은 건축물의 ‘소유권’에 집착하게 되고 그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이와 같은 악순환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권의 관점에서 비닐하우스 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비닐하우스 촌이 ‘개발’될 때에나 가능한 대책이었다. 만약 모든 비닐하우스 촌이 주거지로 개발될 수 있다면 이것은 비닐하우스 촌에 대한 ‘대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촌은 마을마다 조건이 다양해 개발의 방식으로만 접근할 수가 없다. 비닐하우스 촌은 개발 제한 구역이거나 토지의 용도가 주거에 부적합하여 다른 용도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포이동의 경우 비닐하우스 촌 주변이 이미 모두 주거지이므로 해당 지역에 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등을 공급하는 계획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계획이나 생태에 대한 고려 역시 중요하므로 모든 비닐하우스 촌이 이와 같이 개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위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결국 비닐하우스 촌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전체 비닐하우스 촌 거주 가구를 고려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비닐하우스 촌의 문제는 개별 지역을 철거하는 것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적정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그 중에서도 화재에 취약하고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등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 취락지 주민들의 주거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로 풀어나가야 한다. 주택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최대한 검토하고, 주민들의 소득이나 재산 수준에 따라서 다양한 주거비 부담의 대안을 제시하여, 가구원 수에 따라 적절한 면적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강제퇴거 금지의 원칙

이때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이 이미 해당 지역을 점유하여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점유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의 핵심은 비자발적인 이주나 퇴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에 대한 퇴거 요청은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무너져가는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 건물과 함께 무너지겠다고 주장하더라도 그의 생명과 인권의 보장을 위해 사회적 개입이 고려될 수 있는 것처럼, 비닐하우스 촌과 같이 재해에 취약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주거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개입은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의 점유가 무단이든 묵인이든 방치든 강제로 퇴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비닐하우스 촌 주민들에 대한 퇴거 요청은 그 목적이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입증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확인되어야 할 원칙이다.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주거비, 적정한 수준의 주거환경, 직장이나 학교로부터의 위치, 주거를 영위하기 위한 기반시설의 확보, 이미 형성된 공동체의 유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재정착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때 기존 점유지에 재정착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생태환경 보존이나 토지이용계획 등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닐하우스 촌의 문제들은, 변상금, 임대주택, 보상, 물리적 주거 기준, 주거비, 공동체, 토지의 이용 등 다양한 수준에 걸쳐 있다. 이 문제들을 주거권의 원칙에 비추어 풀어나가야 한다. 포이동의 경우에는 이와 별도로 정부의 자활근로대 운영과 강제 이주의 진상을 규명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변상금은 경우에 따라 개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개인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탕감하거나 분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상은 주거대책과 연동시키지 않고 지장물에 대한 보상으로 한정시켜야 한다.

주거권 보장 의무를 이행하라

이러한 과정은 개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이주대책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 빠져나간 자리를 누군가 다시 채우며 비닐하우스 촌이 유지되는 것은, 언제 불에 타 없어질지 모르는 집에 누군가 살아가도록 방치하는 것일 뿐이다. 비닐하우스 촌은 점진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점진적 해소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내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비닐하우스 촌 전체에 대한 주거권 보장 대책이 마련될 때에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는 비닐하우스 촌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주거권 실현의 의무를 방기하는 동시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개발이 추진될 때에는 일방적인 대책을 제시하면서 주거권을 침해했다. 그 대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민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다시 방치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비닐하우스 촌의 역사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조건을 개선하는 몫을 주민들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줄 수 있는 것을 주는 것이 권리가 아니라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 권리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신들이 주거권 실현을 위한 의무의 이행 주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주거권의 관점에서 비닐하우스 촌 주거권 현실 개선을 위한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부작위(아무 것도 하지 않음)가 화재의 원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 체비지 : 도시개발을 하면서 사업 시행자가 사업구역 내의 토지소유자 등에게 토지로 사업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있는데, 이때의 토지를 ‘체비지’라고 한다. 일부 비닐하우스 촌이 자리한 체비지는 성격상 사유지가 아닌 국공유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미류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57 호 [기사입력] 2011년 06월 29일 2: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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