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유엔이 지적한 ‘숨 막히는 한국 사회’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의 의미와 과제

장여경․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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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 민주주의가 진전되었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그리 흥행하는 인권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고 나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소식은 날이면 날마다 신문을 장식하는 메뉴가 되었다. 기자회견 했다고 잡아들이고, 인터넷에서 입이라도 뻥긋하면 재갈을 물린다. 공무원이 시국선언이라도 하면 형사 처벌되고, 파업과 같은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표현행위에 수억 원의 손배․가압류가 부과된다. 이제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되었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가 되었다.

위 사진:17차 유엔인권이사회

6월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인권이사회(Seventeenth Session of Human Rights Council)에서 한국 표현의 자유가 도마 위에 올랐다. 프랭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Mr. Frank La Rue, UN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아래 특별보고관)은 한국 보고서(「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Prank La Rue」유엔 문서 번호: A/ARC/17/27/Add.2)를 공식 발표하였다. 특별보고관이 2010년 5월 방한하여 한국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였다. 특별보고관은 2008년 촛불시위 이후로 한국 표현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고, △명예훼손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 △선거 전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표현의 자유 제한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 △언론매체의 독립성 △국가인권위원회 등 8개 분야에 걸쳐 한국표현의 자유 실상을 지적, 권고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1995년 아비드 후싸인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을 방문 조사한 결과를 그해 11월 한국보고서로 발표한 바 있다. 유엔 가입국이 192개국인데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는 것은 최근 한국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후퇴되었는지 그 심각성을 반증한다. 1995년 아비드 후싸인 특별보고관이 작성한 한국보고서는 국가보안법과 그로 인한 수감자들의 인권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번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인터넷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 실상과 기준설정을 주요하게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권고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보고서에서 특별보고관이 지적한 우려사항과 권고에는 거울처럼 비춰지는 한국 표현의 자유 실태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 인터넷접속률 높지만 규제와 검열 심해

첫째,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많은 관심을 쏟았고 이 분야와 관련한 권고를 통해 인터넷 분야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인권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률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열과 규제 또한 심각하다. 그런 맥락에서 특별보고관은 한국 보고서의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다루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미네르바 구속기소,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구속기소, △최병성 목사 쓰레기시멘트 게시물 삭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인터넷 표현의 자유 실태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진단하였다. 특별보고관은 어떤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로 처벌받는 데 반대하며 헌법재판소의 ‘허위의 통신’ 위헌 결정을 환영하였다. 위헌 결정이 나자마자 재빨리 대체 입법 방침을 밝힌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똑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네 개나 발의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얘기다.

위 사진: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권고 촉구 캠페인 엽서

또한 특별보고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포털 등 인터넷 중개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콘텐츠 규제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특별보고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콘텐츠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법률상 ‘불법정보’의 유형이 모호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에 비판적인 정보를 삭제하는 사실상 사후 검열 기구로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별보고관이 방한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독립적 자율규제기구로 이양할 것을 권고한 것을 환영하면서 특별보고관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능을 독립 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특별보고관은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임시조치제도(*)를 남용하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고, 인터넷 실명제 대신 다른 신원확인수단을 모색할 것 역시 권고하였다. 한국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악의성 댓글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을 방지한다는 근거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소망과는 반대로 악플이 줄고 있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는 이유로 형사제재와 괴롭힘 증가하면 위축효과 나타나

둘째, 특별보고관은 국제인권기준에 일치하지 않는 법의 남용으로 한국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위험성을 지적했다. 특별보고관은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표현하는 개인에 대한 기소건수와 괴롭힘이 늘어났고 (…)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의 상당수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그러한 법률을 근거로 개인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빈도가 증가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야기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위축효과(Chilling effect)란 엄격한 규칙이나 규제로 인한 사기 저하, 의욕 상실을 일으키는 효과를 의미한다. 위축효과가 작용하면 벌칙 부과의 두려움으로 표현이나 행동을 스스로 억제하게 된다. 즉 자기 검열이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개인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재판 전 구속, 고비용의 형사재판, 벌금 부과, 투옥, 전과자 낙인의 위협에 늘 직면하고 있다. 일례로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거나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에 대해서도 출석요구서 발부 등과 같은 과도한 형사적 제재를 받고난 후에는 다시금 그러한 표현행위를 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피디수첩 사례 등 각종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언론인들 역시 명예훼손에 의한 형사·민사적 제재를 언제나 감당해야 할 십자가처럼 안고 산다. 공권력이 노골적으로 검열의 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다양한 박해의 위험에 놓여있는 개인은 위축감에 의해 스스로 저항과 비판의 칼날이 뭉뚱그려지고 내면화된 검열의 잣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현실을 특별보고관은 면밀하게 지적했다.

위 사진: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권고 촉구 캠페인 엽서

8개 분야 권고에서 다양한 국가의무 제시

셋째, 특별보고관의 권고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다양한 국가의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자유권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그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소극적 권리로 접근해왔다. 그러나 1980년 후반 림버그 원칙 등을 통하여 ‘국가의 의무에 기초한 접근’이 인권보장의 책무로 제시되고 있다. 자유권은 소극적 권리로 사회권은 적극적 권리로 접근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인권보장의 책무가 있는 국가에게 다층적인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인권보장을 위한 국가 의무는 크게 존중, 보호, 실현의 의무가 있다. 존중의 의무는 국가가 권리의 향유를 직·간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면, 보호의 의무는 3자가 권리의 향유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실현의 의무는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의무이다.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법령과 관행으로 폐지와 중지를 권고한 것은 △국가보안법 7조 △형사상 명예훼손죄 △국방부 불온서적 등이다. 이러한 권고는 국가가 존중과 보호의 의무를 이행하는 관점에서 즉각적인 실행이 가능하다. 1995년 아비드 후싸인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 3차에 이르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 역시 존중과 보호의 의무에 많이 할애되었다. 반면, 프랭크 라 뤼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는 존중과 보호의 의무 외에도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영역(언론의 독립성, 집회의 자유, 선거의 자유)까지 확장시켰다.

특별보관은 한국보고서에서 △2008년 촛불집회 △용산사태를 언급하며 법집행기관들이 ‘유엔 법집행관 행동강령(UN Code of Conduct of Law Enforcement Officials)’과 ‘법집행관의 무력 및 화기 사용 기본원칙(Basic Principles on the Use of Force and Firearms by Law Enforcement Officials)’을 준수할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특별보고관은 “법집행 공무원들에 의한 무력의 과도한 사용에 관한 모든 혐의들이 효과적으로 수사되고, 책임 있는 이들이 처벌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보고관의 이러한 권고는 실현의 의무를 이행해야할 책임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즉 정부가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조치로서 법집행공무원들이 지켜야할 인권원칙을 교육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특별보고관은 △선거 및 후보자 관련 주요 사안에 관한 정보와 의견의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교류를 포함하여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전면 보장, △방송사 경영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임명절차 마련, △신문과 방송 부문의 교차소유와 언론재벌의 형성을 금지함으로써 언론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증진하고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내용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알 권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평등의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국가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6월 3일 1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특별보고관의 한국보고서가 발표되자 한국정부파견단은 ‘포괄적이며 균형 잡히지 못한 평가’ 내지는 ‘대한민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상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하며 특별보고관의 조사결과를 폄하하였다. 한국 민간단체참가들은 구두발언(Oral Statement)을 통해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 준 특별보고관의 노고를 격려하며, 한국정부는 특별보고관이 권고한 공무원들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구두발언에서 국제앰네스티도 촛불집회 이후 한국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였다고 지적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 했다. 국내에서도 인권단체들은 특별보고관의 권고를 담은 엽서를 권고이행에 책임이 있는 정부당국자에게 보내는 엽서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권고에 대한 정부의 이행계획을 촉구하는 토론회가 7월 12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제 권고 이행을 위해 남겨진 책임은 정부에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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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장여경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57 호 [기사입력] 2011년 06월 29일 2: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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