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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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의 대학생이었던 레이철 코리(Rachel Corrie)는 “국제평화연대(International Solidarity Movement)”의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집을 마구잡이로 철거하려는 이스라엘군의 장갑차에 온몸으로 맞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유대인들을 위해 완력을 동원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내쫓고 있다. 정착민들은 극단적인 보수성과 광신적 유대주의를 칭송하는 경향을 내보인다. 전 세계에 유대인들이 존재하는 데다, 조상 중 유대인이 있다는 점만 증명하면 언제든지 이스라엘에 이민을 와서 합법적으로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위 사진:2003년 이스라엘군의 장갑차에 깔려죽은 평화운동가 레이철 코리

현재 국제사회는 추가 정착촌 건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쉽사리 무시하며 정착촌 확대건설의 대의명분을 내려놓지 않는다. 몇 십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아랍계 선주민들의 재산과 집을 정착민들은 무상으로 차지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루아침에 생계터전을 잃어버린 채 무주택자가 되거나 친척집에서 비좁게 연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정착민들의 행렬 속에, 나날이 줄어드는 팔레스타인인의 영토로 인해 오늘날 가자지구는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되었다.

가자지구를 찾아가는 활동가들

당시 레이철과 더불어 몸으로 불도저를 막아내려던 활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스라엘, 당신의 이웃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세요.”라고 힘주어 외쳤다. 낡은 형광색 점퍼만을 두른 후, 우악스럽게 돌진하는 불도저를 막아내던 레이철은 갑자기 균형을 잃은 후 넘어졌다. 불도저는 그녀를 두 번이나 사정없이 짓뭉갠 후 마침내 멈추었다. 24세의 평화운동가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잔악무도하게 죽은 전후, 여러 명의 국제활동가들이 비슷한 과정으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영국 출신의 평화운동가 톰 헌달(Tom Hurndall)을 이스라엘군이 조준 사살한 것으로 훗날 드러나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선진국 출신의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살해되면 그나마 언론보도가 나오거나, 정식 재판이 열리거나, 사망자들의 정부에서 유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일상적으로 학살되는 현실은 좀처럼 서구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일례로, 팔레스타인 소년들은 극심한 실업난과 절대적 궁핍을 피하기 위해서, 지뢰밭이 매복된 곳에서 먹을 것들이나 중고시장에 내다팔 만한 것들을 샅샅이 뒤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이들을 상시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지뢰이기보다, 이스라엘 군인들의 집요한 총격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인권운동가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조차, 이러한 소년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점을 익히 잘 알 것이라고 지적한다. 불필요한 잔악행위가 그치지 않고 재발되는 이유는, 심각한 범죄를 자행한 거의 모든 이스라엘 군인들이 불체포 특권(impunity)을 누리며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겨울,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을 겨냥한 테러공격을 막겠다는 구실로, 국제사회의 반대여론에도 아랑곳없이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가자지구는 인구가 매우 조밀하게 분포한 데다, 과반수 이상 주민들이 아동들이어서 극심한 인명피해를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이스라엘은 피란민들이 즐비한 병원에서부터 국제연합(UN) 건물, 학교 등에 강력한 공격을 집중적으로 퍼부어서, 두 달 사이에 1,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들이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상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투하가 금지된 백린탄을 셀 수 없이 퍼부어서, 전쟁의 원인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민간인들을 보복대상으로 삼았다는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공습 기간 중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형언할 수 없는 잔악행위가 잇따랐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아서 위험지역을 수색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그리고 실제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살고 있는 가옥을 임시 막사로 사용하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집 안에 살던 모든 가족구성원들을 살해한 후 철수하는 일이 백주대낮에 이루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아랍인들의 멸족을 희구하며, 벽마다 히브리어로 아랍인들의 박멸을 바라는 낙서를 도배하기까지 했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끄떡하지 않고 진행된 공습이 종결된 후 여러 인권단체들은 실제 가자지구를 방문해서 사실관계를 공정하게 조사했다. 국제엠네스티의 인권조사관인 도나텔라 로베라(Donatella Robera)는 가자지구를 돌며 팔레스타인 측에서 제기한 전쟁범죄가 거의 대부분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반인류적인 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바람이 비로소 성과를 이루어서, 국제연합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판사인 리처드 골드스톤(Richard Goldstone)에게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전쟁범죄 혐의를 면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골드스톤을 비롯한 저명한 법조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양측의 전쟁범죄 혐의를 명명백백하게 기록한 를 정식으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골드스톤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명백한 전쟁범죄를 저질렀기에, 금명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전범 혐의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단지 이스라엘 군인들의 인권유린행위만 다룬 것이 아니라, 하마스도 이스라엘 민간인들의 가옥에 반복적으로 로켓공격을 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전쟁범죄 행위이기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이스라엘 정부는 국제연합과 골드스톤 판사가 이스라엘에 대해 대단히 편향된 시각을 지녔기에, 보고서의 내용을 추호도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스라엘은 행여 전쟁범죄 혐의가 극소수의 문제 있는 군인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저질러질 수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서 처벌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습 기간 중 발생한 인명피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인권운동가들은 보고서의 내용이 이스라엘 측 주장으로만 가득 차 있으며, 실제적으로 어떠한 전쟁범죄도 깊이 있고 진지하게 추적하지 못한 공허한 보고서라고 비판하였다.

위 사진:벤구리온공항에서 이스라엘 활동가가 강제로 연행되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국제엠네스티는 112쪽이 넘는 장황한 보고서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이슈화를 이끌었다. 전쟁 후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엄습하는 가장 실제적인 문제를 보고서 형식을 빌어서 지적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식수나 요리, 목욕, 청소 등으로 매일 사용하는 각종 정수시설과 우물을, 하마스의 무기 공급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몇 년째 파괴하고 있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전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한 나머지, 값비싼 돈을 들여서 물을 구입해서 먹거나 위험요인을 각오하고서 정수가 되지 않은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는 삶을 알렸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용하는 병원에서조차 물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형국에서, 근처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풀장을 지어놓고 수영을 즐기거나 정원용 화초를 가꾸기 위해 물을 낭비하는 대조적인 현실을 고발했다. 80% 이상의 물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헤프게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펌프에 담아둔 빗물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일이 잦다고 알렸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빼앗기는 삶

국제사회로부터 ‘집단처벌’이라고 호되게 비판받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이스라엘을 비롯한 이웃나라에 취업하는 것을 몇 년째 금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생필품과 의약품이 치명적으로 부족해서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혹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전쟁기간에 파괴된 사회간접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각종 건축 재료가 무기제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금지되어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 심각한 난항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세계 방방곡곡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한 선박이 거듭 가자지구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0년 여름에는 다국적 활동가들이 탄 친 팔레스타인 소함대(flotilla) 푸른 마르마라(Navi Marmara)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서 9명의 터키 국적의 활동가들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이스라엘은 미디어 전략을 사용해서, 숨진 활동가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의 조직원들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흘리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기 위해 작태를 벌였다.

이 사건 이후에도 다국적 활동가들이 소함대를 타고 가자지구에 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대부분 이스라엘군에게 적발되어서 길이 가로막혔으며, 연행된 활동가들은 대부분 다시금 이스라엘에 입국할 수 없는 조건으로 추방되었다. 최근 ‘Welcome to Palestine(팔레스타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라는 단체의 활동가들은 그리스를 출발해서 조만간 가자지구에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출항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누군가가 소함대의 중요한 장비를 고의로 파괴해서, 일부러 대형 사고를 유발하려 한 행동을 이탈리아 활동가가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성적지향으로 인해 소함대에 탈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유트브에 비판 동영상을 올린 “미국인 활동가”는,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배우가 연기한 가공의 음모라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가 끈질기게 출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활동가들은 오래도록 항구에 고립돼 있는 상태이다. 배에 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미국 출신의 활동가들은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적 곤궁사항을 이스라엘이 이용해서, 경제적 이해관계로 사주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과 함께 하는 사람들

소함대를 타고 가자지구에 가는 것이 연거푸 어려움에 봉착하자,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직접 서가자지구에 이동하기로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몇 백 명이 넘는 친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이들이 이스라엘에 입국하는 것을 원천봉쇄해서 격정적인 항의사태를 빚었다.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출입국 당국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서 우호적인 의견을 가졌는지를 물어본 다음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즉시 자의적으로 입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활동가들은 경찰에 의해 거칠게 연행되었고, 거의 모든 외국인 활동가들이 본국으로 강제 추방되었다.

위 사진:전 세계에서 입국을 불허당한 활동가들이 벤구리온공항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활동가들은 소함대에 어떠한 무기도 싣지 않았으며, 음식과 책, 의복, 의약품처럼 민간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정성껏 담았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신들이 대개 평화주의와 인권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사실을 들면서, 가자지구에 가서 분쟁을 조장하는 폭력사태를 모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이 몇 천 년 동안 살았던 땅에 쳐들어와서 그들을 내쫓고 지은 이스라엘의 행태는 여러 면에서 나치를 닮아가고 있다. 히틀러의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의 광기가 후끈 달아있을 때, 유대인들은 절멸의 위기를 체감하며 이등시민으로서 온갖 차별을 상시적으로 겪으며 살아야 했다. 그들은 집과 재산, 직업을 단번에 빼앗긴 뒤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집단수용소로 끌려갔다. 박해를 받던 유대인들을 도우려는 사람들 또한 집단수용소에 끌려가거나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서가자지구에 사는 아랍인들은 상대적으로 가자지구에 갇힌 아랍인들보다는 처지가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의 모든 면에서 심각한 차별과 배제를 받으며 이등시민으로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 이들보다 더한 처지에 놓인 가자지구 사람들은 감옥처럼 높다란 철체장벽이 가로놓인 빈곤한 땅에서, 부서지고 황폐한 마을, 만성적인 배고픔, 의약품과 생필품 품귀현상, 일상적으로 엄습하는 이스라엘군의 학대행위 속에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차별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가 극단적인 강경진압으로 귀결되어서 실제 총격사태로 이어지자, 이스라엘군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외국인 활동가들이 가자지구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일이 줄곧 있어왔다. 내로라하는 국제 미디어가 대부분 취재를 등한시하는 현실에서, 활동가들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이스라엘 군의 서슬 퍼런 폭력에 정면으로 노출되었다. 레이철 코리와 톰 헌달, 제임스 밀러, 에밀리 헤노코비즈, 크리스토퍼 휘트먼 등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몸으로 모색하던 도중,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사망했거나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현재 이들 중 영국인 사망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과 가해자 처벌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한국에서 인권유린이 발생할 때 외국의 인권운동가들이 우리 못지않게 우려하며 국제사회의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을 벌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민주주의를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내는 역사를 매우 부러워하는 외국인들을 만난 적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온 친구는 집회가 매우 드문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처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정의를 지켜나가는 모습을 고국에서도 보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밖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외신을 소홀하게 취급하는 언론의 관성과, 국제사회에 책임감 있는 목소리를 내는 데 관심이 없는 정부 탓도 크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옥죄는 경제봉쇄와 이동권 억압에 대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처절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접 가자지구에 가지 못한 활동가들은 캐나다에서부터 아일랜드, 프랑스 등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59 호 [기사입력] 2011년 07월 11일 17: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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