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과 SOFA 개정의 방향

환경범죄 막을 SOFA 개정이 시급하다

정인철
print
캠프캐럴 기지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퇴역미군의 증언이 세 달을 지나고 있다. 더불어 부천, 부평, 춘천, 군산, 평택 등 반환 및 주둔하고 있는 전국 미군기지에서의 고엽제 매립과 살포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놀라움이 아니다. 미군의 환경범죄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 주둔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발생되어 왔다. 우리는 2000년에 발생한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을 많이 기억한다. 시체방부 처리용 포르말린용약 470병을 정화 없이 한강 하수구를 통해 버린 사건으로, 영화 괴물의 주된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캠프캐럴에 매립했다는 고엽제량은 100여 톤에 달한다. 한강독극물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이자 사건이다.

위 사진:현재 한미공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캠프캐럴 내 헬기장과 D구역 일대의 모습 [사진제공: 녹색연합]

인류 최악의 물질이 한반도에 사용되기 까지

1943년 미 육군 시카고 대학은 고엽제 성분인 2,4-D와 2,4,5-T 농약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최초 수행하게 되고, 미군은 플로리다 육군비행장에서 계속적인 군사작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뒤인 1961년부터 1971년까지는 실제 고엽제를 사용했고, 치명적인 독성영향피해가 민간인과 군인들에 의해 보고되면서 1971년을 기점으로 고엽제에 대한 사용을 공식적으로 중지했다. 이후 1972년에 25,000개 이상의 Agent Orange(고엽제의 일종인 오렌지색의 제초제) 드럼통을 베트남에서 미국령인 존스턴 섬으로 이동시키는데 이 작전을 ‘페이셔 아이비(PACER IVY)’라고 부른다. 또한 고엽제의 안전한 폐기를 위한 연구가 1977년까지 진행되고 2004년 존스턴 섬 근처 공해에서 소각·폐기시키는 작전을 일컬어‘페이셔 호(PACER HO)’라 한다.

위 사진:반환 미군기지 현장조사 당시 토양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제공: 녹색연합]

미국은 1952년 한국전쟁 중에 고엽제를 사용하기 위해 항공 살포기술 연구를 진행했으나,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미 군사고문단이 작성한 식물통제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서의 고엽제 사용은 미군 지휘 아래 한국군이 두 차례 살포작전을 수행한 1968~69년뿐이다. Agent Orange 2만1천 갤론, Agent Blue(고엽제의 일종인 파랑색의 제초제) 3만8천 갤론, 모뉴론 9,000파운드가 비무장지대에 살포됐다. 따라서 1978년이라는 시점에 주한미군이 캠프 캐럴에서 고엽제를 무단으로 매립했다는 증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군이 공식적으로 밝힌 ‘페이셔 호 (PACER HO)’작전이 한국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용하고 남은 고엽제의 행방과 그에 따른 주변지역으로의 영향은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져 논쟁이 되었고, 더 이상 매립행위는 사고가 아니라 범죄라는 접근을 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대응이 더디고, 미군은 현장조사에 미온적이다. 이 충격적인 범죄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모른채, 속아왔다. 그러나 기존에 그래왔듯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보인다. 문제는 SOFA(소파, 주한미군지위협정)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체결 및 변천과정

주한미군, 미군기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SOFA다. 미군의 주둔과 재배치, 반환미군기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되었던 현안에는 상시적으로 거론된다. SOF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 주둔하게 된 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모법이다. 한미행정협정이라 많이 불리지만, 행정협정은 국회의 정식 비준을 거치지 않은 약식 조약을 지칭하므로 ‘주한미군지위협정’이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1966년 7월 9일에 체결됐다.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최초의 협정은 ‘한-미간 과도기에 시행될 잠정적 군사 안녕에 관한 협정’이다. 1948년에 체결됐다. 미군정시대에는 남한의 주권이 없었고, 이후 군사분계선 이남에 단독정부가 수립되면서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문제가 제기되어 맺어진 협정이다. 1950년에는 급박한 전시상황을 내세워 미군 당국의 일체 형사 재판권을 부여하게 된 대전협정을 맺게 된다. 2년 후에는 주한미군이 우리의 민사청구권으로부터도 면제받게 되는 마이어 협정이 체결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범죄와 만행으로 한국 국민들의 여론이 크게 악화되면서 대전협정과 마이어 협정에 대한 개정요구가 빗발친다. 이러한 이유로 맺어진 협정이 바로 SOFA이다.

위 사진:1990년대부터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그러나 체결된 내용이 기존의 협정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협정체결의 대가로 한국군의 월남 파병 및 한일협정 체결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치욕적인 협정이라 평가받고 있다. 1991년에 들어서야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형사재판권 자동포기조항 등의 독소조항을 담은 교환각서와 양해사항이 폐기되는 1차 개정이 진행되었으나, 1992년 주한미군에 의한 윤금이 씨 살해사건, 95년에 충무로 지하철 난동사건 등 연쇄적인 미군범죄로 인해 SOFA에 대한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다시금 높아진다. 이후, SOFA개정문제는 미군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이슈화되었다가 묻혀지길 반복하고 2000년에 발생한 이태원 외국인 전용클럽에서의 한국인 여종업원 살해사건을 계기로 개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1년 2차 개정되어 체결된 것이 현재의 SOFA이다.

2000년에 발생한 한강독극물 방류사건은 우리 국민들이 미군에 의한 환경범죄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온 국민의 충격과 분노가 커지자 당시 미8군사령관은 독극물무단방류사건과 관련해 공식사과를 했다. 미군 주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연이어 문학산, 캠프 이글, 캠프 하우즈 기름 오염사건이 발생되면서 미군기지가 환경문제의 사각지대라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고, 국민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통해 2001년 SOFA 2차 개정과정에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특별양해각서에는 미군당국의 법적 의무가 결여되어 있어 선언적인 것에 불과했고, 미군의 환경범죄에 대한 행위자처벌과 환경정화비용의 지불, 오염피해에 대한 구제의무가 명시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미군이 일으킨 환경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불어 당시 한미 양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11년까지 미군은 28개기지 및 시설 214만 평과 훈련장 3개 지역 3,900만 평 등 4,100여만 평을 반환하고 한국 측은 신규 토지 154만 평을 공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연합토지관리계획에도 환경오염에 대한 원상복구 규정이 없었고, 반환되는 기지의 환경오염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과정에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 공동환경평가절차서 등이 만들어졌지만 어디까지나 부속서에 불과했다. 여러 결함이 있다. 정부는 단독으로 미군기지 내 토양조사를 할 수 없고, 미군과의 합의를 전제한다. 조사 내용도 미군과 합의해야만 공개를 할 수 있다.

위 사진:미군기지 환경범죄는 항상 사고 이후에 관심을 받게 된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SOFA, 개정방향은?

SOFA협정은 양 국가가 자발적인 입장에서 개정된 바가 전혀 없고 매번 사회적 논란에 따른 개정이 이루어져 왔다. 최근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사건 역시, 과거의 여러 사회적 논란의 한편일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SOFA 개정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주한미군은 SOFA 제4조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는 명시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원상복구 역시 의무가 없다고 해석하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1년에 이 조항으로 미군의 오염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SOFA 제4조는 미군이 필요에 따라 새로 설치한 건물과 공작물 등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원상회복의무를 면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SOFA는 미합중국 군대에게 공여 받은 시설과 구역을 오염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는 이 조항을 삭제해서 미군의 환경정화 의무를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 확인되고 있는 캠프캐럴을 비롯한 전국 미군기지의 오염의 정화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미군기지의 환경 관리와 오염 치유를 국내 환경법 수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환경법과 상충되는 미군의 자의적인 치유 기준과 환경 관리로 미군기지 오염 문제 해결은 항상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특히 미군기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의 경우에는,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염에 대한 사전예방조치나 조사와 정화를 신속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NATO-SOFA 독일보충협정 제53조에 의해 주독미군은 독일법을 준수해야 해야 하며 독일법상 규제되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 독일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독일 담당 공무원은 주둔지역 안에서 환경위반사항을 조사할 관할권을 가지고 있어 비상시에는 미군에 통고 없이 기지를 출입 할 수 있다. 상시적인 모니터링으로 오염 원인을 차단하고 오염이 발생할 때 주변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반복되는 오염 문제 해결의 시발점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 비공개 조항의 삭제가 필요하다. 미군의 환경오염은 한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은폐되어 왔다. 미군과 한국정부는 SOFA 운영절차 부속서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 7조의 ‘정보 교환 및 조사 정보 배포는 환경분과위원회 양측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정보 비공개의 타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내 사법부는 이러한 태도가 위법적 성격의 사안임을 밝힌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환경부가 정보 비공개 근거로 든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는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은 한미 간 합의서로 정보공개법에 의하여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외교 협상에 불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보비공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미군의 환경범죄를 막을 SOFA 개정

캠프캐럴 고엽제매립 사건의 경과 속에서 주한미군은 예측하지 못한 기지 내부의 오염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오염정도가 밝혀진다면, 현재 반환되고 있는 미군 기지들의 전면적인 환경조사 재검토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일부 항목만을 정화의 대상으로 조사된 지난 결과들은 지자체와 주민들의 불신을 가져오게 되고, 결국 반환미군기지 재협상에 부담되는 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정화비용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주한미군재배치에 대한 영향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은 고엽제 매립에 따른 책임론보다, 자국의 경제적 부담을 두려워하고 있다. 자국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캠프캐럴 기지 고엽제 매립사건은 수많았던 미군의 환경범죄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범죄는 계속될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해서 그곳이 미군의 전유물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삶이 자리한 터전이다. 재발방지를 약속받고, 한국정부와 미군이 평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SOFA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할 때다.
덧붙이는 글
정인철 님은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265 호 [기사입력] 2011년 08월 31일 10:54:07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