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저임금과 고용불안, 청소노동의 현실을 바꾸자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요구한다 (1)

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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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유령처럼 일하던 현실을 바꾸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현장을 바꾸기 위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이런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다양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있었다. 이는 곳곳에서 일부나마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작지만 중요한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대부분 하도급 방식으로 이루어져,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해고될까 불안에 떨고, 업체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열악한 노동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40만 건물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하 ‘캠페인단’)은 2011년 상반기 진행한 서울지역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여러 전문가 및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이하 ‘제도개선 요구안’)을 마련했다. 제도개선 요구안은 크게 △저임금 해소 △고용불안 해소 △휴게공간 설치 제도화 △노동안전보건 및 건강권 강화로 구성되어 있다.


시급 4000원짜리 최저임금의 꼬리표를 떼자

2009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산업별․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에 따르면 건물 청소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약 82만 원이다. 여성의 평균 임금은 78만 원으로, 남성 평균 임금 102만 원의 76%에 불과하다. 2011년 캠페인단에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세전 평균임금은 106만 원, 여기에는 각종 수당과 월로 나뉘어 지급되는 퇴직금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 임금은 최저임금 정도로 판단된다. 어떤 건물이든 유지‧관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청소노동은 보편적일 뿐 아니라 필수적인 노동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비율이 84.5%, 청소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58.16세이다. 본인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라 답한 사람이 89.4%에 이른다. 청소노동을 가사노동의 연장으로 보면서 낮게 평가하고 가계수입의 보조적인 역할로 해석하는 사회적 편견은 청소노동을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으로 만든다. 저임금 해소를 위해 근본적으로는 청소노동과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청소노동에 대한 현실화된 임금기준을 마련해서 이를 지키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최저임금제도, 임금 결정에 있어 유일하게 기준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현재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 1/4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에 의해 위촉된 친기업적인 공익위원이 절대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한국사회에서는 임금노동이 생계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상대적 빈곤선의 기준을 상용직 중위임금의 2/3로 정의하고 있는 OECD, 이미 서유럽 여러 국가들은 그 기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법제화해야 하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해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을 은폐하기 위해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단속 또한 필요하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는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곳이 조사기관의 75.6%에 이른다.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은 채 모든 수당을 포함하여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포괄임금제는 이미 정해진 급여 안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법정 수당을 떼먹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포괄임금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단속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정부에서 정한 인건비 기준, 공공부문부터 지켜야

공공부문 청소노동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를 보면 공적 건물의 청소노동자들 평균임금은 739,990원으로 전체 청소노동자들의 평균임금 770,065원보다도 낮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정부는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그리고 2009년 <공공부문 청소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청소용역업체 선정을 할 때 예정가격 노임단가를 최저임금이 아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가 발표하는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회계예규 제30조(기타용역의 원가계산)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이미 저임금화된 중소제조업 임금 중 가장 낮은 보통인부 노임을 적정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보통인부 노임은 2010년 9월 기준 시급 6,645원으로 대다수의 청소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 시급 4,110원보다는 높다. 따라서 규정대로만 적용한다면 당장 임금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어 저임금 문제가 일부나마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스스로 정한 규정을 현실에서 전혀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09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조사 자료를 보면, 공공부문 청소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77만 원, 이는 2009년 기준 중기협에서 발표한 보통인부 노임인 월급 1,235,750원(25일 기준)에 한참 미달한다. 2010년 마포구청사 청소용역 계약금액 산출내역만 봐도 용역업체 뿐 아니라 구청 또한 임금단가기준에 버젓이 4,110원 최저임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고 규정한 청소용역 인건비 기준이 당장 공공부문 청소노동자들에게 적용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부문 청소노동자들의 인건비 기준이 민간으로 확산되어 청소노동자의 저임금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미 깎였는데 낙찰 과정에서 더 깎는 방식은 안돼

공공부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입찰 방식을 통해 청소업무를 민간에 위탁한다. 각종 계약에 관한 법령이 그 근거로 작용한다. 노동조건 악화로 작용되어 문제로 제기된 최저가 낙찰제는 폐기되었고, 적격심사 낙찰제 방식으로 외주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정부는 말한다. 그러나 그 실상은 정해놓은 예정가격 이하로 조달청 기준 87.7%의 낙찰 하한율에 가장 근접하게 최저가격을 적어낸 업체가 입찰되는 방식이다.

그렇다보니 입찰 과정에서 이미 최저임금액으로 적어낸 청소노동자의 인건비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민의 세금이 집행되는 것이기에 공정한 입찰은 필요하지만, 낙찰 하한률에 근접하게 최저가격을 적어낸 업체가 선정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청소노동자 개개인을 쥐어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우선적으로 인건비에 대해서는 낙찰률 적용을 배제하고, 조달청 기준으로만 있는 낙찰 하한률을 법령에 명시하여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부문은 위탁했다고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수탁자인 업체가 예정했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이윤을 착복하지 않는지, 근로조건 준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등을 관리‧감독해야 한다.

농산물 직거래처럼 우리도 직거래하자

실태조사에서 만난 165명의 청소노동자, 그 중 93.2%인 129명의 청소노동자가 용역직이라는 간접고용 형태에 있었다. 대부분 직접고용 형태였던 청소노동자는 90년대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지금은 거의 간접고용형태로 전환되었다. 고용과 사용의 분리는 노동권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용역계약에서 우월한 입장에 있는 원청은 실질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만,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면하는 현실이다. 용역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청소노동자들은 해고 불안에 시달린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고자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면 돌아오는 것은 집단해고, 업체 변경시 고용승계에서의 배제이다. 이러한 간접고용의 구조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청소노동자 개개인이 감내하면서 유령처럼 존재하도록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청소노동은 건물의 유지․ 관리를 위해 상시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직접고용, 상시고용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외부에 위탁한다는 것이 자본의 논리이지만, 최근 직접고용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여러 사례는 이 논리가 거짓임을 보여준다. 노원구청은 최근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했다. 직접고용 후 청소노동자 인건비 상승 등 근로조건의 일부 개선에도 예산이 오히려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마포시설관리공단의 자료를 보면, 공단에서 직영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인건비 증가분은 연간 44,903,401원, 이는 2011년 청소용역 입찰과정에서 예정가격과 낙찰가격의 차액인 77,230,550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일부나마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 점을 보여준 측면에서 공사화 사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재위탁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노동자를 공사에서 고용하는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고용안정화에 딱 부합되는 방법은 아니다. 간접고용의 문제를 해소하는 여러 사례가 생기고 이를 통한 긍정적 효과들이 얘기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실제 사용하고 있는 주체가 고용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업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해고불안, 이제 그만!

직접고용-상시고용이 원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당장 시행이 어렵기에 우선적으로는 지금의 간접고용 방식에서 업체변경에 따른 고용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에 ‘사업이전, 업체변경 등의 이유로 해고할 수 없고, 고용관계는 새로운 사용자에게 이전’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안)에서 그 사유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있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이러한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청과 용역업체 간 용역계약이 만료되고 집단 해고된 강원랜드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강원랜드가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한 결과 용역입찰 참가조건이 되는 과업지시서에 ‘고용승계’를 명시하여 용역을 발주했다. 원주시, 전주시, 대구시 등 몇 군데 지자체에서도 일부 위탁업무에 대한 입찰조건으로 기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간접고용으로 청소노동을 사용하는 경우 입찰조건에 ‘고용승계’를 명시하게 함으로써 업체변경시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

간접고용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여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하는 원청에게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원청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직접 원청을 상대로 싸우고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의미로서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다.

공공부문부터 달라진다면

반복되는 고용불안의 현실은 그 자체로 청소노동자에게 권리의 주체가 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다. 어떤 공간을 가든 우리는 청소노동자를 만난다. 그만큼 일상에서 상시적으로 요구되는 청소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재구조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2006년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민간부문의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수준도 더 낮고, 휴게시설 구비 정도도 더 떨어지고, 근로계약서 작성비율도 더 낮고, 산업재해보험 가입률도 더 낮았다. 노조가입을 막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도 공공부문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공공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악덕 사업주’인 공공부문부터 바뀌어야 한다. 당장 정부가 마련한 인건비 기준을 지키면서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고,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한다면 그것이 작은 씨앗이 되어 곳곳에 퍼져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음 [벼리]에서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휴게공간 설치 제도화 방안 △노동안전보건 및 건강권 강화 방안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65 호 [기사입력] 2011년 08월 31일 1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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