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의 두리번두리번] 저 바다에 빠진 대한민국, 평화마저 판돈으로 걸다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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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꽤나 불렀던 노래 중에 고래사냥이란 게 있었답니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술 먹고 거나하게 목청껏 부르기 딱~ 좋은 노래였죠. 그런데 요즘 세상이 온통 ‘바다이야기’였죠. 고래 잡으러 가던 동해인지, 아니면 조개 잡는 서해인지, 멸치 잡는 남해인지 모르지만 그 바다에는 고래가 나타난다고 하니까 아마도 동해 바다 이야기 아닐까 생각하는데….

저는 그 바다 그림이 그려져 있는 가게를 지나치다가 참 희한하다 생각했습니다. ‘무슨 횟집이 밖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어놨나? 횟집이면 수족관도 있고, 그 안에 물고기들이 떠다녀야 하는데!!’ 바빠서 그냥 지나쳤다가 동네 주택가 근처까지 들어서는 똑 같은 포맷의 가게를 보면서 다시 갸우뚱거리기만 하다가 어느 날 그게 성인 PC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참 둔하죠?

그 바다에서 고래가 잠깐 나타나면 얼마 후 대박이 터질 것을 예측한다나, 뭐 그렇다죠. 성인 PC게임이 바다이야기 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도박 인구가 240만 명이 넘는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네요. 로또에 이어서 인생역전을 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의 대박을 위해서 집 재산까지 다 날리는 거죠. 뭐 바다이야기 말고도 '인어이야기'도 있고, ‘황금성’에 ‘야마토’ 같은 게임들이 있다고도 합니다. 세상에는 이런 도박 말고도 고전적인 고스톱, 포커에 경마, 경륜, 경정 같은 뭔가 건전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아예 특별한 허가 받은 도박장인 카지노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에서 흘러나온 돈 400억이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고 하고, 그 돈이 정치권, 특히 여권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죠. 그래서 한건 잡은 한나라당이 그냥 넘어가지 않죠. 그래서 올해만 특별히 국정감사도 10월로 연기했다고 합니다.


저들의 도박, 판돈은 얼마인가

제가 무슨 도박공화국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죠. 바다이야기는 개인 사재를 공격대상으로 삼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꽤나 큰 것, 그러니까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 평화와 같은 것을 갖고 도박을 하기 좋아하나 봐요. 그에게 따라 붙어 다니던 ‘승부사’ 기질은 다른 말로는 ‘도박사’ 기질이 아닐까요? 한 번 붙기로 하면 딱 눈 감고 올인 하는 것 말이죠. 그렇게 붙잡고 말리는데도 한미 FTA 협상 한사코 밀어붙이는 것 보세요. 평택 미군기지 재협상하라고 하니까 아예 강제철거를 단행한다고 하죠. 청개구리도 이만저만한 청개구리가 아닙니다.

이번 주에 일어날 가장 끔찍한 일은 아마도 대추리, 도두리에 대한 강제철거일 겁니다. 국방부는 ‘빈집’ 130가구 중에 90가구를 철거하겠다고 하고, 이걸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당할 수만은 없으니 이를 저지하려는 인권지킴이들과 충돌이 일어날 테고, 연세 많은 노인들의 두 눈에 다시 피눈물이 흐르지 않겠나 싶어 걱정입니다. 아마도 국방부의 예정대로라면 이 글을 독자들이 읽을 때쯤이면 ‘유혈진압’의 성공 또는 저지 여부가 결정되어 있겠지요. 제 나라 백성들을 지키라고 있는 군대와 경찰이 이미 대추리, 도두리 백성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적들이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땅을 수복하자고 난리치는 마당인데요. 결국 1단계 강제철거 뒤에는 무엇이 남나요? 2단계, 3단계 강제철거, 결국에는 미군기지를 위한 성토작업을 거쳐서 2008년 말까지 미군기지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국방부와 정부입니다. 사실 저는 꼭 빈집에 대한 강제철거가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저렇게 밀어붙이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건 아닐까요? 일각에서는 미군기지 이전협정이 잘못 되었으니 재협상하라고 하고, 앞으로 국회에서 청문회도 열리고 하면 그동안 정부가 해왔던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여론이 안 좋아질 거니까 미리 쐐기를 박으려 하는 게 아닐까요?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제 나라 백성들을 유혈진압해서 내쫓는 걸로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요? 부시 형님 앞에 대추리, 도두리를 진상하고픈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일까요?

노무현 정부의 도박에 대한 신념은 결코 평택 미군기지 문제로 그치지 않죠. 이미 드러났지만 직도에 매향리 사격장을 옮겨와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공군들이 폭격할 수 있는 자동채점기를 설치하겠다고 하고, 파주 무건리에는 미군을 위한 종합훈련장을 제공하겠다고 하고, 저기 멀리 제주도에도 미군을 위해 기지를 제공하겠다고 하고, 여기저기 서해안벨트를 묶어서 MD 방어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하죠. 곳곳에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폭격을 부르는 미군기지, 미군들의 미사일 기지와 같은 것을 만든다고 합니다.

전시작전통수권 환수 문제를 두고 수구세력들이 발광을 하고 있죠. 그들은 또 다른 친미세력입니다. ‘미국 없으면 못 살아라’를 외치는 퇴역장군들, 퇴역 외교관들, 거기에 예수의 십자가를 바퀴에 매달고 다니다 훌쩍 고급 승용차로 갈아타고 떠나는 한기총의 드높은 목사님들은 ‘작통권 환수 반대, 미국이여 영원하라!’와 함께 노무현 죽일 놈을 외칩니다. 그들 중에 재향군인회의 고위 간부들은 미국까지 날아가 미국 국방장관 럼스펠드에게 간청했다고 합니다. 제발 작통권을 그냥 미국이 갖고 우리 군을 지휘해달라고 말입니다. 미국은 수구세력들이 이렇게 떼를 쓰니까 사실 북한의 군사력은 별 것 없다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국군의 전력을 평가해 줍니다.

그런데 사실 작통권의 이면에는 전략적 유연성이 깔려 있고, 미국이 한국군의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넘겨주는 작통권에는 수십조 원의 무기 구입비가 따라오고, 방위분담금 증액과 같은 요구가 있죠. 그러면서도 사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작통권을 넘겨받아도 여전히 ‘작전협조본부’로 예속되고, 결국은 더 큰 차원에서 미국의 태평양사령부 휘하에 대한민국 국군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껍데기뿐이고, 아니면 비용도 더 많이 들 수 있는 작통권 환수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기구입비도 안 들이고, 방위분담금도 늘리지 않는 되돌려 받는 것일 텐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해온 꼴을 보면 미국의 요구대로 넙죽넙죽 다 퍼주지 않을까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국방예산이 얼마나 증액될까요? 미국의 낡은 미사일이 이 나라의 평화를 보장해 준다고요? 정말 그렇게 믿나요?


‘미국없이는 못 살아’를 외치는 자들

한미 FTA 3차 협상이 끝났습니다. 다행히 큰 진전이 없었다고 하는데, 글쎄 미국은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연방국가가 한미 FTA협정을 체결해도 주정부가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협상 대표들은 올해 반드시 FTA 체결하자고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한미 FTA협상 대상이 무려 1만여 건인데 이걸 한방에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정부는 철저하게 협상 내용은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니 언론보도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알아보면 분명히 우리나라 언론에는 드러나지 않은, 미국의 요구대로 넘겨준 내용이 보일 거예요. 미국이 요구한다고 광우병 걸린 미국 쇠고기까지 수입하겠다고 하는 정부니까 뭘 믿을까요? 끝없는 정부의 거짓말에 언제까지 속아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4차 협상은 10월 24일부터 4일간 제주도에 연다고 하죠. 한미 FTA 협상대표들을 제주도에 올 때 모두 싹 쓸어서 제주 바다에 처넣어버리면 안될까요? 백성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 그만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듣고, 똥고집으로 협상을 진행하니까 어쩌겠어요. 아, 제주 바다가 그놈들 때문에 오염되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요? 그것도 그렇군요. 그냥 저들을 자기들 돈만 걸고 하는 도박의 바다에 빠뜨려서 서로 치고받고 하면서 서로 판돈 올리다가 빈털터리 거지꼴이 되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그런 다음에 한미 대표 모두를 미국으로 추방하는 거지요. 그러려면 압수한 게임기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조금은 번거롭겠네요. 아참, 압수한 게임기를 보관하는 데만 40억 원이나 든다고 하는데, 그 비용은 누가 문답니까?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 아닌 것은 여러 모로 보나 맞는 것 같아요. 보세요. 8월 1일 사망했던 포항건설노조원 하중근 씨 사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는 정부와 경찰에 의해서 걷어차였습니다. 결국 그의 동료들은 사망 37일 만에 그의 장례를 쓸쓸히 치렀습니다. 47세, 그에게 이 나라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주었기에 두들겨 패고도 이 정부는 이처럼 당당합니까?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죽고, 다시 하중근 노동자가 죽고, 내일은 어디서 경찰의 방패에, 곤봉에 맞아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요? 노사관계 로드맵을 ILO 아태총회장에서 과감하게 말하는 이 정부의 노동부장관이 있는데, 그것을 극력 저지하려는 노동자들이 안중에 들어오나요? 하중근 때려죽이고도 아무도 처벌되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경찰들은 얼마나 기가 살겠습니까? 아무튼 이번 하반기에 국회에서 반드시 노사관계 로드맵을 관철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요, 이런 일에는 지금까지 여당과 멱살 드잡이를 하던 한나라당도 발 벗고 나서서 편들어줄 것이므로 참 큰일입니다. 생존의 위기에 몰린지 벌써 오래 전인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그 누군가는 없겠지요. 결국 노동자가 아픔과 설움을 아는 사람들끼리 어깨 걸고 나서는 수밖에요.


평화대행진을 시작으로

또 얘기하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이 포비, 아무리 두리번 두리번거려 봐도 쨍 하고 해 뜰 날은 아직은 보이지 않네요. 칙칙한 어둠이 짓누르는 이때, 별 수 없죠. 바다에 빠질 수는 없고, 우리의 삶을, 인권을, 평화를 판돈 삼아 도박질이나 일삼는 놈들에게 한방 제대로 먹이는 것 밖에요. 그래서 다음 투쟁에서는 아예 인권과 평화, 생존권을 우선하는 나라를 만들어 보는 것, 그러기 위해서 9월 23일 자이툰 부대 파병 연내 철수를 주장하는 반전집회, 24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4차 평화대행진을 시작으로 10월 한미 FTA 4차 협상 저지 투쟁을 거쳐서 11월 민중총궐기를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는 것이죠.

언제고 인권, 평화는 잠자다가 깨어보니 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죠. 역사는 작은 권리 하나를 지켜서 세상의 보편상식으로 만드는 과정이 지난함을 말해주지 않나요? 여기서 이대로 물러나면 우리는 저 바다에 빠져 영영 헤어 나올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저 바다’는 무슨 바다입니까? 포비는 이제 그 ‘바다이야기’가 지겨워졌습니다. 투기자본이나 도박이나, 정권이나 도박이나, 미국 정부나 도박이나 모두 저 바다에 쓸어버리고 싶을 뿐입니다. 너무 과격하죠?
인권오름 제 21 호 [기사입력] 2006년 09월 13일 0: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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