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창의 인권이야기] 인간의 권리보다 기업의 이익이 중요한 사회

헌법재판소의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심판에 부쳐

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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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 25조 4항은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3회로 제한한다. 2007년 이주노동자들은 이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4년만의 결정은 기각이었다.

위 사진:[그림: 윤필]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지난 2007년 위헌심판소송 제기 이후 당연히 위헌판결을 기대했고, 당일 오전까지도 위헌판결이 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각결정을 듣고 부랴부랴 들어간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를 보면서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눈에 밟혀 자꾸 한 번씩 더 읽게 되었다. 9명의 재판관 중 8명의 재판관이 이 법률이 이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도 그렇지만, 이주민은 기본권의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당사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관 한 명의 의견은 헌법재판소를 불신할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전치6주 폭행이 아니라면 사업장 변경 꿈도 꾸지 마라?

고용허가제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뽑히는 25조 4항 규정은 이주민들이 회사를 옮길 때 마다 족쇄처럼 따라다닌다. 회사에서 임금을 계속 늦게 주어 사업주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가 없다. 만약 사업주의 허락을 받지 않고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사업장이탈신고가 되어 미등록이주민이 된다. 임금뿐만이 아니다. 사업장에서 폭력을 당하여도 전치6주가 나오지 않는 한 자의에 의해 회사를 옮길 수가 없다. 언어폭력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회사를 3번 이상 옮긴 상태에서는 더욱더 심각해진다. 3번 옮기기 전에는 사업주가 허락해주면 회사를 옮길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자신이 이 회사의 업무와 맞지 않더라도 회사를 옮길 수가 없다. 회사에서 폭력을 당해도, 언어폭력에 시달려도, 괴롭힘을 당해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노동을 해야만 한다. 법은 모욕과 무시의 경험을 회사를 옮길 수 있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의적으로 회사를 옮긴다는 것은 언제 단속을 당해 쫓겨날지 모르는 미등록이주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기업의 이익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사회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을 보면서 헌법재판소를 못 믿게 된 건 사실이다. 군형법 42조 성소수자 처벌 합헌 결정뿐 아니라, 8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15조 8항에 대한 합헌 결정까지, 일련의 결정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헌법의 이름으로 공고히 해준 것이었다.

이번 결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용허가제 법 제정의 목적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이주민의 직업선택 자유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 제한하는 대표적인 이주민 차별 법령이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기업 이익을 위해 손쉽게 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기반으로 한 과잉금지의 원칙이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깨져버린 것이다.

더욱 염려된 지점은 비록 별개의 의견이긴 하나 “헌법상 기본적 의무와 함께 기본권은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만이 주장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라며 이주민의 기본권 주체성조차 인정하지 않은 심판청구 각하 의견이었다. 이것은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의 보편성을 국민으로 제한함으로써 인권의 기본정신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자본주의 경제 질서 하에서 근로자가 기본적 생활수단을 확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해 최소한의 근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성격이며 이주노동자도 그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함이 타당하다”(2004헌마670 결정례-산업기술연수생 도입기준 완화 결정 등 위헌 확인)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한국의 헌법은 제6조 1항을 통해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은 물론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한다”라고 명시하여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규약의 기본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이 이와 같은 의견을 기재한 것은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고 법 앞의 평등을 부정한 것임과 다를 바 없다. 헌법정신을 가장 발현해야 할 헌법재판관이 헌법의 기본정신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너의 권리, 나의 권리가 아닌 우리의 권리

이주민들의 삶에서 사업장변경이 제한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직 사업주에 종속되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라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만약 “너는 이곳에 살고 있어도, 시민권이 없으니 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런 주장에 대해 국가가 대답한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무엇이라 대답하여야 할까? “나의 권리를 제한하고 기업의 이익을 지키려는 권력에 함께 저항하자!” “나뿐 아니라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를 제한 받는 이들의 권리를 지켜나가자!” 이것이 우리의 대답이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69 호 [기사입력] 2011년 10월 04일 22: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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