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거부]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차별을 배우는가?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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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입시를 거부한다. 사실 거부한다기보다는 그냥 대학을 갈 생각이 없다. 대학을 가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대학을 가라고 딱히 강요한 적은 없기에 나는 대학입시를 거부한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대학을 가지 않는다” 이 정도의 약한 표현이 나에게 더 어울리는 거 같다.

성적으로 차별받는 학생, 학교가 진정한 교육의 장인가

먼저 대학을 가지 않는 이유를 적기 전에 내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유부터 적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전주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전주는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연합고사를 보고 일정한 성적 이상이 되어야 인문계계열 학교를 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역겹지만 그 당시에는 자연스럽게도 인문계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친구를 위해 봉사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성적이 조금 낮은 학생들에게 교사가 청소나 일을 더 시키는 모습이나, 문제를 풀어보라고 시키고 답이 틀리면 때리거나 비방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모습, 또 잘못을 했으니 간식을 사와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라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역겨웠다. 그러고는 “다 너희들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학교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유는 학교를 다닐 이유를 별로 찾지 못해서, 그리고 앞서 말한 불합리한 차별을 견디지 못해서이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꿈이나 진로도 음악 쪽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인문계 학교에서는 내가 원하는 음악 쪽과는 전혀 다른 공부를 해야 하고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느라 시간도 항상 부족하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몸도 다 망가졌다. 처음에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만 해도 자퇴해서 시간적 여유도 갖고 건강도 회복하고 내가 원하는 공부해서 대학 가자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학을 가지 않고 거부하는 입장까지 왔다. 내가 만약 대학을 가기로 했다면 실용음악학과에 가려고 준비했을 텐데 솔직히 400: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을 자신도 없고 한 학기 500만원 가까이 되는 등록금을 낼 형편도 되지 못한다. 그 많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했을 때의 이점을 보니 ‘나 이 대학 나왔으니 음악 실력이 어느 정도 있다’라는 타이틀과 음악학원을 개설하여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주는 정도였다. 또 흔히 입시전용 음악이라고 하여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그리고 내 스타일까지 거기에 맞춰가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나는 절대 내 스타일을 버리기 싫었기에 대학을 가지 않기로 하였다.

대학을 가지 않기로 하니 등록금 걱정이 없어져서 마음이 편해졌는데 또 한편 병역문제도 해결해야 하기에 부담도 생겼다. 내가 원하는 것도 배울 수 없고 자기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내가 맞춰가야만 하는 현실이 싫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학원을 돌아다녀보면서 나에게 딱 맞는 좋은 선생님도 찾았는데, 대학 때문에 또 나에게 맞지 않는 선생님께 배우기도 싫었다. 나는 수능지원도 하지 않았고, 수시 1차 때 학교 한 곳에 가서 시험은 봤다. 그러다가 인터넷 기사에서 ‘공현’이라는 사람과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대학을 거부하고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투명가방끈을 알기 전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대학을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대학 입시를 거부한다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이유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보다는 단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진정한 의미

언젠가 트위터에 한번 적은 적이 있는데 내가 대학입시를 거부한다고 해서 꼭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현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고 배움의 목적 없이 하나의 수단으로, 경쟁사회에 입각한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뜻이지 대학이 바뀐다면 나도 배움의 열정이 있기에 그때가 된다면 대학입시를 다시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사실 꼭 대학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을 찾을 것이다. 대학을 거부한다고 하면 ‘너희들은 공부도 못하고 사회 부적응자라 그런다’라는 시선들이 있는데, 대학입시거부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닌 현 대학의 모습이 바뀌기를 원한다는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이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거기에 순응하기보다는 거부하는 하나의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대학입시를 결정한 사람들도 나름의 꿈과 생각이 있어서 했다고 생각하기에 비판하지는 않는다. 군대를 늦게 가기 원하는 사람이나 약사나 의사 등 특정 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은 대학을 가지 않고서는 어렵다.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권력에 대해서 비판해야지 대학을 간 사람들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거부를 한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나 꿈까지 버려야 할 필요는 없다. 나도 대학입시거부를 한다고 해서 딱히 희생하거나 포기한 것은 없다. 지금도 내가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모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나간다면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대학과 교육체제가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기에 지금 내가 말하는, 투명 가방끈이 말하는 요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대학과 이 교육체제가 변하기를 원한다면 같이 참여해서 자신들의 의견도 말하고 같이 토론하기를 원한다.

대학이 만든 편견

나는 나보고 예체능 계열이라고 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하는 음악이 마치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의 방법을 정해서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뭐라고 표현하냐고 할 때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당연히 대학을 갈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으면 좋겠다.

더불어 19살이 모두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가끔 누가 나보고 고3이라거나 학생이라고 하면 괜히 말꼬투리 잡고 “저 고3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데요. 19살인데요. 학교 안 다니는데요.”라고 말하고, 왜 안 다니냐고 물어보면 이러이러해서 안다닌다며 논쟁하기도 한다. 요새는 귀찮아서라도 그냥 “고3이에요.”, “학생이에요.” 가끔 이러기도 하지만……. 대학과 교육체제를 비판하는 것만큼 이러한 편견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당연시되는 이런 풍조 때문에 생긴 편견은 몇몇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두가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원해야 가능할 것이다.

당부

계속해서 말하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동참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을 다녀도, 대학을 졸업했어도, 앞으로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갈 거라도,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청소년이든 청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대학과 현 교육체제가 변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마디라도 덧붙여 주기를 원한다. 최대한 많은 의견이 반영돼서 좀 더 체계적으로 좀 더 조직적으로 변화를 요구해 나가면 좋겠다. 일단 나부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꾸준히 참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이찬우 님은 93년생이고 2012년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청소년입니다. 현재 음악공부를 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존중하고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인권오름 제 276 호 [기사입력] 2011년 11월 23일 17: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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