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인권이야기] 당신은 왜 도가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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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당신은 왜 도가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청소년활동가: 도가니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여성, 장애인, 약자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이 해결돼야 추가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도 생각해요.

강사: 그렇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대학생: 영화를 보기 전에는 장애인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현실에 대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조직적으로 얽혀있는 근본 구조를 해결해야 도가니 문제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강사: 네. ^^; 제가 말한 것은 도가니와 당신의 관련성에 대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요.
대학생: 솔직히 별로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 같습니다.


위 대화는 우리단체에서 주최한 2011 인권강좌 도가니사건과 장애인인권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강연자와 참가자가 나눈 대화이다. 강사는 청소년인권활동가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에게 “당신은 왜 도가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질문했고 대부분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의 대답을 했다. 강사는 다시 “도가니 사건과 당신의 관련성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 것 같은데요.”라고 참가자를 몰아세웠는데 우리 모두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것 같다.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나의 삶과의 관련성보다는 그런 나쁜 놈들은 벌 받아 마땅하고 전 국민의 분노의 에너지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 그것이 사회가 경악할 만한 사건을 대하는 나의 자세 또한 우리의 자세였다. 그 질문이 인권강좌에 참여한 이들에게 도가니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위 사진:[그림: 윤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사회 정의로써 도가니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처해있는 위치와 도가니문제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지 누군가 묻는다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나의 삶과 세상의 사건 또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하는 근원적 질문인데 우리는 살면서 이런 질문들을 얼마나 하고 살까?

도가니 문제를 보고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을 불쌍히 여겨 장애인을 도와준다고 도가니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또한 악행을 저질렀던 교사 및 학교 관리자를 처벌한다고 도가니 문제가 종식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이 바로 나의 삶과 그 사건에 대해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지는 않을까.

또 이 질문은 나의 인권은 타인의 인권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권은 별 어려움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나 이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수준을 인간답게 살고 있는 그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인권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그 사회 전체 생활수준과 상태는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당신은 왜 도가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도가니 영화의 충격적 실상에 대해 울분으로만 매몰되지 않고 좀 더 구체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두 달여 동안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분노는 온데간데없고, 한미 FTA 날치기 통과에 묻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요원한 길이 되고 있는 지금 더욱더 도가니 사건을 차분하게 바라봐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분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끝까지 그 분노했던 이유에 대해 놓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내 안의 역사로 기억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풍경 님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80 호 [기사입력] 2011년 12월 21일 11: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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