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국제입양의 해결책, 비혼모들의 모성권 강화 (1)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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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가끔 무안한 경험을 하곤 한다. 서로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겸연쩍음으로 애써 시선을 외면하려 하는 경험.

스웨덴을 비롯한 노르웨이, 덴마크에는 수많은 한국 출신 입양인들이 존재한다. 최근 중국에서 엄청난 숫자의 여아들이 전 세계로 입양되고 있지만, 여전히 북유럽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입양인들은 한국 출신이다. 거리에서 다른 한국 출신 입양인들을 마주쳤을 때, 까닭 모를 불편함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들도 꽤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차창 밖에서 가족들의 초췌하고 지친 모습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느끼는 슬픔이나,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을 만났을 때 외면하고 싶은 느낌을 합친 감정이 위의 경험과 유사할까.

쉽지만은 않은 입양인의 삶

오늘날 한국 입양인들은 비교적 입양 국가들에서 ‘잘’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집단이다. 외국 출신 입양인들 중에서 지능이나 학업 성취 및 학력이 높고, 또래집단에서 인기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조사에서는 한국 출신 입양인들이 월등히 나은 적응도를 보일지언정, 비입양 백인들에 비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떨어진다는 보고가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자신이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이 아니라는 점이 너무나 또렷한 한국 입양인들은,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범상치 않은 고민을 품기 십상이다. 자신이 왜 버려져서 머나먼 북유럽까지 오게 되었는지 수도 없이 캐묻는다. 때로는 지극히 낙관적인 환상(예컨대, 미아로 서성이다 고아로 둔갑한 운명, 친부모는 사라진 자식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을 품기도 하지만, 길거리에서 버려진 뒤 자칫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와 비애를 소스라치게 느끼기도 한다. 또다시 양부모로부터 버려지거나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 두려운 나머지, 지나칠 정도로 순응적이고 ‘반듯하게’ 자라는 입양인들이 적지 않다.

필자가 만난 한 네덜란드 입양인은 학창시절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운동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화기애애하게 하기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양부모와의 사이도 아주 좋았고, 마을 사람 모두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성공적인 입양’에 감화된 이웃 주민들 중 두 명이나 한국 아이들을 잇달아 입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양인의 마음속에서는 늘 우울함이 감돌았다. 이 모든 행동이 불안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위기에 대비해서 보험을 들듯이, 착하고 재미있고 모범적인 네덜란드인이 되어야만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방어기제를 썼기 때문이다. 그는 19살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간 뒤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낙천적이지 않아서 웃을 일이 많지 않을 뿐더러, 네덜란드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한국 입양인으로 복귀한 것이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노르웨이 입양인은 현지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뜻밖에 해외여행 징크스를 갖고 있다. 노르웨이의 공항 직원들이 그에게만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동양 외모를 한 그가 노르웨이인이라는 점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몇몇 이들은 노골적으로 그의 출신배경을 캐묻기도 한다. 전통적인 이웃으로 서로 가깝게 지내는 북유럽인들은, 유럽연합의 솅엔 조약이 있기 전부터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었다. 상당수의 북유럽 인들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방문할 때 여권을 휴대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입양인들은 혼자 여행할 때 반드시 여권을 소지해야 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할 때도 유독 입양인들에게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서 난처하고 무안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입양인도 결국 소수자

입양인들은 대체로 입양국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지만, 소수자성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인종주의에 종종 노출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들보다 남성 입양인들이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아시아 남성들에 대한 편견이 강한 북유럽에서 그들은 사랑이나 결혼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며, 증오범죄에도 상대적으로 자주 피해를 입는다. 필자가 아는 한국 입양인은 덴마크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결혼이민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세계학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비혼모 문제

오늘날 입양인 운동가들에서부터 서구의 학자들이, 한국의 국제입양에 대해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비혼모들이다. 최근 이루어지는 국제입양 중 상당수가 비혼모들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학자 모니카 달렌(Monica Dalen) 등이 최근 발표한 논문들에서는, 한국의 국제입양이 다른 국가들과 매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혼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집안 망신으로 보기에, 결혼이 불가능할 경우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낙태를 강요한다고 한다. 만일 아이를 낳을 경우에도 출산 직후 곧바로 국제입양을 강권하는 일이 흔하다. 설령 비혼모로서 아이를 양육할 경우에도 극심한 경제적 궁핍뿐만 아니라, 싸늘한 주변의 시선과 편견으로 인해 아이를 기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형국이 한국이 여전히 국제입양을 보내는 이유라고 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무적으로 비혼모 사실 공개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법제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세태 속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싶어 하는 비혼모들의 절박한 문제를 외면하는 당국에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비혼모 모임에 의하면 갈수록 비혼모들의 연령이나 학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입양을 선택하기보다 직접 기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꾸준히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복지로는, 빈곤한 비혼 여성들이 아이를 기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턱없이 적은 정부보조금만으로는 어마어마한 양육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절한 생계난을 겪는 비혼모들이 자신들과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종국에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것이 입양이다. 영화 에서 명징하게 나오는 바와 같이, 입양을 보내는 것은 입양아뿐만 아니라 친부모에게도 평생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가혹하게 남긴다.

덴마크에서 만난 한국 출신 비혼 여성은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했지만, 임신사실을 통보하자마자 남자가 돌변하여 결국 그만의 선택으로 아이를 낳아서 길렀다. 아이를 데리고 퇴원하면서 가진 돈을 죄다 산부인과에 써서, 신생아를 안고 붐비는 지하철로 귀가했던 기억이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절대궁핍에 부닥친 그는 어린 아기를 맡긴 후, 하루 10시간 넘게 미용실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당시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아이 양육과 임노동에 혹사당했던 그는 요즘에도 불면증에 시달린다. 우연히 사귀게 된 덴마크 남성과 동거하며 살면서 자신과 아이에게 덴마크에서 살아가는 것이 백 배 낫다고 되뇌어 속삭인다. 한국정부와 우리는 그와 아기에게 무엇을 해주었을까.[국제입양의 해결책, 비혼모들의 모성권 강화 (2)에서 이어짐.]
덧붙이는 글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87 호 [기사입력] 2012년 02월 29일 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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