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의 인권이야기] 내가 녹색당원이 된 이유

‘성장과 개발’ 보다 ‘생명과 생태’를 존중하는 사회를 꿈꾸며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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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보면, 도로 위에서 차에 치인 동물의 사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얼굴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나는 곧 잊어버리고, 다시 내 속도를 되찾는다.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로드킬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도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그 길에서>라는 다큐 영화를 보면, 전국적으로 모든 도로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죽어간다. 그렇게 로드킬을 당한 동물 중에는 지리산 부근 88도로가 고향인 삵 ‘팔팔이’도 있고, 산기슭에서 물을 마시러 강기슭으로 건너가던 너구리 커플, 뱃속에 새끼 7마리를 잉태하고 있던 고라니도 있었다. 그리고 두꺼비 ‘섬’자를 딴 섬진강 부근 국도는 여름철만 되면 두꺼비들의 무덤이 된다.

위 사진:[사진: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 중 '팔팔이'의 생전모습]

이는 한국의 도로밀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한반도 남한에만 고속도로, 지방도로, 민자도로 등등을 포함하여 사방 1제곱킬로미터 면적 안에 1킬로미터 길이만큼의 도로가 있다. 야생동물 중 비교적 행동반경이 좁다는 너구리조차도, 하루에 여러 번씩 도로를 건너야할 정도로 도로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녹색연합에 의하면 중복도로 건설로 인해 9조원의 예산이 낭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도로를 더 늘린단다. 로드킬이 단순히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도로건설, 토건 중심의 정책을 전환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녹색당이 창당된다고 했을 때, 내가 주저 없이 가입하게 된 이유이다. 어떤 이들은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와 같은 일들을 더 이상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성장과 개발’ 보다 ‘생명과 생태’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녹색’과 인권이 만나면?

녹색당의 가치는 좁은 의미의 ‘생태적’ 가치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존중은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 타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 등 공동체의식을 더 넓게 확장하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해 한 지역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람의 목숨마저 앗아간 용산참사,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한 마을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빼앗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강행을 지켜보며, 국가가 우선에 두어야 할 가치를 전환하도록 하는 정치적 노력이 시급함을 느낀다. 녹색당 창당도 그 노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막상 소수정당의 당원이 되고나서 보니, 그동안 진보정당들의 서러움을 비로소 체감하게 된다. 당장 4.11 총선에서 정당 득표 2%가 되지 않으면 정당 등록이 취소된다고 한다. 이른바 진보 언론들도 녹색당이나 진보신당을 외면한다. 창당에서부터 정당 등록 취소기준, 기탁금 및 공보물 발송 비용 등 제도정치 진입장벽이 꽤 높다. 이런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녹색당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서연 님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291 호 [기사입력] 2012년 03월 28일 1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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