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인권이야기] 평화를 지키려 하는데 평화는 자꾸만 흔들립니다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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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개새끼야!
고래고래 소리를 쳐도 듣지 않는 경찰들은 욕지기가 나와야 뒤를 흘끔 쳐다보곤 한다. 경찰 수십 명과 혹은 수백 명과 싸우는 이 먼지 나는 거리에선 도통 이성적인 대화는 가능하지 않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작년 가을만 해도 경찰에 의해 고착됐을 때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고, 이 사업이 얼마나 부당한지 우리가 왜 싸우는지 일장 연설을 하기도 했다. 때로는 나를 가로막은 30여명의 경찰을 상대로 일강정의 유래와 한라산의 전설, 그리고 구럼비에 대해 한 시간이 넘도록 강의 아닌 강의를 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시끄러운 이야기로 치부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보면 그들도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을 보면 눈이 흘겨지고 자동으로 욕이 튀어 나온다. 전처럼 이성을 갖고 차분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말을 하다보면 어느새 그것은 한풀이가 되어있고 욕이 되어 있다.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하고 하다하다 안되면 결국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흐르고야만다.

그렇게 한바탕 싸우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서서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바라보면 긴 한숨과 함께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싸우는 대상은 누구인가? 경찰 개인이나 업체 아저씨들이 아닌데... 그들도 한 인간일텐데... 하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적 연행자가 올해만 200명이 넘고 진압을 위해선 망치와 쇠톱도 당연스럽게 들이대는 강정마을! 경찰들을 보는 주민과 지킴이들의 분노가 한라산만큼이나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 지경이다. 이곳에서 경찰, 그들은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니라 이미 국가권력이다.

위 사진:[그림: 윤필]

지킴이들은 연행과 구속을 각오하며 몸으로 공사를 막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경찰들이 나타나고 장기판에 세워진 말처럼 이리저리 도로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몰아놓고 공사차량을 들여보낸다. 차량이 공사장에 드나드는 것이 끝나면 경찰들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다시 무리지어 해산한다. 때로 경찰은 지나가는 길을 막아서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어디로 가느냐, 가방엔 무엇이 들었냐며 불신검문을 하기도 한다. 경찰은 강정에 사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며 무슨 일을 하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아무리 항의해도 책임지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이리도 괴롭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누구 한사람이라도 이 상황을 책임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라고 해주면 좋으련만. 경찰 중 그 누구도 우리에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책임자를 찾으면 또 그 위의 책임자를 찾아야 하고 또 그 위, 또 그 위를 찾아야만 한다.

부당하고 무리한 공권력 남용이 결국 일을 만들었다. 강정포구 남방파제에서 종교행사를 하던 중에 해경이 무리하게 평화운동가를 저지하면서 이에 항의하던 문정현 신부가 7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들은 죽음을 당연시하며 울부짖었다. 30여분이 넘는 구조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진 문정현 신부는 13일 만에 퇴원했다. 작년에만 방파제에서 추락한 2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걱정하던 마을주민들은 문신부의 귀환에 놀라워한다. 죽을 뻔 했던 사람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사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한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여전히 경찰 그 집단적 폭력은 성찰하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극도의 폭력 앞에서 저항하는 나 자신도 그 폭력에 물들어감을 느낀다. 분노의 마음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엉뚱한 곳에서 터지기도 한다. 사람들을 만나도 웃는 얼굴이 되질 않는다. 밥을 먹다가도 빨래를 널다가도 싸이렌 소리에 뛰어 나가야 하는... 일상의 평화로움을 빼앗긴 이곳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우리들에게도 평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구럼비가 점점 자갈밭으로 변하는 오늘, 이왕 오는 평화라면 하루라도 더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구럼비도 그리고 우리들도 더 이상 다치지 않기 위해서....
덧붙이는 글
딸기 님은 평화바람 활동가입니다. 현재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는 그냥 오지 않는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295 호 [기사입력] 2012년 04월 25일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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