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랑의 인권이야기] 다문화, 교육을 넘어 일상 속으로

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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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수원까지 갔는데 취소됐다고 하잖아”
“그래서?”
“뭘, 그냥 다시 왔지”

안산에 있는 정왕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다문화인권강사양성교육이 시작된 지 대략 30여 분이 지나고, 두 명의 참여자가 들어오셨습니다. ‘왜 왔어? 무슨 일이야?’ 다른 분들의 시선이 두 분을 향했습니다. 사연인즉 수원에 위치한 한 유치원에서 다문화교육을 요청하여 갔는데, 다른 행사로 인해 교육이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전에 연락이 없었던 까닭에 유치원에 도착해서야 다문화교육이 없음을 알았고 두 분의 선생님은 안산에서 수원까지 왕복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정왕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2010년 부설기관 ‘이음교육’을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하여 문화다양성 교육과 외국어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장면 둘

군포에 있는 이주민지원 단체는 인근 지역의 한 초등학교와 한 학기 동안 월 1회 다문화교육을 진행하기로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전교생 150여 명을 대상으로 1회 50만원의 교육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단체에서는 코디 역할을 할 한국인 활동가 1명과 이주여성 4명으로 구성된 강사단을 꾸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안을 학교 측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강사들의 자격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행정실에서 학교 규정상 대학졸업이 아닌 경우 강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 활동가는 다문화교육의 특성을 들어 이주여성들에게 학력을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설명하였으나 행정실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학교 내 다문화교육 기획 담당교사도 무척 당황스러워하며 간신히 행정실을 설득하였습니다. 그런데 행정실에서는 ‘강사가 4명이니까 40만원으로 하자’는 황당한 안을 내놓았습니다. 단체에서는 행정실과 다문화교육 강사단 사이에서 난감해하시는 담당교사를 생각해서 행정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교육이 있던 날, 강사분들은 교육에 앞서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행정실과의 마찰에 대해 들었다고 하면서도 강사 한 명, 한 명에게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몇 살이에요?”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거침없이 날리셨습니다.

위 사진:[그림: 윤필]

두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씁쓸했던 건 당사자인 이주여성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단체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혼자 격앙되어 흥분했지만, 모두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기에 서로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며 헛헛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감내하면서 교육에서는 “우리는 다르지만 같아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해요.”라며 아이들에게 타문화 ‘존중’을 이야기하는 풍경이라니…. -_-;

우리 사회 내 이주민들이 증가하면서, 특히 다문화가정 2세들이 취학연령에 접어들면서 갈등방지와 사회통합 차원에서 다문화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다문화교육의 대부분은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의상, 음식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알아가는 것은 낯선 문화에 대한 오해나 고정관념을 줄여주지만, 여기에만 머무른다면 이는 단지 서로가 가진 차이를 확인할 뿐입니다. 다문화가 교육을 통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장을 넘어 일상 속에서 유기적으로 교류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사전적 의미로도 다문화교육은 ‘다양한 문화, 민족, 성, 그리고 사회계층이 동등한 교육적 기회를 얻고 긍정적인 문화교류 태도와 인식 그리고 행동을 발달시키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가진 교육’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다문화교육은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민들이 ‘주류문화에서 배제된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가진 주체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민 당사자가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고 존중받는 경험 속에서 자존감도 성장할 테니까요.

그런데 다문화교육을 진행하는 이주민들은 종종 위와 같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낙담하게 됩니다. 또 다문화교육 요청을 해서 간 자리이건만 “아~ 오늘 다문화교육 있댔지.”라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거나 덤이나 일회용품처럼 취급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일례로 한 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을 진행했는데, 교육 중에 한 선생님께서 유치부 아이들이 할 일이 없다며 몰아넣어 결국 한꺼번에 수업을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다문화교육’이 요즘 대세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해서 하는 프로그램이라거나 그냥 시간을 때우는 교육 정도로 여길 뿐 ‘다문화교육’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들을 나누고픈 것인지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연출되는 장면들일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이나 존중이 끼어들 자리는 더더욱 좁아집니다. 그러니 누가 어떤 교육을 진행하는지에 앞서 대학을 나온 사람인지를 묻게 되는 게 아닐까요. 다문화교육을 진행하는 이주민들에게 학력이나 관련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소위 다른 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강사라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기준으로 다른 강사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적용인가요? 다문화교육의 의미나 이주여성들이 자라온 나라의 교육문화나 환경 그리고 지금까지 활동내용이나 경력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이면서 폭력적인 잣대인가요?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 강사(학교 내 다문화교육 및 언어교육, 다문화가정 2세들의 상담 등을 진행하는 이주여성)를 선발할 때도 ‘대학 졸업’을 자격기준으로 하고 있더군요. 학력으로 서열이 매겨진 다문화 강사들이 진행하는 다문화교육에서 어떤 문화의 어떤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다문화’라는 명분 속에서 정작 소수 문화의 주체들은 상처받고 멍들어 갑니다. 이제 그만 ‘다양한 문화의 공존’이라는, 겉치레만 요란한 화장이나 장식은 걷어내야겠습니다. ‘다문화’가 교육이나 정책의 틀 안에서만 박제화된 채 유행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장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몸으로 부딪치고 소화되면서 풍성해질 수 있도록!
덧붙이는 글
묘랑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96 호 [기사입력] 2012년 05월 02일 19: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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