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대안 마련해야.

고리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고작 전체의 1% 뿐

양이원영
print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7월 4일, 고리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도 안전하다고 승인해줬다. 그런데, 과연 고리원전 1호기가 재가동해도 문제없이 안전할 걸까?

얼마 전 금속을 전공한 이노 히로미츠 일본 동경대 명예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여러 데이터를 받아들고 ‘믿을 수없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계속 했다. 이노 교수는 일본에서 겐카이 원전 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고 최초로 경고한 장본인이다.

열 충격에 취약한 고리원전 1호기

핵발전소는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을 한다.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중성자에 의해 원자로 압력용기의 금속 원자 배열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금속이 유연성을 잃어버리고 딱딱하게 경화되면서 작은 충격에도 파괴되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이때 금속이 ‘취성화’되었다고 한다. 금속이 취성화되면 외부 충격은 물론 급격한 온도변화로 인한 열 충격에도 쉽게 깨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철이 취성화가 되는 온도, 즉 취성화 천이온도(성질이 변하는 온도)는 영하 수 십도이다. SF영화에서 강철문을 얼려서 쉽게 깨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강철문이 취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겐카이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의 취성화 천이온도가 2009년에 98℃로 갑자기 높아져서 안전성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원자로가 98℃이하에서 쉽게 파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자로 압력용기는 15~20cm 정도의 두께의 강철로 만들어졌는데 핵연료봉을 담고 있어서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핵발전소의 핵심부위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핵연료를 제대로 냉각시키지 못해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그런데 고리원전 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의 취성화 천이온도는 가동한지 1년 만에 82.8℃로 급증했다. 가동하기 전의 취성화 천이온도는 영하 23℃였던 원자로였다. 1999년에 마지막으로 측정한 온도가 107.2℃였다. 또한, 원자로 압력용기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충격흡수에너지도 54.9주울(J)로 낮아졌다. 54.9주울(J)이란 6kg의 물체를 1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에너지를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로, 전 수명을 걸쳐 68주울(J)은 견뎌야 한다는 기준치에 미달하는 값이다. 결국,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 초기부터 뜨거운 유리가 갑자기 찬 물을 만났을 때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지는 것처럼 파괴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비상시에 갑자기 냉각장치를 가동하기 어려운 상태로 지난 35년을 가동해왔다는 의미이다. 그간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인 것이다.

IAEA 검사의 한계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허용 배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검사나 국제원자력기구,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검사에서는 왜 이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가동을 허용했을까.

먼저 IAEA의 안전점검을 들여다보자.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짧은 점검기간을 가졌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국제기구’라면 상대적으로 신뢰도를 보내고 있는 한국민들의 정서를 이용하고 있지만 IAEA 안전점검단 역시 핵산업계의 일원이다. 단지 국적이 다를 뿐이다. 8명 중 4 명이 각자의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같은 핵산업계에서 종사하는 직원들이다. 고리 원전 1호기 안전점검팀은 “지난 2월9일 발생된 정전사고의 원인이었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발전소 설비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IAEA가 마치 고리 원전 1호기 전반을 점검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비상디젤발전기를 중심으로 ‘조직행정 및 안전문화, 운전, 정비, 운전경험 등 4개 분야'를 점검한 것에 불과하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수명연장 여부는 한국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관련 보고서는 지난 7월 2일에 한국수력원자력(주)의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다. 정전사고 이유 중의 하나로 자만심(Overconfidence)를 지적했다. IAEA가 보기에도 우리나라 핵산업계가 안전문화가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사실,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당시에도 IAEA의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비상디젤발전기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다. IAEA 안전점검을 받은 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점검의 내용이 원전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IAEA 역시 단지, 매뉴얼대로 점검할 뿐이다. 문제는 수백만 개의 부품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한 핵발전소 내부 어디에 안전점검 매뉴얼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원전은 평균 170km에 이르는 배관과 1,700km에 전기선, 3만개에 이르는 밸브가 있는데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취약해지는 용접부위 65,000여 곳을 조사해야하는데 어디가 취약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개선점으로 검사 항목을 기존 57개에서 100개로 확대한 정도다.

다음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사는 어떠한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는 재가동을 허용하면서 3개월간 수십 명의 전문가들과 안전검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역시, 비상디젤발전기와 운전문화가 중심이었으며 뒤늦게 문제가 되고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한 안전 검사는 따로 없었고 서류검토에 그쳤다. 2007년 수명연장을 승인해 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들이나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용역을 받아 수명연장에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관련 시험을 해준 원자력연구원 전문가들이 이번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점검의 핵심 전문가들이었는데, 과거에 그들이 수행했던 검사를 부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위 사진:<사진 출처: 반핵부산시민대책위>

9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갈 고리원전 사고의 위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는 15만 명이 피난했다. 반경 30km 이내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바람이 북동쪽으로 불어서 북동쪽으로는 50km 지역까지 피난구역이 되어 버렸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반경25km 지점에 부산시청과 울산시청이 있다. 후쿠시마 경우처럼 어느 한쪽으로 바람이 분다고 가정한다면 부산시와 울산시 전체가 피난지역이 될 수 있다. 부산시 360만 명, 울산 경주 140만 명이 피난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고리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부산으로 바람이 불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현재 피난구역의 두 배인 20km까지 피난하더라도 부산시민은 강제 피난 구역이 되지 않는다. 이 때, 급성사망을 비롯, 50여년 간 암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90여만 명에 달 할 수 있다는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피난을 감행한다면 628조원의 경제피해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방사능오염 제염비용과 사고 수습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주)는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으로 보상하는 비용이 500억 원에, 배상책임한도가 5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력 과잉소비를 부추긴 정부

정부 당국은 전력대란으로 고리원전 1호기라도 가동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해야할 만큼 우리의 전력사정이 나빠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1980년대 발전설비 60% 이상이 남아돌 때 전기요금을 최고 29.7%까지 9차례나 내렸다. 과도한 전력수요예측과 이에 따른 원전설비 과잉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하지 못하니까 전기소비를 정부가 나서서 부추긴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전기로 냉난방하는 가장 비효율적인 소비가 구조화되니까 효율을 높일 생각보다 원전 늘려서 공급하는 것이 현재의 에너지, 전력수급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원전 비중 75%인 프랑스가 독일보다 제조업 비중도 낮고 인구도 적은데도 독일보다 전기를 많이 써서 전기가 부족하다. 전기를 수입하다 못해서 2009년 한파에는 제한송전을 해야 했다. 독일은 에너지는 수입하지만 전기는 수출한다. 지난 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하고 가동 중이던 15기 중 8기의 원전을 바로 문을 닫았지만 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여전히 전기를 수출했다. 우리나라 고리 원전 2호기가 생산하는 전력량만큼을 수출한 것이다.

독일과 일본 모두 원전 전기가 우리처럼 30%를 담당하고 있었다. 독일은 이를 18%로 줄이고 대신에 재생가능에너지를 20% 이상으로 늘려서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는데 10년이 걸렸다. 22년이면 독일은 원전 제로 사회가 될 것이다. 일본은 1년 만에 가동 중이던 54(후쿠시마 사고 원전 4기 포함)기가 모두 멈췄다가 최근에 오이원전이 가동한 정도다. 세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일본이 마른 수건을 짜는 정도의 대대적인 수요절감이라고 했지만 실제 국민들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전기소비를 줄였다.

고리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고작 전체의 1% 뿐이다. 2010년 전기난방으로 소비된 전력량이 25%, 2011년 전기냉방용으로 소비된 전력량이 20%다. 건물만 제대로 지어도 원전 대부분을 닫을 수 있다. 지난 정전사고 훈련 때 절전만을 통해서 줄인 전력량이 고리원전 1호기 10개 분량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양이원영 님은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309 호 [기사입력] 2012년 08월 08일 16:22:59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