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제주 강정마을 인권침해 현실(1) 경찰의 일상적 감시와 통제

365일, 어디를 가도 경찰에 둘러싸여 찍히고 잡혀가고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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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은 사람을 무감하게 만든다. 이는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아닌 그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맞을 수 있다. 또한, 폭력이 지속되다보면 당사자도 폭력의 강도에 대한 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은 ‘산사람’을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맛보게 한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 그래서 인권침해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사실은 ‘신체’만이 아니라 ‘영혼’도 갉아먹을 만큼 ‘심각하고 절박한’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한지 벌써 5년하고도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제주가 반도에서 떨어진 섬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져 오랜 시간 고립된 싸움을 해왔다. 2011년 2월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재개되면서 경찰병력을 늘었고, 주민들에 대한 감시도 늘었다. 심지어 해군 소령까지 회관에 와서 마을주민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공사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며 8월 육지경찰이 들어오고, 9월 구럼비에 펜스가 설치되면서 경찰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올 4월 강정인권침해조사단(이하 조사단)을 구성해 2011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조사했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과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목표로 현장조사와 자료조사, 주요 피해자 면담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했다.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 사건들, 매일 벌어지는 폭력, 폭언, 연행... 주요사례를 추리는 것만으로도 200쪽이 넘는 강정마을 인권침해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따라서 여기에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모두 다루기는 어려우므로 주요한 특징만을 다루겠다.


어디든 경찰이 주민을 둘러싸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주요한 특징은 경찰의 일상적 감시와 통제이다. 경찰이 강정에 상주하면서 강정마을의 풍경과 생활은 달라지고 있다. 거대한 트루먼쇼처럼 일상을 감시당한다. 경찰이 마을 곳곳에 배치되어 주민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이동조차 제한한다. 작년 여름에는 마을 안길과 올레길 입구에서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음주단속을 빙자한 검문검색을 하기도 했다. 이는 육지에서 많은 경찰병력이 강정에 들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8월 14일부터 2012년 8월 31일까지 총 150차례에 걸쳐 육지경찰병력 13,350명(2011년 3,960명, 2012년 8월까지 9,390명)이 제주에 파견되었다. 이렇게 많은 경찰병력은 큰 집회가 열릴 때만 동원된 것이 아니라 강정마을에 일상적으로 동원된다. 경찰버스를 마을에 상주해있다. 경찰 제출 자료에도 매일 경찰병력이 출동하고 있으며,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날에도 2개 중대 160명의 경찰경력이 배치된 사실이 적혀 있다.

이렇게 매일 배치되는 경찰이 하는 일은 경찰력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긴장감을 조성하고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육지경찰은 타지 말을 사용하는 낯선 존재이자 주민을 감시하는 게 눈에 띌 정도로 위협적이다. 주민들의 작은 항의에도 사진채증으로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위축된다. 매사에 경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4․3항쟁의 아픈 역사를 지닌 제주에서 육지경찰병력의 투입은 중앙정부의 제주도민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일이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경찰이 상주하니 일상생활에서 늘 경찰과 마주해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2012년 1월 8일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강정초등학교 방향의 좁은 길로 진입하던 경찰버스가 길옆에 세워진 마을주민의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가 파손되고, 넘어진 오토바이가 주차된 차량에 부딪히면서 차량 범퍼도 약간 파손되었다. 코사마트 사거리는 평소 많은 마을주민과 어린이들이 통행하는 곳으로 해군기지 공사차량도 마을주민의 요구에 따라 통행을 하지 않고 있는 곳인데도 경찰버스가 세워진 것은 일상을 깨뜨리는 권력행사이다. 이렇듯 육지경찰 병력의 동원과 상주는 그 자체로 폭력이다.

무엇이든 경찰 맘대로 채증

경찰의 상주는 해군을 비롯한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의지의 표현이다. 한마디로 강정주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은 공사현장 근처도 주민들이 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한다. 작년 마늘밭을 경작하는 마을주민의 경우, 경찰이 자기 밭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 항의하자 오히려 공무집행 방해로 넣겠다고 위협을 받았다. 사유지인 마늘밭에 물을 주기 위해 경운기가 들어가는 것조차 경찰의 허가를 받고 들어가야 했다. 그러다 2012년 3월 25일 전경들이 마늘밭을 밟고 지나가는 것에 항의하며 소속과 이름을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채증을 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강정에서는 경찰이나 해군이 위법한 일을 하여 항의를 할 때도 사진채증을 당한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제88조(채증활동)을 근거로, 경찰은 예방적 정보수집활동 차원에서 벌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집회시위에서의 경찰의 채증활동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표현을 위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경찰의 채증활동이 인권침해 예방과 사후 구제를 위한 증거수집으로 사용된 전례가 없다. 채증활동은 집회참가자의 사후 처벌과 공안활동의 영역에서 정보수집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강정에서 사진 채증을 하는 경찰이 사복을 입거나 올레꾼 복장으로 꾸며 숨어서 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하고, 면담 같은 대화도 채증하는 등 집회시위가 아닌 현장에서 사람들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채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2012년 9월 13일에는 풍림콘도 계단에서 기지사업단 정문을 몰래 채증하여 중계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법적 근거 없이 채증활동이 일상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경찰의 일상적 감시와 통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집회참가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람들의 통신기록을 조회하고 강정마을 후원계좌를 내사하는 등 사찰에 가까운 행위가 늘고 있다.

툭하면 때리고 툭하면 연행하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은 무작위 연행과 폭력에서 드러난다. 연행은 집회에서만이 아니라 미사나 예배 등 종교행사 중에도 계속 일어난다. 심지어는 구럼비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도 연행되기도 했다. 구럼비 해안은 공유수면으로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관리권한을 가진 곳이다. 제주도에서 구럼비 바위 ‘출입금지’ 요청을 한 사실이 없기에 바다를 통해 갈 경우에는 위법행위가 아니다. 육지로 펜스를 넘어갈 경우에도 범칙금 발부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경찰의 체포대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구럼비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때리고 잡아갔다. 2012년 2월 18일에는 구럼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경찰은 범칙금을 발부하겠다고 경고방송을 하다가 그걸로는 연행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미신고 집회라고 방송내용을 바꾸더니 연행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수막이 있으니 미신고 집회라면서 말이다.

이런 식의 자의적 법집행이 횡행하다 보니 연행자는 날로 늘어 2010년 86명, 2011년 161명, 2012년 6월까지 265명으로 총 512명이다. 불구속수사가 원칙이고, 현행법상 거주지가 분명하고 50만 원 미만의 경범죄는 체포할 이유가 없음에도 무작위로 체포하여 자의적으로 구금하고 있다. 사실상 연행이 조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하나의 처벌로써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연행된 사람의 수와 기소된 사람의 수 차이가 크다. 뿐만 아니라 연행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거나, 여성이 남성 경찰이나 남성 해군에 의해 연행되고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경찰 폭력에 대해 시민단체가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진정했고, 특별보고관이 사실 여부를 한국정부에 질문했지만 100일 넘게 답변하지 않다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거짓 답변을 했다. 평화활동가인 송강호 박사의 경우 2011년 구럼비에 기도하러 가는 중에 해군 특수부대인 SSU에 의해 바다에서 얼굴을 처박히거나 오리발을 빼앗기는 등 심한 폭행을 당했다. 2012년에는 경찰폭력으로 이가 부서지고 목이 차 문에 끼여 다쳤지만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국제인권기준에 따르면 고문에 가까운 행위를 한 것이다.

공권력 남용에 대한 징계와 처벌 부재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어서 사인 간의 관계와 다르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되면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용산철거민 농성 진압과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에서 보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를 반성적으로 바라보고 엄격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경찰은 강정에서 주민과 활동가에게 여러 번 폭력을 행사했지만 단 한 명도 처벌은커녕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심지어 10월 9일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폭력 행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으나 무혐의로 결론 나고 승진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

국제인권기준에 따르면 불처벌은 2차적인 인권침해이다. 전쟁과 학살 등 끔찍한 인권침해를 겪으며 국제사회는 불처벌 배제의 원칙을 수립했다. 48차 유엔인권소위 루이주아네 '불처벌 관련 최종보고서'에서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불처벌과 관련해서는 진실에 대한 권리, 알권리, 정의에 대한 권리, 사법처리에 대한 권리, 원상회복의 권리, 재발방지의 보장 등이 있다. 이중 ‘정의에 대한 권리’는 국가의 의무로서 침해를 조사할 의무, 가해자를 기소하고 유죄가 성립된다면 처벌할 의무가 포함된다. 인권침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와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피해자 구제란 가능하지 않기에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은 이후 동일한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래서 조사단은 9월 19일 김기용 경찰청장이 약속한 강정인권침해사안에 대해 경과와 결과를 묻는 질의서를 경찰청에 전달했다. 답변은 무성의했다. 강창일 의원이 김기용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한 사건 3건에 대해서만 알아봤고, 그조차도 1건은 해양경찰청 관할이고, 나머지 2건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 중이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강정에서 경찰이 벌인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강정에서 인권침해로 인해 작년부터 현재까지 인권위에 진정된 사건만도 25건이다. 조사단이 파악한 사건만 해도 100건이 넘는다.

제주 강정마을 인권침해보고서는 강정마을에서 공권력이 벌인 인권침해가 불처벌로 인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하고 방지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강정에서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싸움이 현재형이듯, 잡혀가고 맞는 인권침해도 현재형이다. 이러한 ‘현재’가 더 이상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정부에 처벌과 재발방지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강정인권침해조사단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317 호 [기사입력] 2012년 10월 10일 1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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