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마을부엌 ‘사랑방 식도락’, 밥의 힘을 보여줘!

조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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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시나요? 오늘 식사는 뭘 드셨나요? 그냥 귀찮아서 밥을 먹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자신의 경제적 형편으로 밥을 제대로 먹기 어려워 끼니를 거르거나 음식조리조차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가난한 지역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서울의 한가운데 쪽방촌도 여기에 속한다.

쪽방에는 부엌이 없다

“돈 없는 이들이 머무는 저렴한 주거지가 다 그렇지?”라고 여기면 더 할 말은 없다. 쪽방 주민들도 살면서 부엌이 없는 것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래서 “없는 형편이니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있으면 좋지만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부엌 자체가 없다는 것은 무수한 문제를 동반하게 된다. 누군가는 “밖에 나가서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사먹을 만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쪽방은 1.5평 정도의 작은 방에 거주하며 공동 화장실, 공동 세면장을 사용하는 구조의 공간이다. 이곳에 사는 대다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거나 이에 준하는 형편에 놓은 빈곤계층이다. 평균 소득 월 50만원으로 절반은 방세로 내고, 나머지 돈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 고령에 장애가 있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도 많다. 이렇다 보니 외식도 쉽게 하지 못한다. 차라리 쪽방주민들의 외식(?)이라고 한다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경우일 것이다.


쪽방 주민들은 좁은 쪽방에서 먹고 자는 문제를 다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방안에서 부르스타(간이 가스버너), 밥통 등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한다. 제대로 된 요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냉장고가 없는 경우도 많아 라면, 김치찌개 등 그나마 조리가 쉬운 음식들을 주로 먹을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쪽방 주변에 있는 여관이나 여인숙에 거주하는 주민들(쪽방주민들과 경제적 형편이 비슷함)의 경우 부엌공간이 없을 뿐 아니라 방안에서 최소한의 조리조차 금지되어 있어 먹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된다. 이처럼 쪽방지역의 여러 가지 식생활의 어려움은 건강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에 부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간으로, 이는 곧 주거권이며 건강권의 문제이다.

쪽방촌 마을부엌, 사랑방 식도락

쪽방주민의 식생활 문제와 주방 공간에 대한 고민, 쪽방촌 내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에 대한 고민 속에서 만든 것이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촌 내 공동부엌 시설인 ‘사랑방 식도락’이다. 사랑방 식도락은 오픈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주민들과 5개월 전 즈음부터 만나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의 공동부엌 공간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 사랑방 식도락은 주민자원활동가(살림꾼) 중심으로 운영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픈한다. 조미료와 가스사용은 무료이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으며 ‘밥’만 500원에 팔고 있다.

처음부터 동네에서 ‘대박’(?)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차츰차츰 주민들의 식생활이 변화되길 바라며 사랑방 식도락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현재 자원활동가(살림꾼)는 10명이며 공동주방을 이용하는 주민은 30명 정도로 일주일에 한두 번 이용하는 정도이다. 이용하는 주민들 중에는 간이 가스버너 같은 최소한의 주방기구조차 없어 불편했는데 좋다고 하는 분도 있고, 설거지를 공동세면장에 쪼그리고 앉아 했는데 여기가 생겨 편하다고 하는 분도 있다. 반면 굳이 식사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것은 불편하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고 ‘사랑방 식도락’을 ‘사랑방 도시락’으로 알고 있는 주민도 있다.

‘함께 먹는 밥’의 힘

주민들과 함께 밥을 짓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 중이다. 사랑방 식도락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즐거운 밥상 앞에서 나누는 소통은 그 자체가 행복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밥상공동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밥상공동체는 쪽방주민을 초대하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식사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진행하는 밥상공동체 사업으로 쪽방주민 중 젊은 커플의 ‘집들이’를 하였다. 몇 개월 전 쪽방에 이사 온 20대 커플로 방이 좁고 형편이 어려워 집들이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사랑방 식도락에서 함께 요리하고 손님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진행했다. 즐겁게 집들이를 마무리하며 들었던 생각이 ‘사랑방 식도락이 ‘함께 먹는 밥’이 가진 힘을 보여 주는 공간이 되겠구나!’ 하는 것이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사랑방 식도락은 주민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공간 만들기이자 주민들이 쪽방동네를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도전의 공간이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 이런 엉뚱한(?) 사례가 없었기에 미지수인 만큼 밥의 힘이 어떻게 발휘될 지 기대도 크다.
덧붙이는 글
조승화 님은 동자동사랑방 사무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317 호 [기사입력] 2012년 10월 10일 19: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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