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밖 정치짓]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할 이유

박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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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현실에서 우리의 정치적 권리는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지금, 박탈된 정치적 권리를 찾고자 싸우는 사람들, 정치적 권리를 제약하는 각종 꼼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 바깥에서 정치적 권리를 더 넓히기 위해 날개짓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임에도,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처음엔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혼란을 야기한다.’라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대선이 다가온 시점에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정략적이다.’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런 반대 측의 주장은 타당할까?

투표율 하락은 개인의 의지 부족 때문?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표율 하락의 원인이 개인의 의지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의만 있으면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기에 굳이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하고 있고, 부재자투표제도 등이 마련되어 있는 등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이미 충분하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럴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선거일이 공휴일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관공서’가 쉬는 날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급 공휴일은 아니다. 따라서 회사는 선거일에 노동자들을 출근시켜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 지난 9월 26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로는 직장인 중 절반 정도가 선거일에도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총선 때 민주노총이 제보받은 내용을 보니 선거일에 해당 업체가 정상근무를 한다는 제보가 783건에 이르렀고, 선거일에 단체 야유회나 수련회를 간 회사도 있었다. 인천경기지역에서는 총선 당일 수학여행, 수련회 또는 강제자율학습을 실시한 중고등학교가 14곳이나 되었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선거일에 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정치학회가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답변이 무려 64.1%에 이르렀던 것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를 포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는 응답이 55.8%에 이르게 나왔던 것을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부재자투표제도는 또 어떤가?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부재자투표기간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구나 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투표소에 가서 투표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일에도 일과 중에 투표를 하러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재자투표일이라고 해서 쉬울까? 부재자투표일은 공휴일도 아닌 평일이기에 사실상 투표를 하러 가기 더 어렵다.

그러므로 투표일이 공휴일이고 부재자투표제도도 있으니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투표권 보장을 위한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어 투표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에 투표시간 연장은 필요하다.

비용은 많이 들고, 효과는 미미하다?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표시간 연장에 들 비용이 너무 많고 그에 비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한다. 근데 비용이 정말 과다할까? 투표시간 연장에 추가되는 비용 추정치는 다양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0억 원을 이야기하는 반면, 국회 예산처는 31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재외국민투표를 위해 530억 원이 소요되는데, 지난 총선 때 230만 명 정도 되는 재외국민 중 5.6%가 등록해서 2.5%만이 투표했다. 이를 비용낭비라는 이유로 폐기해야 할까? 투표시간 연장은 이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국내에서 이루어지기에 행정적 불편도 훨씬 덜하다. 재외국민투표를 비용과다를 이유로 폐지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투표시간 연장을 비용을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투표시간 연장의 효과는 정말 미미할까? 일본의 경우 1998년 투표종료시각을 2시간 늦추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후 2001~2005년 네 차례의 중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10%가량 높아졌고, 전체 투표자의 13%가 늘어난 2시간 동안 투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동안의 투표율이 5.0%에 이르렀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게 되면 대략 10% 정도의 투표율 상승이 예상된다. 따라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것 또한 타당하지 않다.

투표시간 연장은 혼란을 초래한다?

투표시간 연장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17대 국회에서부터 제안되었고, 18대 국회에서는 3개의 법안이, 19대 국회에서도 개원 초기부터 발의되었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안 중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이었던 양정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을 보면, 현행 투표시간으로는 생업에 종사하는 선거인이 본의 아니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면서 투표시간을 2-3시간 늘리는 정도가 아닌, 아예 0시부터 24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게 현행 투표시간을 2배로 늘리자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이렇게 투표시간을 12시간 늘리면서도 비용은 고작 103억 원이 더 들 뿐이라며 2시간 연장에 100억 원 든다며 날뛰는 지금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투표시간 연장은 여야 간에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고, 그 필요성도 여야 구분 없이 인정되어온 것이기에 투표시간 연장이 새삼스레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투표시간 연장 논쟁에서 우리가 따져야 할 것

정치는, 특히 선거를 매개로 하는 대의제 하의 정치는 항상 국민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대의 하겠다고 나온 사람은 국민의 표를 얻어야 원하는 지위를 얻을 수 있기에 국민의 맘에 드는 정책을 개발하기도 하고 자신의 품성을 바꾸기도 한다. 만약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국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통제할 수 없게 되기에 대의제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정치권이 표를 더 얻으려는, 그래서 원하는 지위를 가지려고 욕망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이 따져야 하는 것은 그 욕망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가 ‘국민을 행복하게 할 것인지’이다.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된 논쟁을 두고 정략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정략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쪽은 당선되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지 않으려고 하고, 다른 한쪽은 당선되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둘 다 순수하지 않은 욕망을 갖고 있으니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무런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두 욕망 중 어느 욕망이 국민에게 더 도움이 되느냐이다.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국민들로 하여금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에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후자의 경우가 더 바람직하다.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정략적”이라며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그리하여 국민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오히려 더 정략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략적 전략은 국민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뿐 아니라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문제 삼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에서 헌법소원도 하고 10만인 청원운동도 한 상태이다. 이제 정치권이 화답할 차례이다.
덧붙이는 글
박주민 님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322 호 [기사입력] 2012년 11월 14일 20: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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