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아의 인권이야기] 쪽방을 위한 희망은 ‘아직’ 없다

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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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은 열악한 주거환경만큼이나 그 속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도 가난하며 매우 힘겹다. <2011년 전국 쪽방거주인들의 생활 실태 및 법적 지원 실태>(이경희)에 의하면 쪽방주민의 93.4%는 1인 가구이며 월평균 수입은 대부분이 50만 원 미만(76%), 직업이 없는 경우가 절반 이상인 58.6%, 직업이 있더라도 단순 노무 같은 저임금 노동이다. 또한, 쪽방주민의 64.8%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며 쪽방주민들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얘기하는 것은 ‘주·부식과 같은 생계지원’이다.

이런 형편에 놓인 이들 1000명가량이 밀집되어 사는 동네가 바로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이다. 이 간단한 통계만으로도 이 지역 주민들의 빈곤이 얼마나 심각한지 예측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런 빈곤한 상황들은 건강, 문화,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더욱 결핍되게 하여 빈곤을 더 심화시키고 고착화한다.

“수급비 자체는 집구석에서만 딱 먹고 살기에 좋아.”

그럼 쪽방주민의 64.8%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복지수급자는 어떻게 살아갈까? 쪽방 주민 17명에게 수급비가 들어오면 어디에 쓰는지 물었다.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은 '방세'였다. 그리고 쌀, 반찬 같은 부식비용, 케이블 방송 비용, 전화비용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 병원비, 담뱃값, 교통비였다. 이 비용들은 최소한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에 사용하고 나면 돈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2013년 수급자에 지원되는 최대 현금급여액은 월 468,453원이다. 쪽방주민들이 매월 20일마다 47만 원가량의 돈을 받는다고 했을 때 쪽방에서의 방세 20-25만 원을 내고 부식비, 통신비, 담뱃값 그리고 병원비까지. 아껴 쓰더라도 거의 10만 원 이상 남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고 나면 저축이나 사회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거의 전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복지수급자의 삶은 단조로워지며 이 단조로움은 일상에서 매우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쪽방주민들은 수급자의 삶을 이렇게 얘기한다.

“수급비 자체는 집구석에서만 딱 먹고 살기에 좋아. 그런데 수급비로는 자기 생활을 못한다는 거지. 수급비는 사람을 집에 가두어 놓는다고 보면 되는 거지. 집 외의 세상을 구경할 수가 없어. 전혀 안 되지. 돈이 없는데. 가고 싶은데 못 가고 놀고 싶은데 못 놀고. 그리고 나가서 일을 하려 해도 일을 찾아볼 수 없는 거지.”

“요즘에 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어요. 뭐하나 사고 나면 끝이여. 물가들이 너무 비싸. 그래서 나는 난방비를 줄일 생각이야. 하여튼 차갑게 살더라도 돈이 안 들어가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그래야지. 막말로 친구들 만나서 술이라도 한 잔 같이 먹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하는 거야. 그러니 누굴 만나도 '야, 밥이라도 한 그릇 먹자' 이 말을 못하는 거야.”

외출하기도, 누군가 함께 밥 먹기도 부담스러운 수급 금액은 결국 의식주 해결 그 이상은 불가능하게 만든다. ‘내일’, ‘희망’, ‘꿈’ 이런 단어에 대해 주민들은 ‘없다’고 얘기하신다. 지금 먹고살기도 힘든데, 내 몸이 아픈데, 방세 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나의 미래를 계획하고 살아가겠냐는 것이다. 수급비 혹은 그에 준하는 소득수준으로 살아가는 쪽방주민의 대부분은 이런 형편에 놓여 있다.

쪽방주민, 내일을 꿈꿀 권리를 잃어버리다.

쪽방주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이 시대의 빈곤은 많은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다시 새로운 꿈을 꿀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만든다. 내일이 없는 삶이라고 심각히 절망적이라고 단정 내릴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주민도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 빈곤, 무직 혹은 불안정한 일자리, 나쁜 건강상태, 가족 단절, 좌절된 꿈, 실패한 사업 등 주민이 처한 빈곤의 문제가 쉽사리 나아질 거라 ‘낙관’하고 ‘희망’하는 주민들도 거의 본 적이 없다.

오늘을 버텨야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먹고 자는 문제 즉 ‘오늘’의 생계만 유지하게 하는 복지에서 탈-빈곤은 요원한 이야기이며 ‘내일’을 맞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단순히 쪽방주민 개개인의 게으름으로 말하기에는 빈곤의 상황을 벗어날 사회적 기회가 너무나 빈약하다.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사회의 밑바닥에 ‘홈리스’로 지칭되는 거리노숙을 비롯해 쪽방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빈약하다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사회안전망의 보장이라는 의미에서라도 우리 사회는 쪽방주민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내일을 꿈꾸기 위한 수준으로서의 소득·노동·주거·건강 등을 보장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슈아 님은 동자동 사랑방 사무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335 호 [기사입력] 2013년 02월 27일 22: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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