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의 인권이야기] 광화문역에 놀러오세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200일을 맞다!

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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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작년 8월 21일부터 광화문 역사에서 시작했던 농성이 3월 8일이면 200일을 맞습니다. 여기저기 장기(?)농성장이 많은 이때, 사실 200일 정도는 그냥 머리를 끄덕거리게 하는 정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위 사진:<사진출처: 인터넷언론사 비마이너>

지난 200일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인권, 생태, 학생, 청소년, 노동, 성소수자, 여성 등 다양한 연대단위의 활동가들과 공연, 의료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농성장을 함께 지켜주었습니다. 장애인권운동은 농성과 함께 저상버스를 제대로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전국 곳곳의 버스정류장에서 이어갔고, 그 사이 치매에 걸린 부인의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삶의 벼랑으로 내몰려 죽게 된 할아버지, 활동보조인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화재로 사망한 김주영 동지와 파주의 두 남매... 이 말고도 숱한 생때같은 사람들을 하늘로 보냈습니다. 이웃 동네 쌍차농성장 옆에 함께살자 농성촌이 꾸려졌고, 그리고 계절이 몇 번 바뀌었고, 대통령도 바뀌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이 웃고,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농성장은 광화문에 있습니다.

광화문 농성장에는 김주영 동지와 파주의 두 남매 박지우, 박지훈 님의 분향소가 차려져 있습니다. 분향소 앞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두고 간 화분과 편지들이 놓여있고요.

혹시 이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르는 분도 있을까 싶어 설명을 붙입니다.
故김주영 동지는 활동보조인이 밤 11시경 퇴근한 후 새벽 2시경 집안에서 불이 났고, 119에 구조 요청도 했으나 다섯 발자국... 다섯 걸음만 나가면 살 수 있는 거리를 나가지 못해 10분 만에 꺼질 불 속에서 질식으로 숨졌습니다. 故박지훈, 박지우 님은 둘 다 장애가 있었고 아버지는 일을 하러, 어머니는 이사 갈 집을 알아보러 나간 저녁 시간, 역시 집안에서 불이 났고 두 분 모두 숨졌습니다.

위 사진:<사진 출처 : 인터넷언론사 비마이너>

광화문 농성장이 말하고 싶은 건, 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장애등급제는 개개인의 사람들의 환경과 필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의료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기고, 그나마 몇 되지도 않는 복지서비스를 등급만으로 줄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장애당사자들의 요구로 활동보조 시간이 늘어나자 정부는 더 높은 기준을 만들고 ‘가짜장애인’ 여론몰이를 해대며 장애등급을 하락시키더니 그나마 몇 되지도 않는 복지서비스를 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활동보조인이 없어 사람이 불 속에서 죽어갔는데, 정부는 등급하락이라는 공포의 칼을 휘두르며 장애인들을 떨게 만들고 있는거죠.

부양의무제는 꼭 연좌제 같습니다. 빈곤이 죄인 양 나의 빈곤을 나의 가족에게 책임 지우려는 걸 보면 말입니다. 나의 빈곤이 오롯이 나의 무능 때문이고, 나의 업인 것처럼, 그래서 내가 가족과 인연도 끊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불능의 상태임을 확인시켜야만 40만원 겨우 넘는 돈을 적선하듯 던져 주는 사회, 이 역시 점점 까다로워지는 기준 탓에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사람들이 줄고 줄어드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습니다.

광화문 농성장은 이런 무거운 죽음들과 함께 있지만 즐겁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죽어간 이들에게 축 쳐진 어깨를 보이는 것이 더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죠.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200일 정도면 널리 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200일이 훌쩍 넘어도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르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길이 무섭지만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농성에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지도 함께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물론 광화문의 농성장이 이웃 농성장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더 많이 고민되고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합니다. 놀러오세요! 광화문 농성장으로!

* 이런 기회를 틈타 공지 하나 남깁니다. 201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단체들에게는 420공동투쟁단(4월까지만 활동하니 부담없이!)에 참여해주실 것을 요청드려요.
개인이신 분들은 420장애인차별철폐를 함께 선언할 수 있는 기회!‘1000인 선언단’에 참여해주실 것을 요청드려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sadd.or.kr)에 있어요. 전화(02-739-1420)주셔도 됩니다.
덧붙이는 글
윤경 님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36 호 [기사입력] 2013년 03월 06일 14: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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