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인권의 사막에선 더 많은 전문시위꾼이 필요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방한과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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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표는 상징적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6∙10항쟁 26주년인 2013년 6월 10일, 경찰과 구청이 서울 세 곳의 노동자 농성장을 부수고 사람들을 연행한 사건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인권 없는 민주주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역력히 보여주는 징표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에게 ‘인권’이 얼마나 하찮은지를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지난 6월 7일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마거릿 세카쟈는 한국을 공식방문해 한국의 인권옹호자 실태를 조사한 기초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녀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결사의 자유와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데 인권옹호자들의 상황이라고 좋을 리는 없다. 그러니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탄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공식방한의 시사점

세계인권선언 제정 50주년을 맞아 1998년 12월 9일에 채택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기 위한 개인, 단체 기관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선언'(약칭 인권옹호자선언)에서 말하는 인권옹호자라는 개념은 인권활동가로 한정되는 협소한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지키고 옹호하기 위해 단독으로 또는 공동으로 활동할 권리가 있고, 그러할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은 인권옹호자가 된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희망버스를 탔던 수많은 시민들이 인권옹호자이며, 대한문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장을 지키는 이들이 인권옹호자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공식방문해서 조사했다는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의 각종 법이나 절차가 사실 인권증진과 무관한 형태, 껍데기로만 남을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제도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고 하는 한국에서 인권옹호자에 대한 탄압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인권기구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 이래로 인권옹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전문시위꾼’으로 호명하며 낙인찍고 형사처벌로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더 벼리고 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막힌 지점’을 보여준다. 인권현안에 연대하는 자발적 시민들이 늘어가자, 이명박 정부는 이들을 ‘전문시위꾼’이라고 칭하고, 박근혜 정부는 ‘불법폭력세력’이라고 칭하며 이들을 ‘일반 시민’과 떼어놓으려는 통치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딱딱히 굳어진 조직이 아닌 권력의 관리와 통제가 어려운 개인들, 운동들이다. 이들의 활동과 연대를 가로막고 운동세력을 시민사회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책동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는 더 ‘인권옹호자’ 권리를 확장하고 확산해야할 필요가 있다.

마거릿 세카쟈는 6월 7일 기초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옹호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라고 정부에게 권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자들이 한국에서 시민들이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그녀는 “한국의 시민들은 인권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며 오히려 정부가 인권의식 및 인권정책이 부족함을 짚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경제성장과 민주제도의 외향(그야말로 외향일 뿐이다!)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서 인권과 인권옹호자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권옹호자 실태는 한국 인권의 리트머스

한국에서 인권옹호자들, 인권활동가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가는 한국의 인권상황을 보여주는 리트머스지라 할 만하다. 열악한 인권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인권활동가들, 노조활동가들, 언론인들, 주민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많은 인권활동가들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기소되고 엄청난 물리적 폭력을 받고 있다. 밀양의 주민들이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나, 강정의 주민들이나, 언론인이나, 장애인권활동가들이 형사처벌과 벌금, 손해배상에 시달리고 있다. 인권옹호활동을 범죄화하려는 경향은 비단 위에 열거한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또한 기본적인 인권옹호활동을 가로막는 기본 방법이 인권옹호자들의 집회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강자에게 보장될지언정,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이는 특별보고관이 발표한 기초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잘못된 현실을 폭로하고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모이고 외치기 위해 집회를 하지만 이러저런 이유로 공권력은 집회의 권리를 차단하고 권리를 처벌한다. 집회의 권리 후퇴와 인권옹호자에 대한 범죄화는 인권옹호자 탄압을 보여주는 주요 키워드이다.

또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인 남북분단의 정전협정 체제라는 현실로 인해 인권옹호자들은 형사 처벌 외에도 ‘사회질서’,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낙인과 이데올로기적 공격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낙인은 정부와 자본이 운동을 고립시키기 위해 즐겨하는 수단이지만 최근 친정부적 보수단체의 세력화로 이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위 사진:마거릿 세카쟈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6월 7일 한국의 인권옹호자 실태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 인권옹호자 탄압의 경향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방한을 맞이하여, 제대로 된 한국 인권현실과 인권옹호자현실을 알리기 위해 각 영역 단체와 활동가들이 공동대응을 했다. 함께 준비하면서 해당운동의 상황과 인권활동을 가로막는 지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탄압은 크게 일곱 가지 경향을 띠고 있다.

첫째 업무방해 적용과 손해배상 청구, 과도한 벌금 부과 등 인권옹호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최근 강정, 밀양, 파업현장 등 인권현장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주요 법률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314조)이다. 인권옹호활동 과정에서의 폭력 사용여부, 기물 파손 여부와 상관없이 인권옹호자들을 업무방해로 기소한다. 심지어 정부나 기업을 비판하는 피케팅을 하거나 유인물을 돌려도 정부와 기업은 업무방해라며 기소되고 이를 근거로 정부와 기업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또한 기소 후 인신구속은 낮아지고 있지만 벌금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과 벌금 등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인권옹호자들이 더 이상 활동을 못하게 만드는, 인권옹호활동을 막는 실질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나고 사측이 노조와 간부, 조합원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약100억 원이며, 정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22억 원이고, 조합원 65명에게 가압류한 금액이 20억 원이다. 파업이후에도 노조 뿐 아니라 조합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해 많은 노동인권 옹호자들이 생계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2013년 1월까지 민주노총이 집계한 손해배상 청구 총합은 약 1,307억 원, 가압류 청구 총합은 약 77억 4천만 원이다. 지금도 정부와 기업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이나 강원도 골프장 건설 반대운동을 막기 위해 업무방해와 손해배상을 줄기차게 적용하고 있다.

둘째, 인권옹호자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사찰이다. 사찰행위는 인권옹호활동을 위축되게 만들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기록(문서, 영상)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 등 심리적 후유증이 매우 크다. 국정원만이 아니라 기무사, 그리고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도 시민, 인권활동가 등 광범위하게 직접 사찰했다. 이러한 불법사찰은 국가기관에서만이 아라 대기업 등에서도 노조탄압이나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2009년 한국철도공사의 노조간부에 대한 사찰, 2012년 이마트의 직원에 대한 사찰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경비업체를 동원한 사적 물리적 폭력이 공적 폭력과 쌍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철거민 사망사건과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노동자들의 파업 진압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경찰 폭력은 주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경우 강도가 매우 높다. 한편 이러한 공적 폭력 외에도 일상적으로는 노동자, 평화활동가에 대한 경비업체에 의한 사적 폭력이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은 기업이 고용한 경비용역에 의한 사적 폭력을 정부가 비호하고 용인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9년 용산과 쌍용차 모두 용역경비에 의한 폭력이 있었지만 경찰은 수수방관했다. 유성기업, SJM 등 많은 노동조합에 대해 창조 컨설팅이라는 용역경비업체가 사측과 계약을 맺고 폭력을 행사했다.

위 사진: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현장에서 주민들로부터 경찰과 용역 폭력 상황을 듣고 있는 마거릿 세카쟈 특별보고관

넷째, 정부는 안보프레임을 이용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평화활동을 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옹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한국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낙인찍거나 종북주의자라는 식으로 왜곡하여 탄압한다. 주로 국가보안법이라는 실정법을 이용하거나 보수단체들을 동원한 여론몰이로 이뤄진다. 정부와 보수단체들은 평화활동가들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므로 종북세력’이라고 하며 이들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했고, 평화활동가들의 활동을 왜곡하였다. 심지어 보수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논의에서 성소수자 권리옹호자를 ‘종북 세력’이라고 낙인찍으며 성소수자 권리옹호활동을 왜곡했다.

‘종북세력’이라는 딱지는 국가안보프레임을 바탕으로 대표적 낙인찍기 표현이다. 종북세력이란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여 한국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그 자체로 ‘모욕적’일 뿐 아니라, 정부와 보수언론은 여기에 불법․불안 세력이라는 의미를 덧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 후퇴적 조치나 탄압을 정당화하기에 매카시즘의 2013년 형태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낙인으로 실제 인권옹호활동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섯째,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같은 정치적인 주요 법률 외에도 형법상의 공무집행방해 조항, 업무방해 조항, 일반교통방해 조항, 도로교통법, 경범죄처벌법, 노사관계법, 기부금품법 등 여러 법률 조항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인권활동을 처벌하고 있다. 한마디로 저인망식 법률 탄압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현재까지 국가보안법에 의한 기소 및 구속 사례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연행하거나 기소하는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인권옹호활동을 최소한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정부가 투쟁의 장소이자 연대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농성장을 부수고 철거할 때 적용하는 법이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이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현장 앞의 천막을 철거할 때도, 대한문 앞 쌍용차 노동자들의 분향소를 철거할 때도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을 내세웠다. 실제 농성장이 도로교통을 방해했는지, 통행을 방해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농성장보다 더 큰 화단이 이를 방증한다. 헌법적 기본권을 행사하는데 하위법으로 이를 통제하려는 발상 자체가 반(反)인권적이다. 기본적 인권은 최소로 침해해야 한다는 원칙, 행정 작용이 실현하려는 목적과 수단이 합리적인 비례가 있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도 다 어긋난다. 농성장이 실질적인 어떠한 위협을 가하지 않음에도 이를 없애려는 것은, 농성장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삭제하여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일 뿐이다. 특정 장소에서 재현되는 정치적 권리, 진실을 막으려는 의도이다.

여섯째, 해외 인권활동 가들을 강제추방하거나 입국 금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0년부터 2013년 4월 30일 현재, 국제 평화활동가 및 인권옹호자의 입국금지 건수는 총 42건으로 실제 인권옹호 활동을 근거로 입국을 금지당한 사람들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입국 거부자들은 대부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평화 활동가이거나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하는 환경 옹호자들, 그리고 시민사회 주최의 국제민중대회 참가자 등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입국을 금지시킨다는 모호한 설명 외에는 입국금지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인권상황이 열악해지고 그에 따른 국제적 연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정부가 차단하려는 것이다.

일곱째,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흔들고 독립성을 훼손하여 인권위가 인권옹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씨에 대한 긴급구제 기각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정부가 인권옹호자들을 탄압해도 이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지경이다.

인권옹호자 선언 중

1조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국내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중진하고 이를 보호 및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7조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인권에 관한 새로운 개념과 원칙을 개발, 논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10조 어떤 사람도 작위 또는 무작위로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데 가담할 수 없으며, 가담을 거절했다고 해서 어떤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없다.

더 많은 인권옹호자권리를 행사해야 할 때

탄압의 경향을 서술하다보니 우리가 해야 할 과제들이 보인다. 정부와 자본이 각종 법들을 악용하는 것을 차단해야 하고, 업무방해죄와 같이 인권운동을 탄압하는 조항들은 없애야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들도 있다. 특히 인권옹호자에 대해 ‘전문시위꾼’이나 ‘종북세력’이라는 식으로 낙인찍어 시민사회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정부와 자본의 책동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낙인에 맞서, 누구나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권리가 있다는 ‘인권옹호자 선언’을 바탕으로, 한국에는 더 많은 ‘전문시위꾼’, ‘인권옹호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왜 인권옹호자로서의 권리를 우리가 행사하려는데 정부가 막느냐고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이 인권의 내용을 왜곡하고 삭제한 채 우리의 투쟁을 길들이려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제의 규범에 저항하고 새로운 인권의 목록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일이 아닐까.

* 이 글은 <2013년 한국인권옹호자 실태보고서>에 제출한 졸고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49 호 [기사입력] 2013년 06월 12일 14: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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