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거래 반대운동을 제안한다 ③]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저항하는가?

나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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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무기거래 반대운동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 대인지뢰금지 운동이 있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평화운동으로서 전쟁수혜자들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가하는 운동은 전무하지 않았나 싶다. 만약 내가 모르는 어떤 시도가 있었다면 정보를 원한다. 무엇을 시도했고, 남긴 것은 무엇이고 실패한 것은 무엇인지? 이 연재글은 한국에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다. 고민은 WRI 세미나 참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기처럼 시작한 글은 사례발표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무엇이 잡히지 않는 상태다.

만약 한국에서 전쟁수혜자들에 맞서는 운동을 한다는 그 시작은 어떤 형태일까? 시작을 위해서는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 당연히 첫 단계는 전쟁수혜자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누가 전쟁으로 이득을 보고 있으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동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일상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런데 왜 그들은 잘 드러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들에 맞서고자 하는 행동가들은 무엇을 드러내야 하는걸까? 효과적으로 폭로하고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이와 관련해서 이 번에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 소식지 [Broken Rifle]에 실렸던 글을 번역했다. 이번호는 지난 번 여름 국제회의의 영향을 받아 전쟁수혜자들과 관련된 기사로 가득차 있다. 그 가운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을 하나 선택해봤다. 외국 사례들, 특히 미국이나 영국의 경험이 반드시 한국의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투쟁이 권력구조 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이와 같은 문제인식 방식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전쟁수혜자들, 그리고 저항하는 사람들(The Revolving Door, A Revolting Access)“

전쟁수혜자들은 정부와의 계약성사 여부에 운명이 달려있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정부를 위해 항공우주장비 및 방위장치 제작을 주업무로 하는 미국 군수기업_역자 주)이 국방부 없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한편, 정부는 군수물자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는 데에 대한 핑계거리가 필요하다. ‘테러와의 전쟁’, ‘국가안보’, ‘평화유지군’ 이런 수식어들 말이다. 전쟁수혜기업들은 정부와의 계약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은 정부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이들 기업들은 정부정책결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인 지위를 획득했으며 정부정책결정주체들과의 연결고리를 통해서 일반 대중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큰 이윤을 획득하고 있다.

전쟁수혜자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가적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접근망을 확보하며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그것은 소위 ‘회전문(revolving door, 전직 관리가 유관 사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함_역자 주)’이라고 하는 요소와 엄청난 로비를 통해서 가능하다.

‘회전문’이라는 단어는 정부에 있던 관료가 기업의 임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칭한다. 한 예로, 육군 고위 장교나 국방부의 임원이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의 고위 관료로 이동해가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들은 특정 회사의 ‘국방 담당 계약자’로 이동하면서 중요 계약이 이루어지는 주요 정보망에 대한 지식을 함께 가지고 간다. ‘회전문’의 다른 사례로는, 반대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의 고위관료가 국방부나 정부의 민간물자계약을 담당하는 부서로 이동을 하여 기업과의 계약을 조종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을 들 수가 있다. 국방부 장관에서 핼리버튼(Halliburton,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의 부회장으로 이동해 간 미국의 딕 체니가 가장 유명한 ‘회전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딕 체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 대표적인 ‘회전문’에 해당하는 두 사람을 지적해보겠다. 한 사람은 BAE(유럽 최대의 방위산업체_역자 주) 기업의 최고 정치 로비스트이자 영국 국방부 소속 공무원인 줄리안 스캅(Julian Scopes)이다. 스캅은 국방부와의 로비관계에 있어서 최고의 루트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그는 국방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가 있다. BAE는 스캅 이외의 다른 임원들 역시 이와 비슷한 로비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다른 사례로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국방부의 주요 요직에 있었던 잉게(Inge)가 이지스(aegis, 미 해군의 최신종합무기 시스템_역자 주) 방위 관련 기업 내 비경영진의 우두머리로 부임한 것을 들 수가 있다.

막대한 로비작업은 기업들이 정책결정과정이나 계약추진과정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맡게 될 때 일어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는 유럽연합(EU) 내부에서의 결정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무기 생산 기업들은 지난 몇 년에 걸쳐서 EU 내의 결정주체들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기업들은 군사적으로 강한 유럽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군수 기업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EU 조약에서 몇몇 조항들을 뽑아내면서 수정될 조항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할지에 관한 회의에 수많은 국방 ‘전문가’들이 초대받았다. 13명의 전문가 중 3명은 군수 산업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전유럽 안보 기업연맹(the European Defence Industries Group) 총재인 코라도 안토니니(Corrado Antonini), BAE 기업 총수인 앤서니 페리(Anthony Parry) 그리고 EADS(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_역자 주)의 총수인 장 루이 저고린(Jean-Louis Gergorin)이 바로 그들이다. 강한 유럽을 위해 강한 군수 산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바로 거기에서 나왔다.

위와 같은 비슷한 상황은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는 1985년에 창설된 국방정책결정기구(the Defense Policy Board)가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30개가 넘는 각종 과학기술, 군수산업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구는 일년에 네 번의 회의를 통해 국방부에서 어떤 무기 시스템을 구매해야하는지, 어느 국가가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는지, 어느 지역에 선제공격이 필요한지, 어느 국가를 점령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다. 한 예로, 미 국방정책결정기구에는 미 해군 소속이자 나토의 주요 장성 중 한 명이었으며, 태평양 지역 연합국 최고 사령관을 역임하다가 백텔(Bechtel)기업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잭 시한 (Jack Sheehan)이라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 벡텔은 세계에서 가장 큰 로비망을 가지고 있는 기업 중에 하나이며, 이라크 재건 사업에서 가장 많은 수주를 따낸 기업이기도 하다.

많은 나라에서 전쟁수혜자기업들이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합법적으로 기부할 수가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부가 무기 시스템과 관한 의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물론 뇌물수수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미국방부가 요청하지도 않은 무기계약들이 국회에서 의결되곤 한다. 물론 그들 기업들은 그 계약과 관련한 법안들을 무사히 통과시킬 수 있는 ‘특별한 친구’들을 국회에 두고 있다.

무기 생산업체들은 이제 너무나 강력해져서 그들의 정부에 대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전(前) 영국 항공우주선 제조업체였던 BAE는 영국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물건을 사지 않을 경우 영국정부에 납품하는 것을 거두고 미국으로 납품을 하겠다는 협박을 한 적이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BAE 기업은 2005년 현재 7번째로 큰 미 국방물류 납품업체였다. 그들은 무기 생산 및 판매와 관련한 도덕적 결정을 국가에 떠넘기면서 자신들이 정부에 요구에 맞추어 무기를 납품하는 것은 단지 ‘애국심’에 근거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첫번째 출발점은, 전쟁수혜기업들이 정부의 무기관련지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해할 수 있을까? 그들 기업들은 그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정부보다도 더 큰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흔한 대(對) 기업 방해 전략인 보이콧은 전쟁수혜 기업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들 기업들은 민간을 상대로 하는 물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윤을 얻는 대형 여객기나 건설 프로젝트는 민간 상대 소비재가 아니라 다른 기업들 혹은 정부 기관들을 소비자로 삼는다.
앤 펠텀(Ann Feltham)의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은 우리가 ‘가장자리’를 공략해야함을 알려준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지난 여름에 있었던 WRI 국제회의 ‘전쟁수혜자’ 그룹 논의에서 많은 전략들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기업들과 정책결정기구들을 감시하자. 선명성(visibility)은 그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그들이 전쟁수혜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내자. 그들의 무기가 가져온 영향들, 그들이 무기를 판매한 국가에서의 인권침해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알려내자.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가 그들이 낸 세금을 사용하여 전쟁수혜자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만들자.
군수 산업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수많은 비리들을 알려내자. 그런 비리들은 수없이 많으며 그것들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야만 한다. 이는 창조적이고 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로 하여금 군수물자납품 기업들에 대한 규제-기업 투명성과 책임도-를 강화하도록 압력을 가하자. 이들 기업은 그러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힘들 것이다.
은행과 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ies)들이 군수기업들을 대출과 신용판매를 통해서 암묵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음을 알려내자. 은행과 수출신용기관은 무기거래가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안전하게(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의 돈이 무기생산 및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는 걸 알게된 납세자들과 예금주들의 기분이 어떠할지 상상해보자.
수많은 조직들과 개인들은 전쟁수혜기업의 주식을 살 수가 있는데, 주주총회와 같은 자리를 통해서 그 기업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가 있다. 또는 주주들, 대학들, 지방자치단체들로 하여금 전쟁수혜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수혜자들에 대한 저항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업들이 어떻게 군사계약들을 따내는지 구체적 과정들을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반군사주의와 비폭력을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그룹들- 무기거래 반대 운동그룹, 무기거래를 지원하는 금융기업 및 수출신용기관에 반대하는 운동그룹-과의 연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위 글을 쓴 Joanne Sheehan과 Javier Garate는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사무국에서 활동 중이다.
인권오름 제 26 호 [기사입력] 2006년 10월 25일 3: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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