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공룡트림] 그냥 이대로도 즐거워

어린이 놀이의 즐거움에 대해 그린 세 편의 그림책

이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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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반 6학년 친구들과 2학년 친구들이 함께 체육관에서 놀이를 했어. 원래는 풍선 들고 이어달리기와 볼링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풍선이 불어지자 2학년 친구들은 신이 났어. 풍선을 쫓아다니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지. 6학년 친구들도 덩달아 신이 났어. 체육관에 모인 친구들은 원래하기로 했던 볼링 게임과 이어달리기보다 풍선을 따라다니며 자유롭게 노는 것을 더 좋아했던 거야.

놀이의 즐거움은 딱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해야 즐거운 게 아니야. 마음이 즐겁고 자유로워야 놀이도 신나고 재미있는 거지. 놀이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세 편의 그림책을 살펴봐도 그 것을 알 수 있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존 버닝햄 그림, 글)에서 보면 강가에 사는 검피 아저씨는 어느 날 배를 몰고 강으로 나와. 그러자 강가에 있던 동네 꼬마들이 배를 태워달라고 하지. 이윽고 토끼와 고양이, 그리고 개와 돼지, 양 등이 차례로 배에 올라타게 돼. 꼬마들과 동물들은 배에 타면서 검피 아저씨에게 하지 않아야 하는 행동에 대해 약속 했지만 아무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배는 뒤집히고 말지. 검피 아저씨는 화가 났을까? 아니면 약속을 어긴 꼬마들과 동물들을 내쫓아 버렸을까?

아니야, 검피 아저씨와 친구들은 강가로 나와 햇볕에 몸을 말리고 모두 검피 아저씨 집에서 차를 마셔. 그리고 검피 아저씨는 친구들에게 내일 다시 놀러 오라고 말하지. 왜 검피 아저씨는 다른 어른들처럼 약속을 어긴 친구들을 혼내지 않았을까?

사실 배를 탄 꼬마들과 동물들의 행동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라. 친구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것은 토끼가 깡총하며 뛰어다니고 고양이가 개와 싸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야. 검피 아저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누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 그냥 즐겁게 뱃놀이를 마무리 했지.

만약, 검피 아저씨가 약속을 어긴 친구들을 혼을 내고 배에서 쫓아버렸다면 정말 즐거운 뱃놀이가 될 수 있었을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못하고 얌전히 있었다면 친구들에게 뱃놀이는 다시 하고 싶은 놀이가 될 수 있었을까?

놀이처럼 배우는 말다툼도 있다구

고양이 두 마리와 쥐 세 마리가 쫓고 쫓기다가 구덩이에 빠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가지?』(기무라 유이치 글, 다카바타케 준 그림)는 구덩이에 나가기 위해 고양이와 쥐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는 내용이 전부야.


처음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이내 쥐들을 다 잡아 먹으면 구덩이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돼. 결국 쥐와 고양이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럼 이 그림책은 쥐와 고양이가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일까? 아니야. 쥐와 고양이는 서로 어떻게 하면 고양이와 쥐가 모두 살아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옥신각신 말다툼을 해. 그런데 그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거야. 비가 내려서 구덩이에 물이 차올라도 고양이들과 쥐들의 말다툼은 끝이 없지. 결국 차오르는 물 덕분에 고양이와 쥐는 모두 구덩이 밖으로 나오게 돼. 하지만 고양이와 쥐의 말다툼은 끝나지 않아. 이미 구덩이 밖으로 나와 말다툼을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어린이들이 서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 입장에서는 한심해 보일 수도 있어. 별 거 아닌 걸로 서로 끊임없이 이야기 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얼른 해결책을 알려주어 끝내버리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어린이들은 한심해 보이는 말다툼 속에서 조금씩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어.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배우지 그렇게 이야기 하다 보면 그것 자체가 즐거운 놀이처럼 되기도 해. 고양이와 쥐가 말다툼 속에서 서로 사이좋게 변하는 것처럼 말이야. 어른들이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다려 준다면 어린이들이 얻어야 할 소중한 경험이 하나하나 쌓이지 않을까?

굳이 새기지 않아도 그냥 이대로도 즐거울 수 있어

날아가는 나뭇잎을 쫓아가는 꼬마 아이 안톤의 모습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나뭇잎이 달아나요』단순하지만 유쾌한 그림책이야.


안톤'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 나뭇잎들을 한 곳으로 열심히 모았어. 그런데 나뭇잎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날아가는 거야. 안톤은 그 나뭇잎도 치우기 위해 쫓아갔지. "나뭇잎 좀 잡아!"라고 '안톤'이 소리치자 그네를 타던 '루카스'도 모래장난을 하던 '그레타'와 '니나'도 나뭇잎을 잡기 위해 함께 뛰어. 결국 나뭇잎을 잡으러 이리저리 다니던 네 친구들은 안톤이 나뭇잎을 모아놓은 곳으로 되돌아가. 그리고 나뭇잎을 잡기 위해 달려들다가 그만 안톤이 모아 놓은 나뭇잎이 모두 흩어져 버리고 말아. 네 친구들은 모두 실망했을까? 기껏 모아놓은 나뭇잎들이 흩어져 버렸으니 말이야. 그런데 웬걸 친구들은 모두 나뭇잎 하나씩으로 손에 잡은 걸로 만족해 해. 그리고 모두 즐겁게 간식 먹으러 가버리지.

어른들이 볼 땐 안톤의 행동이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어. 나뭇잎 하나를 쫓다가 애써 모아 놓은 것을 다시 흩어놨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에 의미 없는 일들이라고 해서. 안톤과 친구들의 행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 나뭇잎을 따라다니고 힘을 모아 나뭇잎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 자체에서 이미 친구들은 충분히 즐거움과 의미를 갖게 되었어. 처음에 목적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친구들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게 놀았기 때문이야.

어른들은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나 놀이를 할 때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고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면 다시 열심히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린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판단을 훌쩍 뛰어 넘어 자유롭게 숨 쉬고 뛰어 놀아. 그리고 그렇게 자유롭게 놀고 즐기는 과정 속에서 어린이들은 조금씩 자라.

그러니 어린이들이 마음껏 자유로워질 때 어른들이 잠시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어린이들은 그냥 이대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당신들도 어린이였을 때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놀며 자랐다는 걸 말이야.
덧붙이는 글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354 호 [기사입력] 2013년 07월 16일 19: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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