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일의 인권이야기]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능력을 허할 것인가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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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 법률은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10년 7월에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 법률에 따른 DNA 정보의 수집 대상 범죄는 비단 성범죄뿐만 아니라 11종에 달하는데, 이에 따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과 용산참사 투쟁에 결합하였던 노동자와 철거민들 역시 그 대상이 되었다.

공개변론의 쟁점 중 하나는 수집된 DNA 정보가 단지 신원확인정보인지, 아니면 가족관계, 질병, 인종 등 더 폭넓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DNA 정보가 단지 신원확인정보이면 인권침해가 아니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만17세 이상 전 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이를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필자가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최악의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DNA 정보가 신원확인정보 이상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는 했지만, 필자는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적인 문제는 그것이 신원확인정보라는데 있다고 본다.

위 사진:2011년 용산 철거민들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DNA 채취 관련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효율적인 수사라는 공익과 그것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정도를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힘든 일일지 모른다. '보안(security)'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는 한 사회의 위험의 정도(혹은 사람들이 위험을 느끼는 정도),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드는 비용, 사회 구성원이 중요시하는 가치 등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다. 다만,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갈수록 촘촘해지는 국가의 통제능력에 대한 사회적인 자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의 DNA 데이터베이스는 장기 미아를 찾는데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후, 범죄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전 국민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전 국민 DNA 데이터베이스는 위험하다는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데이터베이스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효율적이고, 모든 사람은 잠재적인 범죄자의 반열에 오른다.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분석기술이 저렴해진다면, 누가 담배꽁초를 버렸는지 추적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사회가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는 '나쁜 짓'을 한 당신은 어떠한 항변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권력의 '의지'도 관건이지만, 통제의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민주화된 정부 하의 일상생활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미시적인 삶의 영역까지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술로 뒷받침된 더 정교한 시스템 사회에서는 훨씬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관리와 감시의 모세혈관이 우리 사회에 서서히 뿌리내리는 것이 두렵다.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보다, 권력에게 담배꽁초를 단속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오병일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55 호 [기사입력] 2013년 07월 24일 14: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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