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예술인소셜유니온! 노동운동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야

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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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최초로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이 설립되어 노동부로부터 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청년유니온이 다섯 번의 반려 끝에 노조설립신고를 마쳤고, 5월에는 노년유니온이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문화예술인들의 노조인 예술인소셜유니온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흔히 노동조합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고용주와 협상을 하는 단체로 생각한다. 그런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처럼, 노동자들의 노동형태나, 세대별 공통성에 근거해 노동조합이 결성된 것이다. 사실 사업장을 넘어선 노조가 새로운 시도이거나 이전에 없었던 형태는 아니다.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이미 산업별 노동조합 형태로 조직되어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산별노조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 지역노조, 일반노조, 이주노조 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도(아래 노조법) 기업별 노조강제조항은 삭제되고 노동조합 자유설립주의가 명시되었다.

노동조합은 이상하거나 특별한 단체가 아니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21조 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33조 1항)

각각 헌법 21조 1항과 33조 1항에 명시된 국민과 노동자의 권리다. 노동조합과 관련해 위 조항을 다시 곱씹어보자.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하고 이를 알려내 다른 이들과 함께 모이고, 단체를 결성할 자유가 있다. 이것은 언론사, 출판사, 집회시위(데모), 각종법인과 같은 것을 염두에 두는 말이 아니다.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각자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하고 논쟁하고 설득하며, 주변 사람들을 모아서 하고 싶은 행동을 한다.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렇고, 동호회를 비롯해서 다종다양한 모임들이 그렇다. 언론출판의 자유 없는 집회결사는 불가능하고, 집회결사의 자유가 없는 언론출판의 자유는 허울일 뿐이므로 헌법 21조는 토론하고 모여서 행동할 권리라는 하나의 권리선언이다.

헌법 21조만으로도 노동조합을 비롯한 다양한 단체결성권은 충분히 선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는 33조 1항에서 노동자가 단체로, 집단적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헌법 21조 2항에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조항을 첨부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집회시위가 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인 것처럼, 노동조합 설립 역시 자유롭게 설립해 행정관청에 통보하는 신고제인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부가 심사해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적절한 노동조건의 유지와 보호를 책임져야 하는 행정관청으로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신고를 받는 것이다. 해고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신고서가 반려된 공무원노조, 실업자가 포함되어 있다며 5번이나 반려된 청년유니온, 그리고 노동조건에 한정되지 않는 정치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온갖 이유로 행정관청은 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보완을 요구한다.

비록 헌법 21조는 집시법에 의해, 33조는 노조법에 의해 누더기가 될 정도로 유린되고 있지만 최상위 법률로서 헌법정신과 원칙은 분명히 하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비롯한 다양한 단체결성과 행동을 통해 노동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노동자는 당연히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고되거나 실업상태에 있더라도 향후 복직이나 취업을 통해 노동조건의 향상을 꾀하려는 사람들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건 역시, 현재 일하고 있는 작업장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용정책, 산업정책과 같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을 포괄해야 한다. 현재 노조법에서는 정리해고 문제로 쟁의를 벌이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한숨이 나오지만 말이다.

청년유니온, 알바노조는 노동조합운동, 노동권의 혁신과 확장으로 이어져야

따라서 사업장을 넘어서는 산업별, 지역, 일반노조나 세대별, 알바노조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노조들은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권리실현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오히려 과거 기업체별로 결정 가능했던 노동조건들이 이제는 국가-대자본의 독점적 구조 속에서 실현불가능해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두 명이 일하는 편의점, 커피전문점 알바의 시급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인상을 위해 정부와 맞서고 프랜차이즈 대기업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점주들, 하청업체 사장들이 불공정 거래시정을 요구하며 죽겠다고 아우성인 때다. ‘을’들의 아우성이 점주들 같은 중간관리자의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이미 대자본이 고용한 거나 마찬가지인 이 시대 수많은 불안정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노조설립신고 전에 청년유니온과 알바연대가 벌여냈던 최저임금투쟁이나 프랜차이즈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들은 노조설립 이후에 더 확장되어야 한다. 노조설립 이전에 이미 이들은 노조로서의 역할 그 이상을 해왔다. 청년노동자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여론을 만들고 여러 직접행동들을 통해 문제의식을 확산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헌법에서 규정한 결사의 자유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잘 보여준 것이다. 소위 노조법에 따른 ‘합법노조’가 될 때, 개별 사업장이나 점주들과의 단체협상과 교섭은 용이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한 더 중요한 싸움은 어려워질 수 있다. 노동조합법이 그렇다. 사용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파견, 하도급,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실질적인 고용책임을 회피한 대자본에게 면죄부를 주고,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일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해당 사업장을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 불법쟁의행위라고 처벌한다. 어기면? 업무방해,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통한 무자비한 공격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설립은 노동조합운동과 노동권의 혁신과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미 노조 설립을 통해 노동자의 개념을 실업자, 구직자로까지 넓혔다. 처음부터 개별 사업장을 넘어서 정부, 대기업과 싸워온 노동자 조직이므로 협소한 사용자 규정을 넘어설 수밖에 없고, 이들이 제기하는 의제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의제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투쟁 역시 정규직 전환만 목표가 아니다. 사내하청 비정규 노조는 사내하청이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 훨씬 전부터 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를 상대로 한 투쟁을 벌여왔다. 고용과 노동조건의 책임이 현대차 자본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런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의 경험이 현대차 자본에게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도급부품업체의 노동자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작업장이 현대차 공장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누가 고용을 하든지 간에 현대차가 철저히 규율 관리하는 노동조건에서 수많은 부품업체 노동자들도 당연히 현대차를 상대로 노동조건 향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실례를 사내하청 비정규노조가 보여준 것이다.

가장 원칙적인 게 가장 현실적이다

헌법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를 선언하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규정해도, 하위법에서는 이를 깡그리 무시한다. 어쩔 수 없이 법을 지키며 이뤄지는 집회시위는 경찰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집회 자리는 생동감도, 현실을 넘어서려는 의지의 충만함도 없는 지루한 장소가 되곤 한다.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이 노조법에서 유린되는 건 훨씬 심각하다. 법을 넘어서려는 수많은 이들의 싸움은 용역과 구사대의 폭력에 자본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요구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래서 노조안정과 유지에 집중하면, 귀족노조니 정규직 이기주의니 하면서 온갖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2008년 촛불 시위가 폭발적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던 힘, 2011년 희망버스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은 집시법이나 경찰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하려고 했던 것을 밀어붙인 힘에 있었다. 마찬가지다. 정권과 자본이 노조법을 통해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노동조합운동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탄압을 피하기 위해 조직유지에 몰두할수록 투쟁은 더 어려워지고 노동자들 사이의 적대와 분할은 깊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대자본에 의해 모든 산업이 철저히 종속되고 독점화되어가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운동은 개별사업장을 넘어,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이 시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 모두의 보편적인 권리를 선언하고 쟁취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사회적 연대와 지지도 가능하고 노동조합만의, 노동운동만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 청년유니온과 알바연대는 미약하지만 바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선언하고 만들어갈지 그 단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노동조합으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분명 그렇게 노동조합운동, 노동자 운동은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정록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58 호 [기사입력] 2013년 08월 14일 18: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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