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두의 인권이야기] ‘차이나 머니’에서 두려운 건 ‘머니’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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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무실이 서울 명동에 있다 보니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을 많이 보게 된다. 또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의 사무국을 맡아 2~3년 전부터 제주도에 자주 가는 편인데,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면 한국 사람보다 중국 관광객들이 더 많을 때가 종종 있다. 김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도 중국 관광객이 절반을 넘나드는 것 같다. 모든 중국인이 다 목청이 좋고 큰 소리로 대화하는 걸 즐기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비행기나 버스에서 싸우는 건지 대화하는 건지 헷갈리는 큰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치고 있자면 짧은 만감이 왔다간다. 나한테도 이방인을 경계하고 깔보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외국인에게 장사는 하고 싶지만 거꾸로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건 달갑지 않은, 핏줄과 밥줄이 교묘히 섞인 뭔가가 나한테도 있는 걸까- 하다가도 훨씬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치여 사는 로마나 파리의 시민들에 비하면 이 정도 스트레스는 별 것도 아닐 거야, 라는 답 없는 싱거운 위안으로 끝맺곤 했다.

걱정되는 건 ‘머니’의 국적이 아니라, ‘머니’가 몰고 올 난개발

그런데 싱겁게 넘길 수 없는 걱정할 거리가 생겼다. 2010년경부터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일명 ‘차이나 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놈의 ‘머니’의 국적이 아니다. 아름다운 제주가, 아름다워서 또 다시 난개발의 광풍에 놓인 것이다. 또한 지역 선주민과 공동체가 상처 입고 문화재나 자연유산이 훼손되는 것이 지금까지 많은 난개발의 수순이었다. 제주도는 그동안 국내자본에 의해서도 난개발이 많았다. 이제는 적자에 허덕이는 많은 골프장과 리조트들이 넘친다.

위 사진:중국 칭다오의 백통그룹이 지난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소재 '백통 제주리조트' 휴양콘도미니엄 공사현장. 중산간 난개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의 소리'에서 재인용]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몇 술 더 떠 중국자본의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알선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2010년 2월부터 제주도에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하는 외국인과 그의 가족에게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다. 문제는 단순히 중국자금의 대거 유입이 아니다. 중국자본이 사들인 땅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와, 중산간 지역 등 보호지역을 매매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자본의 투명성 등이 문제인데 이 모두 제주도정이 어떻게 허가를 주고 관리하는지에 달렸다. 그러나 슬프게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음이 드러났다.

아름다운 제주의 천형인가. 또 다시 난개발의 광풍에 놓인 제주도

제주국제자유도시 전략을 내걸었던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JDC(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 - 국토부 공기업) 가 당초 내세운 ‘사람과 자본·물류의 흐름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 제주’는 곧 돈만 있으면 제주도의 어디라도 모두 사들이고 자유롭게 훼손할 수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제주도정은 차이나 머니를 유치해야 지역경제가 살고 후손들의 일자리가 보장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이 MAC PD수첩의 취재결과 드러났다.(963회, 2013.7.30방송) 큰 규모의 중국자본 대다수는 카지노 설립을 원했고 여의치 않은 경우 다른 사업으로 허가를 받은 뒤 카지노로의 변경을 꾀했다. 차이나 머니의 카지노 설립과 관련한 라오스의 사례에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실제로는 라오스 내국인도 출입이 가능했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카지노 도박에 빠져 빚에 허덕이고, 주민들 중 젊은 여성들 일부는 카지노 주변에서 성매매에 나서기도 했다. 제주도와 라오스의 사례를 등치시킬 수 없다고 해도 제동장치 없는 자본이 지역과 공동체를 어떻게 훼손시킬 지는 눈에 선하다. 또 제주도는 중국자본에 보호구역인 제주 중산간지역과 곶자왈도 내어주었다. 자금의 투명성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서 투기 성향의 자본이나 부실기업의 자본 유입을 막지 못했고 심지어는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 등 비정상적인 자금이 비공식 경로를 거쳐 제주에 들어오기도 했다.

지역주민과 공동체가 상처 입고 문화재와 자연유산 훼손이 뒤따르는 난개발

앞만 보고 달려온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이 정말 제주를 자유로운 섬으로 만들지, 자본에 상처받은 섬으로 만들지 이제라도 검증하고 수정해야 한다. 제주의 운명을 공기업 JDC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일이다. 국수적인 관점에서 차이나 머니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제주와 제주도민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 유치에 어떤 제재가 있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제주해군기지와 같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국책사업 강행으로 이미 제주는 큰 사회적 갈등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여전히 갈등은 진행 중이다. 특히 4.3 항쟁과 같이 정부와 도정에 의한 상처가 큰 제주 안에서 관이 주도하는 어떤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은 인지상정이 아니라 너무 큰 기대일까.

경제가치 창출 못지않게 환경과 공동체를 잘 돌보고 보전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공동체를 잘 보전할 능력이 우리에겐 없는 걸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키지 못하고, 변형 또는 훼손하고 팔아먹고 이용만 하려는 오만과 어리석음이 제주에 몸살을 가져왔다. 자연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셈법이 생채기를 내고 있다. 또한 도정이나 공기업이 자본을 잘 유치하고 그걸 이용한 가시적인 실적을 내세우는 것만을 잘 했다고 치켜 주는 생각들이 돈 귀신을 불러들이는 데에 공조한건가도 싶다. 환경과 공동체를 잘 돌보고 보전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인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강은주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60 호 [기사입력] 2013년 08월 28일 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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