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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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대표 이정희)에 대한 소위 ‘내란음모죄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통합진보당 내부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 및 일부 당원들이 강연과 토론 중 나눈 말에 대해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상 ‘사건’의 주역은 오히려 국가정보원(원장 남재준, 아래 국정원)과 언론들이다. 지금은 수사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언론에 의한 여론몰이, 마녀재판은 이미 끝난 듯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비난 여론이 통합진보당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국정원의 불법적인 피의사실 유출만 명확할 뿐 법적·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내란음모죄’의 실체는 너무나 왜소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맥락과 진실은 사라져 버린 듯하다. 오직 공안탄압과 이를 부추기고 있는 목소리만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현재 국정원의 녹취록 유출로 문제가 되고 있는 통합진보당 모임이 진행된 때는 지난 5월이었다. 당시는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우리 모두의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과장된 허구적 위기가 아니라 실제적인 위기였다. 일본의 재무장화를 지원하는 미일동맹의 강화와 한미일동맹의 공격적 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객관적인 정세이다. 이에 맞선 북의 군사적 대응으로 전쟁 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군사적 긴장이 폭발적으로 팽배해있던 지난 5월은 국내의 반전·평화·통일운동이 이러한 전쟁 위기 상황을 바꿔내고자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모색하던 시기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정세적인 가능성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의견과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중 어떤 의견은 단체와 조직의 입장과 방침이 되었지만 어떤 의견은 입장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사그라들기도 했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통일운동은 분단체제 하에서 한반도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에 대해 앞장서서 주장하고 실천해왔다. 이러한 운동 세력이 한반도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던 시기에 평화를 실현하고 다가올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6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분단체제를 해결하고자 하기 위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 과정으로서 민주적인 토론 중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정세적·운동적 맥락들이 모두 삭제된 채, 불법 취득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진위 여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녹취록 일부 내용을 놓고 입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진보의 이름으로 주장되는 입장들이 더욱 안타깝다. 통합진보당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은 넘쳐나지만 공안탄압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분단 상황으로 인한 왜곡된 담론 구조에서 균형 있는 토론이 가능한가.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편향된 사회에서 결과적으로 마녀재판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분단체제와 맹목적인 반공·반북이 지배적이고 물리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이성적이고 균형 있는 토론이 가능할까.

북을 비난하는 주장이나, 이성적으로 비판하는 주장이나, 지지·동조하는 주장이나 그것이 모두 발화되는 순간부터 발화 의도와는 무관하게 맥락과 의미가 곡해되면서 편향적인 분단체제의 담론 구조에 잠식되어 버리고 만다. 북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SNS 상의 글이 모든 맥락과 의미가 왜곡된 채 북을 찬양하는 글로 둔갑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단적인 예이다. 이것이 제2 야당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정원과 정부, 언론의 마녀사냥이 거침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의 역사적·구조적 조건의 하나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지배 권력은 시시때때로 북에 대한 태도를 진보운동의 약점으로 이용해 온 것이다.

지금 국정원이 휘두르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불법 대선 개입 사건부터 해서 지금까지도 국정원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치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분단체제와 왜곡된 반공·반북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왜곡된 구조로 몰아넣고 있고, 언제든지 누구라도 권력의 재물로 삼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정원은 이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임계치를 설정하면서 우리 모두를 그 안에 가두려고 하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국정원이 양립할 수 없음은 명확하다.

분단체제를 우회하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인권운동사랑방 역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국가보안법과 보수 우익의 마녀사냥, 그리고 우리 안의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우리는 분단체제와 남북관계, 맹목적인 반공·반북 이데올로기 등을 넘어서야 하며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장이나 토론은 필요하다. 다만 그것은 공안탄압에 맞서 함께 싸울 때만 가능하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공안탄압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우리 모두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
인권오름 제 361 호 [기사입력] 2013년 09월 04일 21: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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