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성매매 여성이라고 그러는 건가요?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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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수사기관으로 조사동행을 나갔다가 조사받는 당일, 현장에서 쫓겨 나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 8조 ②항 ‘조사동행’은 수사기관이 신고자 등을 조사할 때 직권으로 또는 본인·법정대리인의 신청에 의하여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담원이 성판매여성의 조사에 함께 하는 것은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다.

조사동행을 미리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관은 ‘신뢰관계인 동석은 변호사가 아니면 안 된다’, ‘가족도 아닌데 왜 동석하느냐’, ‘성매매 피해자가 아니라 피혐의자다’는 말을 반복했다. 게다가 조사동행이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법조항만 거듭 읽어댔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수사기관이 성매매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동석이 가능하다. 성매매 상담소는 피해자·피의자·혐의자를 구분하여 지원하는 곳이 아니고, 처벌법의 조사동행 조항 역시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담당 수사관과 조사동행을 합의하고 수사를 준비했다는 설명을 반복했지만 이미 그의 귀는 닫혀있었다. 왜 수사관은 상담소 상담원이 동행을 이렇게까지 거북해하는가? 왜 미리 합의했던 담당 수사관과 팀장은 상황을 방관하고만 있는가?

경찰의 완고함, 도대체 왜?

답답한 마음으로 조사과정을 떠올려보니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날짜를 정하는 순간부터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조사 하루 전날, 서울에서 조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내담자는 날짜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주 안에 조사가 끝나야 한다는 말로 요청은 거절당했다. 나에게 조사가 이번 주 안에 끝나야 한다는 것은 확인이 필요했고, 내담자가 날짜를 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기에 담당 수사관과 다시 통화를 했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를 ‘상담원’이 ‘강하게’ 말한 것뿐인데, 이번에는 날짜가 조정됐다. 결국 이번 주 안에 조사를 끝내야만 한다는 것은 거짓이었고, 왜 피의자가 직접 날짜 조정을 요청했을 때는 이를 거절했는지 의문이 생겼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또 다른 문제란, 내담자는 같은 사건으로 이미 다른 지역 국제범죄수사대의 조사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내담자가 미리 연락을 받았기에 날짜를 맞춰 일정을 조정할 수도, 해당 지역의 상담소와 진술을 준비할 시간도 있었다. 서울 국제범죄수사대에 같은 사건이라면 한 곳에서 조사를 받아도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미 날짜를 맞췄고 상담소와 이야기가 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서울경찰청 담당 수사관의 입장은 강경했다. 무조건 서울로 와봐야 하며, 다른 지역 조사가 먼저 있더라도 서울경찰청의 조사를 꼭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얘기를 들은 타 지역 국제범죄수사대는 첫째, 이것이 결국 같은 사건일 수밖에 없고 둘째, 서울이 더 가까울 것이며 셋째, 무엇보다도 조사를 두 번 받으면 두 번 입건되는 것이니 내담자에게 불리하다며 원래 예정돼 있던 조사를 취소해주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걸 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는 무리하게 조사를 집행하려 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담자에게 서울이 더 가까운 것이 사실이고 함께 조사를 준비할 시간이 확보되었기에 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조사를 준비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방문한 조사당일, 웬일인지 담당 수사관은 다른 사람을 조사하고 있었다. 내담자와 내가 조사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담당 수사관은 당황한 얼굴로 “거기서 조사 받는다기에 서울 건 취소됐다고 생각했다.”며 말을 돌렸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횡설수설하는 수사관을 보면서, 이미 정해졌던 조사까지 취소한 우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연락 하나 없이 수사관이 자기 마음대로 약속된 조사를 연락 한 번 없이 취소할 수 있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일단 내담자가 안정된 상황에서 조사를 받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부탁했다.

그 적절한 조치로 바뀐 수사관이 서두에 썼던 이유로 상담원의 조사동행을 거부하였고, 귀를 닫았으며, 내담자로부터 혼자 조사를 받겠다는 대답을 끌어냈다.

사건조사를 둘러싼 어이없는 상황,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와의 의사소통 문제는 날짜를 조정하고 싶었던 일주일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상담원이 함께 하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담자의 의사는 무시된 채 수사과정이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자, 이룸에서는 상담소 차원에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문제제기를 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성매매를 전담하는 곳 중 하나로 성판매여성과의 만남이 상당히 많은 곳이다. 신뢰관계인 동석 요청은 법에 명시된 권리이다. 해외 성매매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기관에서 그 조항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도 말이 안 될 뿐 더러, 그 권리를 무시하는 태도 역시 바로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조사동행이 의무조항이 아닐지라도 이번 사례처럼 수사기관이 이를 허락하고 거절하는 것에 합당한 이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수사기관의 권력남용에 불과하다.

수사기관의 힘 보여주기

당사자에게 합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조사 날짜 조정조차도 힘들었다. 이런 조사과정에 함께 하며 성매매상담원이 함께 하지 않는 수사과정에서는 어떤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상담소의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이런 식의 수사기관의 힘 보여주기가 해외 성매매를 ‘단속’하고 ‘처벌’하면서 남용될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이에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내부에서 비슷한 사례를 공유하고 성판매여성의 권리를 인지하고 법률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기적인 교육으로 무엇이 변할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인권이 존중되는 수사, 단속, 처벌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수사기관의 인권감수성 키우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수사기관의 힘 보여주기는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더 심한 것일까? 고민이 많아진다.
덧붙이는 글
유나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63 호 [기사입력] 2013년 09월 25일 15: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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