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당사자들의 직접행동이 바꿀 수 있다”

[가라가라 빈곤 ③] 캐나다의 ‘빈곤에 저항하는 온타리오연합’ <1>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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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만큼 빈곤의 역사도 길다. 빈곤의 역사만큼 빈곤과 싸워온 역사도 길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빈곤에 대항해서 줄기차게 싸워왔고 그건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노력을 비웃가라도 하듯 빈곤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고 해결책 또한 아직까지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오랜 세월 동안 빈곤에 대항해 싸워왔는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온타리오연합을 만났다. 17여 년 동안 빈곤에 저항하는 운동을 지속해 오고 있는 ‘빈곤에 저항하는 온타리오연합’(The Ontario Coalition against Poverty, 아래 온타리오연합). 그들의 역사와 지향에 대해 살펴본다.

온타리오연합의 출범

위 사진:온타리오연합의 상징<출처; www.ocap.ca>
1980년대 말, 데이비드 피터슨이 이끄는 자유당 정부는 지역 복지 제도 향상을 위한 새로운 안을 내놓으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었다. 정부는 복지개혁을 실시하기 위해 재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이 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오히려 높은 복지예산의 확충을 주장했다. 주정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실업노동자와 빈민을 중심으로 시위와 행진이 벌어졌고 압력을 버티지 못한 정부는 약 9%의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계기로 많은 단체들은 빈곤에 대항하여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1990년 가을, 온타리오연합 설립 회의가 열렸으며 빈곤층과 노숙인들이 투쟁적·직접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으로 싸울 것이며 권력자들과의 타협을 거부하겠다는 조직의 기본 방향이 정해졌다.

주정부와 운동진영에 실망하다

온타리오연합의 출범과 때를 같이하여 집권한 캐나다의 신민주당은 복지혜택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신민주당에 기대를 걸었던 대중들은 좌절했다. 이후 캐나다 진보보수당은 정부 부채와 도덕적 타락의 모든 원인으로 온타리오의 빈민을 지목하면서 빈민에 대한 도덕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선거를 큰 승리로 이끌었다. 진보보수당의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온타리오연합은 복지비 동결에 대해 항의하는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노동운동의 대응은 신민주당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나쁜 것들을 없애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더 깊숙이 후퇴하는 게 고작이었다.

1995년 노동조합과 사회정의운동 단체들 그리고 지역공동체 집단들은 ‘행동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일련의 하루 대중파업을 일으켰다. 토론토의 ‘행동의 날’은 전 도시를 마비시켰고 이튿날에는 거의 30만 명이 참가한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시위를 벌임으로써 최고조에 달했다. 행동의 날은 광범위한 단체와 지역에서 온 다양한 참여자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사회 운동의 잠재력을 지닌 연합으로 형성해 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잠재력은 실현되지 못했다.

온타리오노동연맹의 조합원들은 총파업을 계속해나가는 데 찬성표를 던졌지만 신민주당과 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조합의 보수적 관료주의자들은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투쟁의 기선을 꺾어버렸다. ‘행동의 날’이 신민주당의 재선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두려워한 노동조합의 관료주의자들은 지원을 철회했고 운동이 천천히 사그라지게 했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후퇴에 앞서, 정부를 권좌로부터 끌어내리기 위한 실질적 운동을 조직하길 원하는 사람들과 행동의 날을 그저 주요한 상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간의 분열이 나타났다. 무정부주의자들이 증권거래소를 점거하고 진보보수당의 정책회의장에 침입할 때, 다른 사람들은 텅 빈 주의회를 향해 행진시위를 벌였고 어떤 이는 공개적으로 무정부주의자들의 행동의 날 참여를 문제 삼았다. 결국 행동의 날은 와해되고 주 전체의 총파업을 끝까지 사수하지 못한 채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저항은 산산이 깨졌고 지리멸렬해졌다.

당사자와 함께 직접행동을

위 사진:온타리오연합의 직접행동, 빈집 점거<출처; www.ocap.ca>
빈민과 노숙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주정부는 2000년에 온타리오 도로법을 개정하여 차창을 닦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사유지를 침입하거나 어슬렁거리고 난잡하게 어질러 놓았다는 이유로 차창을 닦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딱지를 떼었다. 온타리오연합은 이러한 공격들에 대해 ‘직접행동’하는 것이 적대적 정책들과 싸워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고 ‘개별적 지원을 위한 직접행동'을 전개하였다. 개별적 지원을 위한 직접행동은 복지 수급권 쟁취, 강제퇴거 반대, 국외추방 저지 그리고 체불임금 지급 등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직접행동을 펼쳐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온타리오연합은 많은 회원들과 연합단체들을 불쾌하고 오만한 관리들, 집주인 또는 작업장으로 직접 데려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버티겠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주인이 도심지의 노숙인 쉼터를 폐쇄하도록 압력을 가해 쉼터가 폐쇄된 일이 있었는데, 이때 온타리오연합은 레스토랑 주인이 쉼터를 다시 열도록 요청하는 편지를 쓸 때까지 그의 가게 앞에서 피켓시위를 했다. 이처럼 온타리오연합은 정부와 정부를 후원하는 기업주들의 활동과 다양한 수준에서 직접 충돌하는 것만이 빈민이 자신의 삶을 실제로 통제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임을 활동을 통해 강조한다.

새로운 저항방식을 고민하며

위 사진:빈민과 노숙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출처; www.ocap.ca>
1999년 8월, 온타리오연합은 수백 명을 조직해 앨런 가든 공원을 점거했다. 이 공원은 도시의 표적지역에서 빈민을 괴롭히고 협박하여 그들을 내쫓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지역사회경찰활동 프로그램에 의해 경찰들이 일상적으로 노숙인들을 내쫓고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또는 행색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가혹행위를 자행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경찰은 빈민들과 노숙인 수십 명을 체포했고 공원은 금새 비워졌다.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서 싸웠고 결국 이 사건은 저항세력의 행동을 고조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언론은 주 정부의 편에 서서 이 사건을 비난하였으며 경찰은 탄압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점거시위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와 경찰의 행동을 보며 온타리오연합은 언론의 인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상징적 행동은 전혀 무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0년 6월 15일, 온타리오연합은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빈민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빈민의 대표단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정부에 요구하였다. 시위참여자의 저항이 매우 강력했지만 결국 그 투쟁은 대규모 경찰진압작전으로 끝났다. 온타리오연합은 이 일을 통해 빈민을 조직하거나 하나의 정부에 대항한 싸움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모양새 좋은’ 낡은 투쟁 방식은 자신들을 어디로도 데려다줄 수 없으며 온타리오연합이 개발한 힘의 원천은 그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억제할 뿐인 상투적인 ‘타협’의 방식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하다”

온타리오연합의 활동가인 존 클라크의 말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억압적 기관들과 개인들이 특정한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출현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한다.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것은 다양한 정책들이나 겉으로 드러난 우두머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만족스러운 보수를 받는 직업, 생활소득, 적절한 주거, 건강관리와 교육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불가능’한 것이라면, 우리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왜 온타리오연합이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조직인지를 밝히는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는 온타리오연합의 사회에 대한 분석의 근간을 이루며 그들이 펼치는 전략과 전술을 형성한다. 사장, 토지소유주, 정부 등이 자본주의 체제를 당연시하면서 그 위에서 ‘가능성’, ‘현실성’을 따질 때 온타리오연합은 구성원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온타리오연합은 기존 정당에 대한 기대와 합법운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캐나다의 다른 사회운동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온타리오연합은 빈곤 당사자들을 단순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지킬 힘을 가지고 있음을 투쟁을 통해 증명했다. 이들의 활동방식 또한 의회에 대한 정책 청원과 합법적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점거와 업무방해 등 합법과 비합법 운동의 경계를 조롱하며 넘나들었다. 온타리오연합과 지향을 같이하는 조직이 캐나다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또 이들끼리 새로운 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시도가 단순히 실험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타리오연합은 인권을 보장할 수 없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자 하는 모든 운동이 걷게될 길을 먼저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권오름 제 27 호 [기사입력] 2006년 10월 31일 23: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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